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니티’와 ‘승천하는 서룡…’
어메니티’와 ‘승천하는 서룡…’
  • 뉴스서천
  • 승인 2004.01.16 00:00
  • 호수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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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어떤 뜻을 이루려고 몸부림을 치기에 앞서 그 뜻을 말로 얘기한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나려 애쓰는 서천군도 마찬가지다. ‘어메니티 서천’을 위한 서천군의 노력에 군민의 한 사람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군정의 방향 설정부터가 참 알맞다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메니티’라는 말 앞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고등학교 2학년들에게 물었다. 안다고 말하는 학생이 없다. 고3들에게 물어도 거의 마찬가지다. 서천군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나소열 군수님의 ‘어메니티 서천 만들기 어프로치’ 정도를 읽어야 ‘아하, 이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가 된다. 젊은 군수님의 새 비전을 담았으되 아직 너무 멀어 아쉽다.
차차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할 수 도 있으나 외국말을 하나도 안 배운 어른들을 비롯한 많은 서천 사람들과 서천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말이다.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으면 군정도 멀게 느껴진다. 이럴 때 서천 사람들은 그런다. ‘제기럴, 뭘 알어야 면장허지!’ 어메니티가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며 돌아앉는 거 같다.
말의 쓸모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있다. 말은 겨레의 얼이 담겨 있는 문화의 총 목록이라는 생각과 서로의 뜻을 주고받는 의사 소통의 도구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어메니티’에 서천군민의 얼이 담겨 있을 리 없고 뜻도 잘 통하지 않으니 아직은 말로서 쓸모가 별로 없는 셈이다.
참되고 좋은 말은 쉽고 알맞다. 어렵고 나쁜 말은 어떤 사람들을 따돌리거나 잘못된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도 한다.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가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정의 사회 구현이 전두환의 폭력과 억압 정치를, 부동산 재(財) 테크가 일부 기업과 복부인들의 땅 투기를 포장하면서 대다수 서민들을 따돌리고 특권층이나 부유층을 감싸고돈 내력은 잘 알려져 있다.
서천군이 의도적으로 유식한 사람만 의식하고 가방끈 짧은 사람들은 따돌리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것이고, 장기적인 과제로는 몰라도 당장은 군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쾌적한 서천, 기분 좋은 사람들’ 정도로라도 풀어쓰거나 군민들에게 공모하여 군민들이 결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명색은 참여정부인데 표 찍어주는 거 말고는 별로 참여할 일도 없는 군민들도 생각하자는 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서천의 미래를 설계해 보라고 연구는 맡길 수 있지만 서천을 발전시키는 일까지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천군민을 믿고 군민의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한다. 따라서 군민의 힘을 모으기 위한 구호를 정하는 일부터는 서천군민이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학교도 재작년에 상금을 걸고 으뜸 명문고 만들기 구호를 모았다. 주민께서 지어주신 ‘보람찬 학창시절 든든한 서고에서’와 학생이 지은 ‘승천하는 서룡 다시 뜨는 서고 신화’ 등이 뽑혔다. 학교장부터 학생들까지 ‘승천하는 서룡 다시 뜨는 서고 신화’를 가슴에 새기고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구호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
이웃들을 보아도 말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만세 보령’이나 ‘낙토(樂土) 서산’ 쯤은 그냥 알 만하다. 칠갑산을 지나다보니 ‘전국 제일의 청정 지역’이다. 개발에서 뒤쳐진 아쉬움과 분노 대신 자연을 잘 지켰다는 청양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에 코드니, 로드 맵이니, 테스크 포스 팀이니 하다가 우리말 발전의 걸림돌로 뽑히고서야 말을 바로 고쳤다. 하지만 하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잘못을 알고도 버티는 게 문제지 더 좋은 것으로 고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제라도 서천군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함께 참여하게 할 수 있는 구호로 바꾸거나 ‘어메니티’가 정착할 때까지 사용하게 쉬운 구호를 하나 더 만들자. 군이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신문과 각 읍, 면이 앞장서서 군민의 뜻을 모으고 출향 인사들까지 동참하여 서천 발전의 원동력을 서천 사람의 힘과 슬기를 모으는 데서 찾는 계기로 삼자. 어려운 말로 앞장서 이끌려만 하지 말고 군민들이 발벗고 나서서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마당을 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교육부 혜택을 많이 받지 않은 한 친구가 ‘어메니티’가 무슨 뜻인지 영 몰라 그냥 ‘어메 니 티 내냐’인가 보다 했다는 너스레를 떨어 웃긴 웃으면서도 괜히 가슴이 뜨끔했음을 고백한다.
또한 서천을 대표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서천 사람들이 아쉬운 점이 있거나 뭐가 불편하고 맘에 안 들어도 어지간하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넘어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군민들의 뜻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 주셨으면 좋겠다. 순박한 우리 군민들이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는 것일 뿐 아무 생각조차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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