■ 에너지 절약 실천사례 공모 최우수상 작품
■ 에너지 절약 실천사례 공모 최우수상 작품
  • 뉴스서천
  • 승인 2003.12.05 00:00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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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에너지 절약
얼마 전에 뉴욕에서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듣고 세상에 뉴욕처럼 엄청난 도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원인은 노후한 설비 때문이라고 했고, 금방 복구할 수가 없어 뉴욕은 마치 대 재난을 당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영국에서 또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났고 그런 사태는 이제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를 접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 시점이 한 겨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에 도시 전체가 며칠간 정전이 되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였다.
요즘의 삶은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귀한 것이지만 사람들이 그만큼 귀하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에너지의 중요성과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 사람은 결혼하면서부터 함께 살게 된 시어머니이시다. 그렇다고 그 분이 며느리인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잔소리를 하신다거나 에너지 절약이나 물자절약의 필요성을 거창하게 설명하신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그저 너무나 평범한 시골의 할머니이시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고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살림이나 생활이나 인생살이 면에서 시어머니에게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
어머니는 여느 시골 할머니처럼 몸소 생활로 에너지 절약을 보여주시는 분이시다.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시면서 물 한 방울, 천 조각 하나, 쌀 한 톨도 함부로 버리지 않으시고 전구도 너무 환한 걸 쓰시지 않고 그 것마저도 정성으로 끄고 가시는 분이시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활의 모든 면에서 드러나신다. 그 중에서 절약하는 생활은 가장 두드러진 일면이라 하겠다. 내가 어머니에게서 보고 배운 것은 참으로 많다.
어머니는 우선 아침밥을 지으실 때 내가 밥솥을 예약하지 않게 하신다. 아침에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는 직업 때문에 살림은 거의 어머님께서 도맡아 하시다시피 하시어 죄송스러운 마음에, 밤에 자기 전에 쌀을 씻어 밥솥을 예약해 놓을라치면 어머님은 아무 말씀 없이 빼 놓으셨다가는 아침에 내가 일어나기 전에 벌써 밥을 해 놓으신다. 시간이 돌아가는 데도 전기가 들 것 아니냐는 생각이신 것이다. 그런 생활 태도이시기 때문에 어머님이 계신 건물과 우리가 사는 건물은 항상 대조가 된다. 어머니 건물은 전기를 쓰는 일이 별로 없으시고 우리가 사용하는 건물은 늘 전기코드가 꽂혀 있다.
그리고 어머님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물자절약을 하시는데 농사를 지으셔서 곡식 아까운 줄 아시고 쌀 한 톨, 콩 한 알도 아끼시고 어렵게 살아오신 덕에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기계가 주는 혜택을 고마워하시며 소중하게 다루신다. 전기코드를 꽂아두면 작동시키지 않아도 하루에 700원의 전기료가 나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으시고는 지극 정성으로 전기 코드를 뽑으신다. 우리가 사는 건물에 오셔서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보이는 대로 코드를 뽑아놓으신다. 자연히 어머니가 계시는 건물에는 쓸데없이 전기 코드가 꽂혀 있는 일이 없으며 되도록 전기를 쓰진 않아도 되는 물건을 사신다. 니는 시계도 전기로 시간을 알려주는 전자시계가 좋아서 그 것을 쓰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생활 방식과 나의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어머니처럼 알뜰하게 아껴 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전기세를 많이 내는 것도 경제를 위하는 방법이라는 알량한 이유로 자신을 합리화하며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차츰 생각이 달라져갔다. 어머님의 생각에 행동을 맞춰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나는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이 옛날처럼 모든 것이 부족해서 절약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래서 나도 좀 달라져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나에게 아주 작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보고들은 대로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어느 날 큰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배웠는지 나에게 엄마는 왜 에너지 절약을 하지 않느냐고 했다. 엄마가 그렇게 절약하지 않으면 자신들이나 자신의 아들들은 에너지가 없어서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어머님의 절약하는 생활태도를 보고 느끼는 것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은 저의 낭비하는 생활을 보고 느끼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바른 생활로 모범이 되지 못한데 대해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 때부터 나는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사실 내가 아는 에너지 절약이란 전기 아껴 쓰기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가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에너지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은 모든 분야의 절약을 포괄하는 단어이다. 에너지 없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것들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이가 들려주는 에너지 절약 방법에서 인터넷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까지 이 것 저 것 찾아보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결국 모든 물자를 절약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부엌에서 쓰는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자동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하다못해 쓰레기 봉투 하나도 공장에서 만들어질 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나는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에너지 절약은 엄청나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최대한 재활용을 하며 24시간 늘 꽂혀있는 전기 코드를 열심히 뽑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쉽다고 생각한 전기 코드 성실히 뽑기는 쉽지 않았다.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협조를 구하기는 했지만 습관이 무서운지라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행동을 시험하는 가장 큰 적은 바로 나의 대책 없는 건망증이었다. 퇴근해 보면 어김없이 단정하게 꽂혀있는 수많은 전기 코드에 나의 부주의함을 탓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을 먹은 것이 에너지 절약의 반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저녁이면 이 방 저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새나가고 있는 아까운 에너지가 없나 살펴보는 동시에 바쁘다는 핑계로 돌보지 못하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도 있어서 살림하는 데에도 보탬이 되었다. 그리고 부엌에서 이리저리 뒹굴어 다니던 안 쓰던 장바구니를 차에 넣어 다니게 되었고 장바구니를 사용할 때마다 마음이 뿌듯했다.
그리고 나는 가급적 가전제품의 예약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다. 나 몰래 예약 시스템을 껐다가 그 시간이 되면 슬그머니 꽂아주셨던 어머님의 수고가 조금 덜어진 정도였지만 나에게는 큰 변화였다.
얼마 후 우리 집은 값싼 심야 전기를 사용하는 심야전기보일러를 놓았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우선 깔끔하고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던 때보다 연료비가 적게 들었다. 기름 배달에 쓰이는 에너지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좀 더 나아가서 우리는 차를 한 대 줄이기로 했다. 남편 직장과 내 직장이 떨어져 있어서 우리는 중형차와 소형차를 각각 한 대씩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고 나니 일과 중의 불편함을 약간만 감수하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고, 사실 출퇴근 시간 이외에는 차를 사용할 일이 별로 많지 않았기에, 차를 한 대 처분하고 보니 약간 불편해지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가계에는 많은 보탬이 되었다. 그리고 남편과 항상 함께 다닐 수 있어서 기대하지 않던 즐거움도 가지게 되었다. 운전을 하지 않게 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고, 직장 앞까지 태워다 주고 퇴근 시간 맞추어서 데리러 오니 가계에도 일석이조였다. 지금은 거의 불편함을 모르고 지내고 있다.
내가 나름대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 본 결과 에너지 절약은 그렇게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아들 말대로 후손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생활에서 조금씩 물자를 절약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면 그 이상 가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우선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 생각이 변해야 행동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생활에서 실천하며 그 중요성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 것 같다. 내가 어머니에게 배운 것처럼, 내가 그런 생활을 계속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습관을 갖게 되리라 믿으며 앞으로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을 계속 해 나가리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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