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마을만들기사업,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❹태안 만대마을
■ 기획취재 / 마을만들기사업,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❹태안 만대마을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0.12.16 14:15
  • 호수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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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 피해 아픔 떨쳐낸 여성 리더십이 일군 마을

살아있는 갯벌이 주 소득원…마을유치원생 늘어

 

 

 

뉴스서천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전국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을만들기사업의 현황과 성공한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편집자>

 

▲하늘에서 본 만대마을. 태안군 이원반도 북쪽 끝
▲하늘에서 본 만대마을. 태안군 이원반도 북쪽 끝

태안의 땅끝마을 만대마을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원반도가 시작되는데 그 최북단에 만대마을이 있다. 태안읍에서부터 31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원면 만대마을을 태안군 사람들은 땅끝마을이라 부른다. 큰 항아리 모양의 가로림만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썰물 때 가로림만에서 빠져 나가는 바닷물을 가장 늦게 내보낸다.

이 지역의 시인 정낙추(태안문화원장)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황금산 이마에 깃든 노을이/가로림 바다를 붉게 물들이네//바다 건너 이쪽은 만대/저쪽은 독곶/꽃피는 춘삼월 처녀, 총각 꽃바람에 들뜨더니/단풍든 가을날 시집장가를 갔다네//하루에 두 번 바다였다가 갯벌로 변하여/온갖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땅/그 바다에 기대어/처녀, 총각/자식 낳고 키우며 늙어간다네//그 바다 이름은/이슬 모여 숲/가로림만이라네

<‘가로림 바다에서전문, 정낙추>

땅끝까지 산줄기가 달려가고 가로림만을 마주보는 산줄기 동쪽 사면을 따라 민가들이 서너 가호씩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다. 마을 안까지 쑤욱 들어온 갯벌에는 염전이 있고 마을 북쪽에 만대항이 있다.

유류유출 사고를 이겨낸 주민들

​​​​​​​▲만대마을 안내판
▲만대마을 안내판

만대마을의 바다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오염이 되지 않아 온갖 어패류의 산란장이다. 주민들은 대대로 갯벌에 기대어 삶을 이어왔다. 지금도 가로림만 15개 어항에 5000여명 주민들 삶의 터전이다. 갯벌에 나가 바지락 채취, 낙지잡이에 서너시간 일하면 10만원 이상 번다.

이 마을에서 바다 건너 6km 떨어진 곳에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있다. 2007년 겨울 그곳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해 만대 마을 갯벌을 덮쳤다. 이 사고는 마을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인심도 각박해졌다.

2010년 김영희 전 이장이 마을 일을 보면서 마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름을 닦아 내며 주민들의 눈에 새롭게 다가온 것이 있었다. 당시 기름을 닦아내기 위해서는 없는 길을 만들어 바다로 가야만 했는데, 그 길 위에서 문득 바라본 마을 풍경 주민들의 마음에 다가왔다. “우리 마을이 이렇게 멋지구나!” 오늘날 연간 10만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솔향기길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한다.

주민들은 김영희 이장을 중심으로 충남도청에서 진행하는 희망마을만들기 사업에 착수했다. 주민들은 처음엔 소극적이었지만 김영희 이장은 주민들을 한명씩, 한명씩 대화로 설득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 선진지 견학을 가야할 즈음에는 버스 한 대가 모자랄 정도였다 한다.

2016년 행복마을 콘테스트 금상

▲만대강강술래
▲만대강강술래

주변의 권유로 2015년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 참가하게 된 만대마을은 충남도에서 2위를 차지했다. 비록 전국대회에 출전할 자격은 얻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

2위를 하고 돌아와 마을회의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는 결의를 다졌고 이듬해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공동문화·복지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금상 수상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만대 강강술래였다. 이는 갯마을 주민들의 생활모습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공연예술로 승화한 작품으로 만대마을의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을 주민들이 노랫말을 지은 것을 엮었다 한다.

돌아 돌아서 갱변 돌아서~ /바지락에 숨어 있는걸 호미로 콕 캐다가 ~/가마솥에 삶아먹고 시어머니 봉양하고~/만대고사리 꺾어서 우리 선양 봉양하자/굴을 따러 가자 날이 추우면 굴따러 못갈텐데 ~/날이 말끔이 개었으니 굴따러 가자 ~/솔향기 길 걸어보자 ~/용낭길도 둘러보자 당봉에서 일출보자~
<
만대강강술래 부분>

▲만대마을에서 갯벌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외지 학생들
▲만대마을에서 갯벌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외지 학생들

만대마을 마을만들기 사업에 문화적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도예가 양승호씨이다. 그는 20대 때 외국으로 가서 도자기 공부를 했고 트임기법이라는 새로운 도자기법을 창시했으며 세계를 돌며 전시회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예술가로 알려진 사람이다.

▲양은숙 이장​
▲양은숙 이장​

그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부모님은 소를 팔아 대학에 보냈다. 부모님에게 아무런 보답도 하지 못한 것을 뒤는게 깨달은 양승호 씨는 결국 귀향을 결심했고 자신의 시간 중에 절반은 오로지 부모님을 위해서 쓰겠다고 결심을 했다.

현재 이장을 맡고 있는 양은숙씨는 그의 동생으로 김영희 전 이장과 함께 만대마을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이다. 그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에 유치원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부부가 갯벌에 의지해 쉽게 정착한다는 것이다.

 

 

​▲솔향기길에서 본 가로림만​
​▲솔향기길에서 본 가로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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