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마을만들기사업,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❺영광 지내들영농조합법인(최종회)
■ 기획취재 / 마을만들기사업,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❺영광 지내들영농조합법인(최종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0.12.30 12:57
  • 호수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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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수매 폐지로 판로 막히자 영농조합법인 설립

전국 최우수 마을기업 선정…농촌 미래 이끌 ‘동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순례 지내들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순례 지내들영농조합법인 대표

전남 영광군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이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지난 91일 세종시에서 열린‘2020년 전국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전국 1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은 영광의 대표 작물인 보리를 직접 생산 또는 계약 수매해 판매해 201967000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역 자원을 주민 스스로 발굴해 사업화하는 마을단위 사회적 경제조직인 마을기업이 2019년 말 기준 전국에 1556곳이 설립·운영 중이며 뉴스서천 취재팀이 지난 10월 전남 영광군 군남면 포천리에 있는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을 다녀왔다.<편집자>

▲영광군 군남면 포천리 지내들
▲영광군 군남면 포천리 지내들

보리수매제 폐지 딛고 일어선 조합 설립

전남 영광군 군남면 포천리는 평범한 남도의 농촌마을이다. 나지막한 산을 마을 뒤에 두고 마을 앞으로 흐르는 불갑천 주변에 논들이 있다. 예로부터 수확이 끝나면 그 논에 보리를 파종해 2모작 농사를 지었다. 밭이 거의 없어 내놓을만한 특산물도 없다.

영광군 군남면 일대는 2010년 전국 유일의 보리산업 특구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3년 보리수매제 폐지로 마을은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수백 년 이어온 터전을 떠날 수도 없어 늘 함께 농사를 지어온 마을공동체가 똘똘 뭉쳐 방법을 찾아나갔다. 이때 설립한 것이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이다. 처음 마을 주민 9명이 참여해 설립했다.
김순례 대표는 “2013년에 보리수매제가 폐지되자 정말 막막했다당장 28톤차를 채워야 내다팔 수 있는데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집들이 대부분이라 이집저집에서 수확한 보리를 다 모아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보리를 내다팔아도 농가들 주머니는 텅텅비었다결국 마을 주민들끼리 의논끝에 보리를 직접 도정해 보리쌀로 팔아보자는 데 뜻을 모았고 9명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마을에서 생산하는 찰보리를 활용해 보리도정공장을 운영하고 상품을 개발했다. 보리 농사에서부터 도정, 상품 판매까지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한 것이다. 소규모 농가들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조합 설립을 통해 달성한 것이다.

▲보리 도정공장
▲보리 도정공장

2013년 전남예비형마을기업을 시작으로 2014, 20152년 연속 행안부 마을기업에 선정된데 이어 2016년 온라인을 활용한 마케팅을 시작한 후 대형마트·백화점 입점 등 판로를 확보해나갔다. 특히 신제품이 출시되면 각종 박람회 등에 참가하는 등 전국을 누비며 영광 찰보리 알리기에 매달렸다.

매년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연간 800여톤의 보리를 유통하고 있다. 출자자 21명을 포함해 8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매출도 20141억원 미만에서 지난해 68000여만원을 기록했다.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로 경쟁력 확보

▲지내들 잡곡
▲지내들 잡곡

지내들녘에서 생산되는 찰보리쌀을 직접 재배해 수확은 물론 도정까지 모두 주민들의 손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잡곡은 약곡이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우리 잡곡들을 상품으로 포장해 소비자들에게 우리잡곡을 제공하고 있다.

지내들 영농조합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착하다 지내들은 다양한 품종의 보리와 잡곡을 활용한 가공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섯가지 품종을 섞은 오색찰보리쌀이 가장 인기품목이며 올해 새롭게 출시된 곡물라떼 파우더도 간편한 건강식으로 찾는이들이 많다. 또 보리차, 보릿가루를 비롯해 재아찰보리, 흰찰보리, 흑보리, 강호청보리, 자수정보리, 쌀보리 등도 판매하고 있다.

조합은 생산자들로부터는 시중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매를 하고 도정을 해서 포장한 상품은 시중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찰보리 2kg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5000원이다.

주식인 쌀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보리지만,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 지내들 찰보리를 더욱 안전한 식품과 다양한 각종 디자인 제품으로 개발해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공동체 정신으로 지속가능 농촌 실현

지내들영농조합의 가장 큰 자산은 살아있는 두레정신, 즉 공동체 정신이다. 오랜 기간 공동경작을 해 온 마을의 전통이 현대의 영농조합법인과 마을기업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영광에서도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초고령화 지역이지만 이들의 성공은 지역 청년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학업과 직장 등을 위해 출향했던 젊은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기업에 하나둘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은 물론 농기계 사용이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기계를 빌려 사용법을 공유하고 농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고령의 어르신들도 작지만 마을기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마을에서 수확한 보리나 팥, 콩 등을 손질하는 일을 하고 있다.

▲원료를 외부에 맡겨 생산해온 유기농 보리차
▲원료를 외부에 맡겨 생산해온 유기농 보리차

 

지내들영농조합법인에는 5명의 상근자가 일하고 있고 수확기에는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지내들영농조합은 수익금이 거의 없다. 매출액의 80%를 계약재배 대금으로 농가에 돌려주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마을회관, 5월에 열리는 지역축제에 협찬을 이어오고 있으며 마을 어르신들과 보리막걸리 제조·판매 등 정기적인 문화체험 활동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진 대구 지역 미혼모협회에 농산품도 기부했다.

김순례 대표는 “2016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외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고 하나둘 청년들이 고향으로 내려와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출향인들이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잇고 있고 일부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청년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남형 예비마을기업부터 시작해 행안부 마을기업까지 선정되며 기반을 마련해갔다행안부 최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우리 공동체 개개인과 지역주민들의 협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영광/허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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