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어려서부터 공부습관을…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어려서부터 공부습관을…
  • 송우영
  • 승인 2020.11.16 11:21
  • 호수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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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도다. 사어여.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화살처럼 곧더니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도 화살처럼 곧구나<자왈子曰 직재사어直哉史魚 방유도邦有道 여시知矢 방무도邦無道 여시知矢- 註 知로읽음> 군자로다. 거백옥이여. 나라에 도가 있으니 벼슬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니 물러나 모든 것을 수렴하여 가슴 속에 두는구나<군자재君子哉 蘧伯玉伯 방유도邦有道즉사則仕 방무도邦無道 즉가권이회지則可卷而懷之>”

 

위령공衛靈公 6장에 나온 이 문장은 흔히 광학狂學공부라 하여 퇴계가 문도 금계 황준량에게 준 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줬다기보다는 논어를 공부하다가 이 대목에 이르러 황준량이 가슴에 감읍한 말이라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퇴계가 어린 시절 숙부에게 공부할 때 이 대목에 이르러 직재즉광학直哉則狂學이라 하여 가슴에 담아둔 문장이다.

본래 봉황새는 죽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봉조필불식사육鳳鳥必不食死肉>고 했듯이 공부를 하되 뜻은 크게 가지라는 말이다. 어찌 선비가 되어서 스스로 항상 제머리 깎음을 걱정한단 말인가. 스스로는 능히 제 머리를 깎을 수 없다.<능자상불삭자발能者常不削自髮> 곧 공부를 많이 하면 세상이 나를 알아본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면 제자도 반드시 스승만 못한 것은 아니다.<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 제자불필불여사弟子不必不如師>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는 10세 전후에 퇴계 문하를 출입하며 공부해서 약관의 나이에 대과에 입격한 인물인데 공부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었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후학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쓰면서 금계錦溪의 예를 드는데 청렴은 관리의 본분이요. 갖가지 선행의 원천이자 모든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며 그 시작은 어려서 흐트러짐 없는 공부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삼세지습三歲之習 팔십지우八十至于라는 이언俚諺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어려서부터 작심하고 덤벼들어야한다.

공부는 선택사항도 아니고 타협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무조건 하고 봐야하는 것이고 할바에는 잘하고 봐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인내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송나라 관리 조변趙弁학즉내學則耐라 하여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별개의 문제라 했다.<선오별문善惡別問> 다만 날 때부터 총명한 자가 있을 것이고<초명자야初明者也> 날 때부터 아둔한 자가 있을 것이다.<지둔자야至鈍者也> 문제는 지치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종신불퇴終身不退>

북송의 재상 범중엄范仲淹의 말처럼 공부는 오로지 읽고 쓰고 외우는 것이 공부의 전부다.<학즉전일독기송學則專一讀記誦> 황준량을 모델삼아 공부한 인물이 임란의 기록 징비록을 쓴 서애 유성룡이다. 학봉 김성일과는 동문수학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공부는 뭘까. 세상으로 나아가는 가장 좁은 길이다. 이 길을 뚫고 지나가야만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좁다고 해서 돌아갈 수도 없다. 힘들다고 해서 주저 앉을 수도 없다. 그저 자신만이 아는 방법으로 모든 고통들을 속으로 삭이며 읽고 쓰고 외우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눈으로 봤을 땐 어리석어 보일 수도있다. 바보처럼 보일 때도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그들은 읽고 쓰고 외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려서 공부 외에 다른 길이 뭐가 있으랴. 의 은사隱士 광접여狂接輿에게는 이런 전설이 따라다닌다. 어려서 하루 놀면 늙어서 1년이 고되다는 말이다. 어려서 공부를 게을리했던 접여는 늙어서 갑자기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미친 사람이 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미친 광접여라불렀다. 이렇게 미친자 광접여를 공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 장자莊子이다. 장자 인간세편에 광접여의 말이 전한다. 지금은 작아서 쓰지 못해도 훗날 큰 나무가 되면 반드시 쓰인다는 말이다<차과목재지목야此果木材之木也 이지어차기대야以至於此其大也> 이 말에 대한 청대의 학자 우죽羽竹의 소는 이렇게 주를 단다. “공부는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 어려서 공부 습관이 부족하면 광접여같은 말은 할 수는 있지만 광접여가 제대로 사람 구실했다는 기록을 본 적은 없다. 후학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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