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침이지학針移之學 공부벽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침이지학針移之學 공부벽
  • 송우영
  • 승인 2020.08.28 11:01
  • 호수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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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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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관자管子는 일반 백성들의 마음이라는 것은 이익을 보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나니 이익을 위해서라면 7천 아니라 8천 높이의 산이라도 오르지 못할 곳이 없으며, 천길 낭떨어지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물속이라도 들어가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관자管子 금장禁藏편에 나오는 말로 후대의 첨언은 이렇다. “있는 자는<有執者> 지키기 위해<守徵> 못할 짓도 없고<不可不可> 없는 자는<無執者> 살아남기 위해<守存> 안할 짓도 없다<不可不可>”

두 문장 사이에는 예가 있는데 관자의 경책은 이렇다. 관자목 민편에서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창고실이지예절倉庫實而知禮節> 의식이 족해야 명예도 아나니<의식족이지영욕衣食足而知榮辱> 예는 돈이 있어야 생기고 돈이 없으면 없어진다<예생어유이폐어무禮生於有而廢於無>”

맹자는 이것을 항산무항산으로 말했는데 쉽게 말해서 일정한 일을 통해 돈벌이가 있어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맘이 편하고 일정한 일거리도 없고 주머니에 돈마저 없다면 맘이 불안하다쯤 되는 말이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사람이 돈을 쫒아가는 것이 아니라 돈이 사람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의 논어 위령공편은 돈이 따라오게 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학야녹재기중의學也祿在其中矣공부하면 그 속에 돈이 있다는 말이다. 돈은 경제라는 말로 확대해석되는데 서양 용어 이코노미(Economy)를 근대 일본에서 경제經濟라고 번역한데서 기인할 뿐. 동양고전에는 경세제민經世濟民 또는 경국제세經國濟世, 경세제용經世濟用으로 치민治民의 용어인셈이다.

문제는 빈부의 편중이라는 데 있다. 관자管子치미侈靡편은 말한다. “백성이 너무 부유하면 오만해서 부릴 수가 없고 백성이 너무 가난하면 염치를 모르기에 부릴 수가 없다사마천도 사람이 분에 넘치게 부자이면 교만과 사치해져 종국에는 안하무인이 된다고 기록한다<司馬遷史記 平准書> 이를 걱정한 공자는 재물의 많고 적음 걱정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것이 걱정이다<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論語 季氏>”라며 관자의 말에 주석을 달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이 생기면 사람으로의 도리에 비추어볼 때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먼저 생각하라 한다.<견리사의見利思義, 論語 述而>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마키아벨리식의 재물관에 대한 경책이기도 하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 또한 그 속에 있지않은가<반소식음수飯疏食飮水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락역재기중의樂亦在其中矣.論語述而>”라며 옳지 않은 짓으로 부귀를 누리는 것은 뜬구름과 같다<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 어아於我 여부운如浮雲, 論語述而>”고 까지했다.

그럼에도 저자거리의 장삼이사들은 이익의 끝인 부에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위민과 치민에 뜻을 둔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고래로 옛사람들의 공부목적은 치민治國 내지는 위민爲民에서 출발한다. 그에 따른 인고의 세월이라는 것은 실로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수많은 역사의 명멸해간 사람들은 그걸 해냈다. 오롯이 공부라는 두 글자에 한 번뿐인 인생의 명운을 걸었던 것이다.

공부는 바늘로 태산의 흙을 옮기는 것과 같다고 했다<학여이침태산토學如移針太山土>그만큼 쉽지 않다는 말이다. 공부를 이루려면 한결같은 마음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움직이지 않고 공부하면 된다고 한다.<일여착둔부동학一如着臀不動學>

한번 앉으면 공부를 다 마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 침이지학針移之學공부벽은 스승 박세채가 제자 하곡霞谷<정제두鄭齊斗. 포은 정몽주의 11대손자>을 가르칠 때 썼던 방법이라고도 한다. 이는 양명학파의 공부법으로 회계會稽산 산음山陰땅 태생으로 성화171481년 진사시에 1등하여 중국 천하를 놀라게 한 인물이 왕희지王羲之의 증손 왕람王覽의 후손 왕화王華인데 그의 아들이 심학의 대가이며 양명학의 비조 왕수인(왕양명)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시켰다는 가혹한 공부법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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