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더 멋진 한국사회를 위하여
■ 모시장터 / 더 멋진 한국사회를 위하여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20.07.16 11:14
  • 호수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기복 칼럼위원
권기복 칼럼위원

인권운동가로, 시민운동가로, 3선의 서울시장을 역임한 정치인으로 살아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고인이 되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두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으니, 국민들의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만 하다. 특히 그는 국민들에게 인기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존경받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성추행에 연루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안 되는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아직까지 수많은 국민들이 허탈감에 빠져있다. 한 평생을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이 아니던가! 특히, 여성인권을 위해 선봉에 섰던 분이 아니던가! 그런 분이 성추행의 당사자가 되다니, 국민들은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얼하기만 하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인지된 것은 백 여 년이 지났지만, 민주정치의 도입은 70년을 지나고 있다. 수 천 년을 전제정치 아래에서 살아온 고착된 정치의식을 아직까지 완전하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이다. 그래서 입으로는 국민들의 봉사자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지만, 속내는 국민들의 지배자라는 인식을 정치인들은 저변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속성을 20세기 정치인들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위세를 부렸다면, 21세기에는 속내로 싹이 돋고 은연중에 자라나는 것이다.

필자도 박시장이 고인이 된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열렬한 지지자들 중에 성추행 피해 당사자에게 화살을 되돌리고자 하는 마음도 일면 이해하여 주고 싶다. 그러나 그 당사자는 진실 여부를 떠나서 이미 고통을 받은 사람이기에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제2의 박원순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미투운동은 계속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단 한 명도 권력과 위세를 통하여 성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때, 우리 모두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치체제이다. 이를 위하여 지금도 각종 사회개혁의 바람은 끊임없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은 한 차례 지나가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 평가는 개혁 당사자들의 몫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만족하는 그 날까지 바람은 불고 또 불게 될 것이다.

현재 정치계의 가장 큰 이슈인 검찰개혁만 놓고 봐도 서로 입장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동안 검찰개혁을 안 했던 것이 아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무소불위의 법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의 편에서 일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찾아가기 꺼려지는 기관 첫 순위가 검찰청이다. 필수 사정으로 검찰 건물을 방문했을 때에 좁은 복도와 높고 작은 창문, 조도가 낮은 조명시설, 관계직원의 불친절 등은 필자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사회개혁은 민주주의의 다른 한 축인 평등의 개념이 정립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다. 평등은 구현 이념인 인간 존중을 또한 전제조건으로 한다. 평등사회에서는 지배자라는 낱말을 허용하지 않는다. 인종이나 국적, 신분과 재산 등에 의해 차별 받지 않고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똑같이 존중받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제각각 지위를 갖고 있지만, 권력과 위세를 행사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 지위에 따른 역할을 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 수행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개혁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아픔을 딛으면서 점차 기반을 다져왔다. 우리는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의 힘을 갖고 있다. 현재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처 노력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그동안 각종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재난에 혐오감을 갖고 대한민국을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고 싶은 나라로 바뀌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그 누구보다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사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간다면 가장 멋진 나라에서 신바람 나게 사는 국민이 되리라 믿는다. 이를 위해서라도 미투운동은 계속 되어야 하며, 피해 당사자에게 화살을 되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