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子都는 중국 역사 최초의 미남자로 기록된다. 시경詩經 국풍國風 정풍鄭風 산유부소山有扶蘇편의 기록을 보면 “산에는 부소나무<산유부소山有扶蘇>, 진흙 펄 연못엔 연꽃<습유하화隰有荷華>, 잘생긴 자도는 안보이고<불견자도不見子都>, 만난 자가 미치광이네<내견광차乃見狂且>” 풀어보면 한 여자가 시집을 가는 길에 산에는 부소라는 작은 나무들이 보이고 진흙 펄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있는 것이 저마다 저 있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매쟁이의 말에 따르면 남편 될 사람이 자도처럼 굉장한 미남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만나보니까 미남은커녕 미친놈 같더라는 말이다.
자도란 인물이 얼마나 미남자였으면 시경에까지 올랐으랴마는 공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칭찬해본 적이 없다는 천하의 맹자조차도 그를 칭송할까. 맹자집주 고자장구상告子章句上7<성백효 전통문화연구회>에는 이렇게 기록한다. “눈 또한 그러하니<유목역연惟目亦然> 미남자 자도에 대해서는<지어자도至於子都> 천하가 그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니<천하막부지기교야天下莫不知其姣也> 자도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는<부지자도지교자不知子都之姣者> 눈이 없는 자이다<무목자야無目者也>” 이쯤되면 가히 명불허전이라 할 수 있으려나.
고려 때 신돈에게 주색을 삼가라며 직언하다 파면당한 이달충 또한 자신을 경책하는 글 애오잠愛惡箴 병서幷序에서 “춘추시대 정나라 미남자 자도의 미모에 대해<자도지교子都之姣> 누가 아름답다하지않겠는가<주불위미疇不爲美. 東文選卷之49>”라며 자도의 미모가 빼어남을 기록했다.
그러나 좌구명은 자신의 책 춘추좌씨전 은공11년조에서 외모만 믿고 공부 게을리하다가 훗날 날벼락 맞은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여연탄절汝然嘆絶’이라는 이언俚言<저자거리에 떠도는 말>은 자도에게서 나왔다. 요즘말로 풀어보면 너 그러다가 인생 절딴난다. 쯤 되는 말이다.
기원전 712년 장공이 허나라를 치기 위해 군비 점검을 하던 중 사두마차 담당 관리이자 빼어난 장수인 영고숙은 자신이 눈여겨 봐둔 사두마차가 있어 그것을 자신이 타려고 슬쩍 빼놓았는데 자도子都 또한 그 사두마차를 보는 순간 단박에 명마임을 알아보고는 달라하니 영고숙은 자신이 그걸 탈 것이므로 그럴 수 없다며 그 사두마차를 타고 저 멀리 후방진지로 줄행랑을 쳤다. 자도子都가 쫒아갔지만 워낙 빼어난 사두마차인지라 따라잡지를 못한채 되돌아와 장 공을 도와 허나라와 전투에 임하는데 앞쪽에서 좀 전에 사두마차를 타고 후방진지로 달아났던 영고숙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풍노도처럼 달려 나와 선봉에 서서 허나라 성을 향해 돌진한다. 이에 자도子都는 공을 영고숙에게 빼앗길 수 없다며 선봉에 사두마차를 타고 달리는 영고숙을 향해 화살을 쏘아 그를 죽게한다. 결국 전투는 싸워보지도 못한채 패했고 정나라는 되려 허나라의 역공을 받아 나라가 쑥밭됐다.
춘추시대 사두마차 한 대 때문에 일어난 피의 사건으로 기록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외모만 믿고 공부 게을리 한 자가 출세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라하겠다.
한 어린이가 성장기에 제대로 크려면 그 어린아이 주변에 깊고 넓은 식견을 갖춘 어른들이 많아서 옛글과 행적들을 통해 경책을 해줘야 한다. 홍양호洪良浩는 자신의 문집 이계집耳溪集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의 잘못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요<공오과자시오사攻吾過者是吾師> 나의 훌륭한 점을 칭찬하는 사람은 나의 적이다<담오미자시오적談吾美者是吾賊>”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옛사람은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자신을 쳐서 복종을 시켰다는 말이다.
어려서 우암 송시열의 말째 제자로 들어가 이렇게 공부한 인물이 송강 정철의 현손 장암丈巖정호鄭澔1648-1736이다. 그는 전적典籍에서 옛사람의 꾸지람과 견뎌냄의 가르침을 경책삼아 공부했다 한다. 그는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88세를 살고 89세에 졸했는데 63세 때 함경도 갑사로 유배되어 65세 때 풀려나 1725년 영조1년에 우의정이 됐고 좌의정을 거쳐 영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리고 죽기 1년 전에 명저 노학잠老學箴을 쓴 대단한 공부 전문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