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분석 / 서산공항 꼭 필요한가?
■ 심층분석 / 서산공항 꼭 필요한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3.24 11:50
  • 호수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남도, 공항없는 유일한 지자체…반드시 필요하다

경제적 타당성 확보 의구심…서해선 개통시 중복투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되었던 동남권 신공항이 오는 47일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으로 되살아나며 논란이 뜨겁다. 이에 충남의 정치권에서도 서산공항 추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15일 오전 도청 중회의실에서 진행된 133차 실국원장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서산민항 챌린지에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서산민항은 도민의 항공서비스 제공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15개의 공항(인천공항 제외)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공항의 추진 과정과 운영실태에 대해 알아본다.

 

지역개발 미끼 선거공약으로 추진

대규모 토목공사는 대부분 지역개발을 미끼로 한 정치꾼들의 선거공약에서 비롯되었다. 이 가운데 대선 공약 차원의 수천억 원씩 들어가는 굵직한 토목공사가 비행기가 뜨고내리는 공항건설 사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천공항과 함께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 대구공항, 포항공항, 울산공항, 사천공항, 광주공항, 원주공항, 여수공항, 군산공항, 양양공항, 무안공항, 15개 공항이 있으며, 이 가운데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청주공항, 양양공항, 무안공항은 국제공항이다.

청주국제공항은 1983년 아웅산 사건 이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북한의 장거리포 사정거리 밖에 있다는 이 지역 국회의원의 말에 이끌려 처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당성 문제가 논란이 돼 흐지부지되는 듯했으나 대선 때마다 이 지역 표를 의식한 후보들이 충청 지역발전이란 명분을 앞세워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결국 19974월에 개항했다. 건설비로 3200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하루 이용객이 1000명 안팎(연간 처리능력 299만 명)에 그쳐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개항 첫해 58억 원의 적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매년 50억 원대의 손해를 보고 있다. 지난 2019년에도 53억 원의 적자를 냈다.

3567억 원이 들어간 양양공항 역시 강원도 동해안 관광지를 국제규모로 개발한다는 취지의 대선공약으로 건설을 시작하여 동북아의 또 다른 허브(Hub중추)공항이라는 꿈을 안고 20014월 개장했다. 그러나 개장 직후 항공기 이 착륙료, 계류장 사용료 등 각종 수입을 모두 합해도 한 달간 벌어들이는 돈이 2500만 원 선에 불과 월 3천여만 원에 달하는 전기요금도 감당 못했다.

380여억 원을 들여 기존의 청사를 증축하여 6년의 공사 끝에 200212월 말 개항한 예천공항도 마찬가지였다. 개항 이후 하루 한편이던 예천제주 노선마저 200311월 비수기를 맞아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연간 100만 명의 승객이 이용 가능한 규모지만 2003년 하루 평균 여객은 52, 평균 탑승률은 45%에 지나지 않았다. “공항 갈 시간에 집에서 차 몰고 떠나지. 고속도로 만들 때 공항 짓는 걸 그만뒀어야 옳았어예예천시에 사는 주민들의 말이었다. 예천공항 역시 80년대 후반 경북 북부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민들의 교통편의와 화훼단지 수출촉진 등을 위한다며 하나같이 공항건설 공약을 내걸었었다.

지어놓고 사용 못하는 울진공항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무안공항, 울진 공항, 김제공항을 더 추진했다.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3164억원이 투입된 무안공항은 원래 노후한 광주공항의 국내선을 대체하고 신규로 국제선을 도입해 서남권 신공항의 역할을 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2005년 개장 일정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울진공항의 뒤를 잇는 듯했지만 200711월 국제노선만 취항한 채 개장했다. 지역주민 반대로 광주공항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김제공항은 전북발전을 앞당길 국책사업이라며 96년 총선과 97년 대선을 거치면서 탄생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영호남의 공항 숫자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김제에도 공항이 필요하다며 세게 밀어부쳤다는 것이다.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 일원 427000평에 총사업비를 1474억원(보상비 402억원, 공사비 1072억원)이 들어가는 김제공항은 2003년까지 토지의 74%, 건물의 97%를 매입하고 2002년 공사도 발주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003211일 전북순시 중 김제공항과 관련해 거품을 뺀 상태에서 깊이 있게 검토한 뒤 얘기하면 좋겠다는 신중론을 펼쳤고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김제공항은 현재 토지보상작업이 진행 중으로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속철도 개통 이후 수요추이 등을 분석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를 재점검할 계획이라며 백지화 됐다.

