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申年천방산 해맞이 祭에 부쳐-
시름 두터운 장엄한 산하어둡고 암울한 들녘에도
새날의 먼동 어김없이 터 온다고
부지런한 문산들 황조롱이야
벼락같은 날갯짓으로
천방산 대 가 리 박차고 날아
눈물 많은 단군의 족속들에게
개벽의 포효로 새벽을 알려라
반목과 갈등으로 휘청거린
일그러진 시간 오십여년
억새울음 스산히 사위어 간
오천 년 삭풍의 세월들
늘 풀잎처럼 잔약했던 피붙이들아
그 암종의 뿌리만큼 깊고 무거운
침묵의 이불 걷어 젖히고
분연히 깨어 길을 나서자
깃발처럼 나부끼는 머리칼은
푸른 호흡을 뱉어 가다듬고
허얼렁한 바지저고리 허릿품은
질끈덩 칡넝쿨로 동여매고서
맨발이라도 좋다
알몸이면 또 어떠랴
높솟은 백두대간 정수리로 치달아
갑신년 벽두 함께 열자구나
기꺼이 하나 된 고려인의 뜻
백제 통한 위에 제단을 쌓고
대한 민초들의 소망 정갈히 채워
세상을 연 당신께 잔을 받치려니
병듦으로 죽지 않을 민족을 위해
늙음으로 사라지지 않을 겨레를 위해
열려라 잿빛 하늘아!
솟아라 붉은 태양이여!
바람을 버티고 서있는 우리
벅찬 기운 가슴으로 들이키고
뜨거운 햇덩이 한 입에 덥석 물고서
목이 메어라 당신께 외치건대
옛 고구려의 광활한 땅 밝고 지나
대륙 끝까지 내닫게 하소서
거북선의 드넓은 바다 건너
신대륙 끝까지 웅비하게 하소서!
<구경욱/ 문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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