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 칼럼 / 지자체 감사관을 주민직선으로 뽑는다면?
■ 하승수 칼럼 / 지자체 감사관을 주민직선으로 뽑는다면?
  • 하승수(변호사,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 승인 2021.02.04 11:20
  • 호수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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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변호사.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하승수(변호사.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지난 연말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들이 존재한다. 특히 읍··동에 구성되고 있는 주민자치회의 설치근거를 삭제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법은 다시 개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동 주민자치회의 설치근거를 법률에 두고, 농촌에서는 읍·면의 실질적인 자치권을 보장하며, 도시에서는 동 단위에서 다양한 마을자치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보면,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별도의 다른 법률에서 정하도록 다시 위임을 했다. 예를 들면 주민발안제도(조례의 제정·개정·폐지청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을 통해, 청구권자, 청구대상, 청구요건,청구절차 등을 규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기존에 있던 조례의 제정·개정·폐지 청구제도보다 더 강화된 내용의 주민발안제도를 만든다는 전제하에 마련된 조항이다. 기존에도 주민들이 서명을 해서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 집행부를 거쳐서 지방의회로 안건이 제출되는 과정을 밟아야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집행부가 요건이 안 맞다며 주민들이 애써 서명한 조례청구를 각하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정부가 주민발안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던 것이다.

앞으로 입법과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작년 7월 정부가 국회에 발의한 주민 조례 발안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보면, 주민들의 참여권이 지금보다 확대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민들이 일정 숫자의 서명을 하면 지방자치단체 집행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방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조례안 주민발안을 위해서 받아야 하는 서명 숫자도 지금보다는 줄어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민발안된 조례안을 접수한 지방의회는 1년 이내에 조례안에 대해 의결을 하는 것으로 처리시한도 명시해 놓았다. 이런 정도의 법률안이 통과된다면, 지금보다는 주민참여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법에서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한 또 다른 중요한 사항도 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4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을 다양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선으로 뽑고, 지방의회도 직선으로 뽑는 방식이다. 이것을 기관대립형이라고도 부르는데, 집행부와 의회를 각각 따로 뽑아서 상호 견제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지방의회를 압도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 권력구조는 강시장-약의회형이라고 분류된다.

문제는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획일적으로 이런 권력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가 1만이 안 되는 울릉군과 인구가 119만에 달하는 경기도 수원시가 같은 권력구조를 가질 이유는 없다.

다른 나라의 지방자치를 보면, 한 나라안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지방자치단체 권력구조가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선으로 뽑지 않고 지방의회가 간선으로 뽑는 형태도 있다. 또는 시장은 명예직으로 하고, 지방의회가 고용한 전문가가 행정을 총괄하게 하는 형태도 있다. 시장과 소수의 위원(의원)을 선출해서 일종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는 형태도 있다.

미국은 지방자치의 백화점이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 독일, 영국도 한 나라 안에서 여러 형태의 지방자치단체 권력구조가 존재한다.

앞으로 이와 관련해서도 별도의 법률이 만들어지게 되면, 대한민국에서도 여러 형태의 지방자치단체 권력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최종 선택은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논의가 일정한 틀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단지 지방자치단체장을 어떻게 뽑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내부를 개혁할 수 있는 방향의 논의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시의 경우에는 감사관을 주민직선으로 뽑아서 시장을 견제.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 유명무실한 지방자치단체 내부감사제도를 생각하면, 우리도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최종 선택은 각 지역에서 하는 것이다. 국회가 만드는 법률에서는 가능성만 열어 놓으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작년 연말에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으로 지방자치제도가 주민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혁되려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지역에서부터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토론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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