군산공항에서 전주까지는 2001년 고속도로 개통으로 불과 30분 거리이며 김제공항까지는 27km 떨어져 있다. 그러나 전북도는 2010년 이후 여객수요를 자신하며 조속한 착공을 건의했다. “새만금방조제만 연간 25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오며, 군산경제자유지역과 새만금지구에 생산·물류중심기지가 형성되고 생물·대체에너지·문화산업이 집중 육성되면 항공수요는 크게 늘게 돼있다고 말했다. 토지 이용도 정해지지 않았고 어떤 재앙이 닥쳐올지도 모를 새만금간척사업을 볼모로 잡고 공항부터 짓자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백지화된 새만금국제공항이 또다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고 설계에 들어간 새만금 공항은 2024년 착공해 8000억원을 들여 2028년에 완공한다는 것이다.

경북 울진공항은 1315억 원을 들여 공사의 84%가 완료된 상황에서 2004년 감사원의 사업 재조정 요구로 사실상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10년에야 비행훈련센터로 아예 용도가 변경돼 사용되고 있다.

공항=지역발전정치꾼의 표몰이

이같은 지방 공항의 난맥상은 사업성보다 선거를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 시작돼 정치 논리로 추진되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지어진 공항들에는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딴 별명이 있다.

무안공항은 일명 한화갑 공항으로 불린다. 김대중 정부 당시 실세로 꼽혔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공항 추진에 앞장서 붙여진 별칭이다.

울진공항은 일명 김중권 공항으로 불린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김 전 실장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때 폐쇄 논란에 휩싸였던 청주공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었고 폐쇄된 예천공항은 5공 실세였던 유학성 씨가 힘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 공항이 이처럼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이유는 총선·대선을 앞두고 공항은 곧 지역 발전이라는 논리로 표몰이가 필요했고 이렇게 달아오른 지역 정서가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예타면제로 추진되는 가덕도·새만금 공항

부산과 거제도 사이에 있는 섬 가덕도에 대형 국제공항을 짓기 위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접근성도, 안전성도,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가 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특별법은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핵심이다.

예비타당성조사는 1997년 후반 IMF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재정과 공공부문의 효율성 · 투명성 제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도입된 법제로 기획재정부(국가연구개발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한다. 국가재정법 제381항에 따라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 중, 건설공사나 정보화 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기타 사회복지·보건·교육·노동·문화 및 관광·환경 보호·농림해양수산·산업·중소기업 분야 사업(이하 기타 재정사업’)을 조사 대상으로 하며, 단 동법 제382항에 따라 공공시설, 문화재, 국가안보, 남북경제협력, 재난예방, 지역균형발전 등 10가지 사업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법의 시행으로 많은 난개발 사업이 걸러져 국세 낭비를 줄였다. 그러나 현재 새만금국제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

 

만성적자 시달리는 지방공항

최근5년 지방공항 당기 손익 현황
최근5년 지방공항 당기 손익 현황

 

 

 

 

 

 

 

 

 

 

 

 

도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하게 민간 공항이 없는 충남도가 민간 공항을 유치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2015년 말을 기점으로 타당성 조사 등을 위한 국비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미 제20전투비행단이 사용하는 비행장에 2본의 중형 활주로가 있기 때문에 새로 공항을 짓는 데에 비해 10%에 불과한 490억 원으로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간 64만명의 이용객이 예상된다며 한때 2022년까지 민간공항 유치가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도 돌았으나, 2019년 들어 제주공항의 포화 상태로 제주 제2공항이 개항하는 2025년까지는 서산공항 추진이 불가하다는 국토부의 발표가 있었다.

서산공항이 개장한다면 거리상 서산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부산 및 제주행 노선에 한정될 것이다. 또한 서해선이 개통되면 해당 지역(홍성, 내포신도시, 당진)의 서울, 특히 김포공항역으로의 접근성, 조금 더 나아가 인천국제공항까지의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할 정도의 수요인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 공항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아 항공사가 도산하는 가운데 적자 폭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공항 건설을 추진한 지자체는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현재 14개 지방공항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적자 공항의 손실을 김포·제주·김해에서 나는 이익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로서는 정치인이 나서서 수천억 원의 국세를 끌어들여 공항을 짓고 완공 후 적자가 나더라도 책임지지 않으니 일단 공항을 짓고 보자는 심리가 앞설 수밖에 없다. 이에 적자 공항의 손실을 지자체가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