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젊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
■ 모시장터 / 젊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9.12.12 08:47
  • 호수 9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보도사진 한 장이 있다. 러시아가 아직 소련이라 불리던 시절, 어느 날 신문 상단에 실린 길쭉한 가로사진이다. 당시 소비에트의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드 브레주네프를 비롯하여 백발성성한 당 지도자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길게 늘어서서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스무살이 채 안된 청년의 눈에는 이 사진이 두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첫째는 한 국가 체제의 묵직한 연륜, 둘째는 소비에트 체제가 충분히 노쇠(老衰)했다는 현실. 브레즈네프는 스탈린 정부에서부터 활동한 혁명 1세대로 후임자인 흐루시초프를 밀어내고 당 서기장과 국가 주석이 된 사람이다. 60세 가까운 나이에 서기장에 오른 뒤 종신 독재를 했다. 76세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날에야 그의 임기가 끝났다. 이때가 1982. 이후는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 급속한 소비에트 체제의 붕괴가 일어났다. 60~70대 노인들이 연방 정권을 독점한 뒤 10여년 만에 세계 쌍두마차의 한 축이던 최강 소련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덕분에 국제사회의 동서냉전 체제가 해체되고 동구권 국가들의 자립, 독일의 통일이 이어졌으니 글로벌 시각에서 결코 나쁠 것은 없지만, 한 체제라는 입장에서 보면 깊이 숙고할만한 교훈이 있다. 인간이 늙으면 죽듯이, 국가체제도 노쇠하면 무너진다는 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지도자들의 나이가 주요한 관심사다. 프랑스 대통령(에마뉴엘 마크롱, 42) 뉴질랜드 총리(저신다 아던, 39) 뿐 아니라 잘 나가는 국가에 30-40대 최고지도자는 흔하다. 영국은 현재 55세의 총리가 이끌고 있지만, 최근까지 3040대의 청년정치인 여러 사람이 총리를 역임했다. 유럽국가 핀란드는 오늘(10) 34세의 여성 정치인 산나 마린을 새 총리로 뽑았다. 마침 핀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상임의장국이어서, (올해 임기가 끝나가고는 있지만) 34세의 여성 총리가 잠시나마 유럽연합까지 대표하게 됐다.

어제오늘 뉴스에서는 오케이 부머(OK Boomer!)”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뜨고 있다. 뉴질랜드 의회에서 25세의 녹색당 의원(클로에 스와브릭)이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 발언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 국회에서나 비슷한 풍경으로, 상대당의 중진 의원들이 야유를 보냈다. 그러자 스와브릭은 오케이 부머라고 가볍게 응수하고는 하던 말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장면이 왜 그렇게 유명해졌을까. 여기서 부머2차 세계대전 후 급속히 늘어난 베이비 붐 세대 출생자들을 지칭한다. 한국은 독특하게 남북전쟁을 겪은 까닭에 베이비부머가 1950년대 출생자들을 지칭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베이비부머는 2차 대전이 끝난 45년부터 60년대 중반까지 20여년 사이의 출생자들을 지칭한다. 지금 이 세대의 나이는 55~75세 사이를 이루고 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아저씨/ 노인/ 아버님세대에 해당하는데, 많은 국내 언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알았어요 꼰대!”라고 해석해 놓고 있다. ‘알았으니 그만 하세요라는 발언 뉘앙스에 맞게 해석하자면 꼰대라는 번역도 나올만하다.

우리 한국인들은 나라가 갱신되어야 한다는 욕구를 강렬하게 갖고 있음에도, 선거 때만 되면 죽어라고 검증되고 안정감 있는 중진을 선호한다. 그래서 국가개혁의 열망은 매번 좌초되고 있다. 개혁하고 진보하는 나라들, 실익적으로 말해서 잘 사는나라들이 젊은 정치인들을 선택해 정치를 갱신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총선을 앞두고 있는 2020년이 밝아온다. 이번에는 20~40대 신세대를 압도적으로 밀어보면 어떨까. 모토를 국가가 젊어지는 해로 정해봄직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