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동백정은 어떻게 서천 1경이 되었나
■ 모시장터 / 동백정은 어떻게 서천 1경이 되었나
  • 김윤수 칼럼위원
  • 승인 2021.04.01 09:18
  • 호수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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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칼럼위원
김윤수 칼럼위원

가까운 지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동백정이 서천 제 1경이 되었나?” 지인이 대답했다. “동백정 주위에 1자로 서있는 굴뚝과 송전탑 때문일 거야.” 지인은 장난이 심했다는 듯 머뭇거리더니 사실 서천의 실상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소라서 1경이 아닐까하고 부연했다. 극과 극의 대립이 공존하는 곳. 나는 지인의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서면 마량리 바닷가 낮은 언덕에는 500여년 수령의 동백나무 숲이 있다. 서면 마량리에는 1자로 서 있는 큰 굴뚝을 가진 거대한 규모의 화력 발전소가 있다. 발전소의 뒷길을 끼고 따라 가다가(처음 방문했을 때는 동백정이 발전소 소유의 정원이라고 착각했다) 언덕 위 돌계단을 올라가면 동백정이 있다. 이곳에 8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흩어져 자라고 있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동백나무숲으로서 동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상에 위치하고 있어 식물 분포학적 가치가 높다. 또한 풍어제 및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숲으로서 문화적 가치도 높아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언덕 위 정상의 동백정에 올라가면 동해 못지않게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와 오력도, 아름다운 낙조가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문제는 이렇게 경관이 수려한 곳에 세워졌던 서천 화력발전소의 기존 무연탄발전소 2기를 시설 노후화로 폐쇄하였다가 아니라 이를 대체할 신서천화력발전소(1,000MW 1GW)를 착공하였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다보니 서천군은 자연히 지방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전력이 산업 에너지와 도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불평등한 구조 속에 맞물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와 소음, 고압송전탑 철거 및 고압송전선로의 지중화 등의 문제를 지역민과 함께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화력발전소의 경기부양책이나 세수가 군민들의 행복한 삶과 정의로운 지역발전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기여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난 221뉴스서천에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는 데에 찬성을 했던 노박래 군수는 홍원마을 주민들의 화력발전소의 송전선 지중화 요구와 그 문제해결에 대해 군수가 다른 사람들처럼 정치적 발언이나 확실치도 않는 얘기를 할 수 없어서 표현을 자제했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한국전력과 중부발전이 서로 해결책을 미루는 가운데 서천군도 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피해대책위원회의 지루한 싸움이 염려된다. 밀양 송전탑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무리한 생각일까.

얼마 전에 타지역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동백정을 찾은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거대한 화력발전소의 소음과 불빛을 대한 손님들은 동백정 주차장에서 곧바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화력발전소는 자연 풍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경한 모습으로 자연과 사람을 위압하는 듯했다. 많은 건설비용과 유지비용에도 불구하고 혹은 동백정 주변 해안을 복구한다 하더라도 화력발전소의 존립 자체는 동백정의 동백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더이상 동백정을 찾고 싶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천 화력발전소는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이 필수적인 이 시대에, 어쩌면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서천군에서 가장 감추고 싶은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생태도시란 환경오염 물질을 최소로 배출하면서 사람과 자연 혹은 환경이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쾌적한 환경에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최대치의 에너지 효율을 재생 에너지에서 얻으며 건축 및 교통, 폐기물 처리가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도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서천에 와 보고 싶어 하는 지인이 많다. 전에는 동백정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동백정만은 반드시 데려가려고 한다. 서천 제 1경이라는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는 화력발전소의 아이러니한 조합은 그 어디에서도 구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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