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 없이는 절대 못하겠더라구요”
“사명감 없이는 절대 못하겠더라구요”
  • 김정기
  • 승인 2002.04.04 00:00
  • 호수 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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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서 최초의 여형사 고희숙경장
“어이, 아가씨 여기 형사계가 어디야?” 순진한 모범생 같은 인상, 수수한 옷차림... 그렇기에 경찰서를 찾는 많은 민원인들은 ‘서천경찰서 형사계 고희숙경장(27·사진)’이라는 그녀의 직함을 접하는 순간 “아이구, 실수했습니다”로 이어지는 헤프닝을 자주 연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들만의 세계로 경찰업무의 꽃이라 불리는 형사계에 여형사의 존재는 영화상에나 등장할 뿐 너무 생소한 상황이기 때문. 현장을 따라 뛰어 다니는 업무의 생동감에 반해 형사계에 지원한 고희숙경장, 그녀의 이름 뒤엔 언제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1912년 2월 개청한 서천서가 90년의 역사동안 최초로 배출한 여자 수사관으로 기록된데 이어 지난 3월 14일에는 당찬 포부로 남자들만의 세계로 굳게 지켜온 형사계 금녀의 벽을 최초를 뛰어 넘은 장본인이기 때문. 한남대 법학과를 졸업, 경찰의 꿈을 키워 오다 지난 2000년 경찰에 임용된 고형사는 지금껏 남자 형사들이 담당하기엔 다소 난감했던 여성관련 범죄를 주로 맡고 있다. 여성의 섬세함과 치밀함을 살릴 수 있는데다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수사의 효율성은 더욱 높아져 여성범죄 전문 형사로 활동중이다. “사실 여자이기 때문에 정말 힘든 순간이 많습니다. 여자 경찰이기 때문에 주위에서 배려를 해주는데 이 점이 육체적, 정신적 고됨보다 더 힘든 부분입니다. 사실 저는 당당한 경찰로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넘치거든요” 유도·검도의 유단자이기도 한 고형사는 자신이 천직이라 믿고 있는 경찰의 사명감에 대한 자부심을 이렇게 전한다. “막상 형사로 활동하다보니 오직 사명감을 쫓아 희생하며 근무하는 선배 형사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더라구요. 저 역시 사적인 시간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고달픔이 있긴 하지만 보람과 명예를 가질 수 있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소망이 뭐냐는 질문에 그녀의 한마디는 간단히 답을 내린다. “무지 좋은 경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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