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 칼럼 / 관변단체 보조금, 이대로 좋은가?
■ 하승수 칼럼 / 관변단체 보조금, 이대로 좋은가?
  • 하승수(변호사,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 승인 2021.02.25 10:16
  • 호수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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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완주군이 2021년 예산에 새마을회관 건립비 지원예산을 포함시킨 문제 때문에 열린 토론회였다.

내용을 보니, 완주군이 총 20억 가까운 보조금 예산을 새마을회에 지원해서 새마을회관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건물이 완공되면 소유권이 새마을회에 있는 형태이다. 그야말로 세금으로 건물 하나를 지어주는 셈이다. 그리고 작년 연말에 전체 건축비 중 설계비 예산 12천만원을 완주군의회에서 우선 통과시킨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라고 할 수 있는데, 절차적인 문제까지 있었다. 작년 연말 당시에는 완주군의 새마을운동조직 지원조례에 새마을회관 건축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2014년 개정된 지방재정법에서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에의 지출근거가 조례에 직접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 법에서는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건물을 짓는 건축비 지원은 조직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볼 수 없으니, ‘새마을 운동조직 육성법이 지원근거가 될 수 없고 조례에 근거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뒤늦게 완주군은 올해 1월에 새마을 운동 조직 지원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를 했다. 조례가 없는 상태에서 새마을회관 건축비를 지원하면 지방재정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급하게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사 조례가 개정된다고 해도, ‘예산부터 먼저 통과시키고 사후에 조례를 개정하는 것은 절차위반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한 특정 단체에게 세금으로 건물을 지어주는 것은 예산낭비로 볼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 모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 특정단체가 소유할 건물 마련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예산을 써야 할 곳이 얼마나 많은가?

문제는 이런 완주군의 사례는 한 예일 뿐이라는 것이다.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새마을회관 건축비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 줬다. 그렇게 지어진 새마을회관의 공간 일부를 업체에게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아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또한 여전히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매년 운영비와 사업비를 새마을조직에게 지원해주고 있다. 새마을 조직뿐만 아니라 바르게살기운동, 자유총연맹에게도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자발적으로 결성된 많은 민간단체들이 공모절차를 통해 사업비만 지원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운영비 지원 액수도 단체별로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달한다. 게다가 새마을지도자 자녀들에게는 장학금까지 지급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특정단체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이렇게 특혜를 받으니, 여전히 새마을, 바르게, 자유총연맹에게는 관변단체라는 딱지가 붙어 다닌다. 스스로는 국민운동단체라고 하지만, 외부에서는 관변단체로 보는 이유도 바로 특혜의 고리를 끊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마을, 바르게, 자유총연맹이 아예 보조금을 지급받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민간단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업비만 보조받으라는 얘기이다. 더 이상 운영비를 받는 특혜를 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회관건립비를 지원받는 것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만약 이 단체들이 우리에게 주던 운영비 예산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써 달라고 스스로 얘기한다면 지역사회로부터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지금의 시대에 이들 단체들이 관변의 딱지를 떼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 단체들을 지원하는 법률들을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 1980년 군사독재정권이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불법적 기구를 통해 만든 새마을운동 조직 육성법을 포함해서 바르게, 자유총연맹을 지원하는 법률들은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법률들이다. 이제는 이 법률들을 폐지해서, 이 단체들이 자율적인 민간단체로 다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사회의 건강성도 강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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