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아름다운 노년의 삶
■ 모시장터 / 아름다운 노년의 삶
  • 한기수 칼럼위원
  • 승인 2020.08.14 10:04
  • 호수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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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의 장마는 어느 해보다 길고, 많은 피해를 주는 것 같다. 요즘은 연일 내리는 비로 인해 햇살맞이 하기도 힘들다. 또한, 장기화된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패턴까지 바꿔 놨다. 지인들과 모임도 할 수 없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도 이제는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었다. 필자도 올해에는 지인들과 모임을 해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약 한 달 전, 오랜 친분을 나누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주도로 이사를 가게 됐다라고. 난 멀리 이사를 하면 아무래도 얼굴을 자주 못 볼 것 같아, 가까운 몇 분과 식사 자리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도 차창밖엔 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 양동이로 쏟다 붓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았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70킬로 이상은 달릴 수가 없었다.

거의 1년 만의 만남이다 보니, 그간의 안부며 여러 가지가 궁금했고, 필자의 마음은 설레었다. 무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도심 외곽의 아담한 식당과 카페가 산자락을 병풍 삼아 찾아오는 이들을 포근하게 맞아 주었다.

갑자기 연락을 받고 모인 지인은 많지 않았지만. 그중에 필자가 제일 젊었다. 전직 직업도 다 달랐다. 학교에서 강의만 하시던 분, 공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 갖던 분, 현재까지 임대업을 하고 계신 분, 일반 공직에서 퇴직하신 분, 등등. 다 다른 인생의 삶을 사신 분들이었다. 그러하니 전에는 만나면 각자 살아온 인생의 삶 스토리는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유익한 정보 또한 많았다.

하지만, 거의 1년 만의 만남에서 스토리는 그간과 많이 달랐다. 이제는 자신들의 노후를 어떻게 설계하며 살 것인가에 대화의 초점이 맞춰졌다. 하기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노후에 진입한 60대 중 후반이니 자연스러운 스토리가 아니겠는가? 어떤 이는 결혼한 자식은 이제 더는 자식의 일에 관여하면 안 된다며, 그간 자식을 위해 살아온 모든 것은 다 잊고, 자식에게 의존도 하면 안 된다며, 모인 분들에게 그간 경험의 강의를 하셨고. 또 어떤 이는 현재 주어진 자신의 위치에 감사하면서 주어진 여건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목사님 말씀하시듯 점잖은 말씨로 긍정의 힘을 지인들에게 북돋아 주었다. 또한, 그날의 주인공, 멀리 이사를 하는 분은 자신의 아내, 건강 관계로 도심에서 거의 40년을 운영한 사업체조차 헐값에 넘기고 인생 2막은 오직 아내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라고, 강조하셨다.

필자는 본인들의 자식 얘기, 노후의 취미 얘기, 건강 얘기, 은퇴 후 부부의 계획과 에티켓, 등등을 들으며 건전한 노후의 삶 강좌를 듣는 것 같아 식사 자리를 주선한 것에 행복한 보람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필자는 선배님들로부터 귀중한 수업을 듣고 돌아오며 노후의 삶뿐만 아니라, 인생의 삶을 되짚어 보았다. 우리가 한평생이라 하면 엄청 긴 것 같지만, 20대에는 인생의 진로를 걱정하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요즘에는 30대까지도 걱정하지만······. 3~40대 비로소,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다 50대에는 직장에서 서서히 2군으로 밀리며, 퇴직 준비를 하며 노후 준비도 걱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다. 그리 보면 사회에서 인생의 핑크빛 시절은 불과 20, 길어야 30년이다. 어찌 보면 평균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노후의 삶이 더 길다.

그렇다면 난 과연 노후를 어떤 방식으로 아름답고 행복하게 설계를 할까 생각을 다시금 해봤다. 경제적으로 풍부하다고 노후가 행복한 것은 절대 아니다. , 난 그간 주변에서 여러 사람을 봐왔다. 경제적으론 윤택한데, 힘겨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럼 어떻게 아름다운 노후 설계를 해야 행복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없다. “단 개인적인 소신이다.”

행복은 본인의 마인드에 달려있다라고, 필자는 믿고 싶다.

첫째, 나이 들수록 마음의 여유를 찾자. 웬만하면 남에게 양보하며, 자신의 욕심은 내려놔야 한다. 둘째, 남 앞에서 안다고 나서지 말고, 젊은 날의 하려 했던 시절과 명예 따위는 빨리 잊어야 한다. 셋째, 자신의 부와 잘나가는 자식 자랑은 되도록 남에게 자랑하지 말고, 상대의 장점을 많이 칭찬해줘라. 앞서 얘기한 세 가지 외에도 여러 가지 지켜야 할 것이 많겠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것은 지켜야 한다, 흔히 나이가 들면 말만 많아지며 아는 체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몸은 비록 젊은 청춘보단 못하여도 경륜에서 나오는 지혜와 여유.... 육신은 쇠퇴할지언정 넓은 아량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대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으로 진보해 나간다면 비록 나이는 들어가도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노후의 삶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에 도심의 재래시장에서 연세가 팔순이 넘어 보이는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어느 중년의 여자분이 마트에서 물건을 꼭 사야 하는데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계산대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어찌해야 할지 당황해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본 팔순이 넘어 보이는 노부부가 한 치 망설임 없이 계산을 대신해 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러고는 중년의 여성이 전화번호를 여쭤보니까 괜찮다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온화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고는 부부는 그 자리를 떠났다. 필자는 그때 그 노부부의 온화한 미소와 평온해 보이는 모습을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비록 세월의 흔적으로 머리엔 하얀 설리가 내리고, 얼굴엔 깊게 파인 주름이 있을지언정, 경륜과 지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겸비한 노인의 모습은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꿈꾸는 우리들의 미래 바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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