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못살겠다, 이주시켜 달라”
“무서워서 못살겠다, 이주시켜 달라”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2.25 09:42
  • 호수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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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 지중화 요구 가두행진 벌인 홍원마을 주민들
▲조덕환 미세먼지·철탑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조덕환 미세먼지·철탑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지난 23일 아침 서천읍 특화시장에 서면 홍원마을 주민들이 모여 가두행진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세먼지·철탑피해 대책위원회에서 신서천화력발전소 송전선이 지나가는 홍원마을 구간의 지중화를 요구하는 시위였다.

서천화력발전소가 들어온 후 이 마을 주민들은 미세먼지와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를 겪어왔다. 대책위에서는 그동안 마을 주민 32명이 뇌질환, 심장질환, 폐질환, 백혈병 등으로 사망했으며, 현재에도 28명이 투병중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조덕환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만났다. 주민들 건강은 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또 한 분이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그 집안 형제 둘이 병을 앓다 돌아가셨어요. 심장병, 돌연사. 한 집안이 망했어요.”
그의 말에는 절박함이 배어있었다.

이제 5월이면 본격적으로 발전소 가동을 한다는데 송전하는 전기 양이 예전보다 두 배 반 많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어.”

20157월 착공한 신서천화력발전소는 1000급 규모이다. 홍원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양쪽에 높은 철탑이 서있고 가옥 위로 지나가는 송전선을 목격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홍원항과 동백정 등 관광지를 옆에 낀 마을에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예약한 손님이 와서 머리 위에 철탑이 있는 것을 보고 예약 취소를 하고 그대로 돌아가기도 한다.

신서천화력이 들어서면 이런 문제들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알았다 한다.

이들은 주민들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상여를 뒤따라 군청 앞까지 왔다.

이대로는 무서워서 못살어요. 이주를 시켜주든지 해야지. 군수님이 앞장서서 우리들 사정을 위에다 얘기해 줘야지요.”

▲군청 앞 마당 시위 현장의 홍원마을 주민들
▲군청 앞 마당 시위 현장의 홍원마을 주민들

군청 앞마당 시위 현장에 앉아있는 한 할머니의 말이다.
조덕원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의 한 구절이다.

중부발전과 한전은 서면지역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에 대해 다른 지역의 선례가 되기 때문에 난감하다는 근거없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서면지역, 특히 홍원마을은 다른 지역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고압송전선로가 설치되어 있다. 마을 한 복판을 가로지르면서 고압송전선은 지붕 위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주민들의 일상 생활 공간 위를 아주 낮게 관통하고 있다. 전국의 어느 지역도 홍원마을과 같이 위험하게 고압송전선이 설치된 곳이 없는데도 타지역의 선례 등을 운운하면서 주민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인 전자파를 방출하는 고압선을 지중화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중부발전은 곧 신서천화력발전소 1·2호기를 가동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홍원마을을 통과하는 154kv 송전선
홍원마을을 통과하는 154kv 송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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