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난형난제難兄難弟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난형난제難兄難弟
  • 송우영
  • 승인 2021.04.01 09:22
  • 호수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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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신어世說新語 덕행편德行篇6-8문장에 진원방의 아들인 장문은 똑똑했고 재주가 있었다. <진원방자장문유영재陳元方子長文有英才> 어느날 진원방의 아들 장문과 진계방의 아들 효선은<여계방자효선與季方子孝先> 자신들의 아버지가<장문과 효선은 사촌지간임> 더 똑똑하고 공덕이 있다며 서로 자신의 아버지 공로의 우열을 논하고 있었는데<각론기부공덕各論其父功德> 논하다가 우열을 가릴 수가 없어서<쟁지불능결爭之不能決> 할아버지인 태구현 현감을 지낸 진식에게 물으니<자어태구咨於太丘> 할아버지 진식이 말한다.<태구왈太丘曰>

모두 훌륭하여 진기원방을 형이라 하기도 어렵고<원방난위형元方難爲兄> 진심계방을 동생이라하기도 어렵구나<계방난위제季方難爲弟>” 라고 답했다. 여기서 유명한 고사성어 난형난제難兄難弟가 나왔다. 진식陳寔은 중국 한나라 후한後漢때 사람으로 자를 중궁仲弓으로하는 태구현太丘縣 현령縣令을 지낸 학식學識과 덕망德望이 빼어난 인물로 그에게는 진기陳紀<원방元方>와 진심陳諶<계방季方>이라는 불세출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들 세부자를 일러 삼군자三君子자 불렀다.

이쯤에서 읽는 독자들은 진식陳寔의 자에 대해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당시 가례家禮에 따르면 자는 일반적으로 13-17세쯤에 이른 남자아이가 성인식을 할 때 부모의 염원을 담아 스승이 지어주는 것이 관례인데 문제는 진식의 자를 중궁仲弓으로 했다는 점이다. 중궁은 공자의 제자로 성은 염이고 이름은 옹인데 공자보다 29세 연하인 노나라 사람으로 극도로 가난한 집안 출신임에도 오로지 공부만으로 학문과 덕행에 뛰어나 공문십철 중 한 사람이 되었으며 특히 덕행德行에 뛰어난 안연, 민자건, 염백우와 더불어 공문덕행4인방에 속하는 인물이다.

공자는 이런 중궁을 평하기를 군왕의 지위에 오를만하다<子曰雍也可使南面.論語雍也6-1>” 라고 그의 인품과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그는 마음이 넓었으며, 사마천은 자신의 책 사기史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에 따르면 공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평가한다.

공자왈孔子曰, 집 밖에서 사람을 대할 때는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했으며<출문여현대빈出門如見大賓> 백성을 다스릴 때는 큰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백성에게 예를 다했으며<사민여승대제使民如承大祭>, 나라에서 국정을 논할 때는 백성들이 원망하지 않도록 했으며<재방무원在邦無怨>, 집안에서 일 처리할 때에도 집안 사람 모두가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재가무원在家無怨>”

이쯤되면 중궁이라는 인물은 참으로 훌륭하다는 말이 명불허전이리라. 왕충王充은 자신의 책 논형論衡85자기自紀편에서 염백우는 병으로 누워 일어나지 못했으나<백우침질伯牛寢疾> 중궁은 건강하며 청결했다<중궁결전仲弓潔全>”고 기록한다. 나라 대덕戴德이 편찬한 책 대대례기大戴禮記 위장군문자편衛將軍文子篇에 위장군 문자가 자공에게 중궁의 인물평을 부탁하자 자공은 이렇게 답한다. “중궁은<왈중궁자曰仲弓者> 자신의 분노를 남에게 옮기지 않으며<불천노不遷怒>, 남을 속으로 원망하지도 않으며<불심원不深怨>, 남의 잘못을 기억하지도 않는다.<부록구죄不錄舊罪>

이것이 염옹중궁의 행실이다.<是冉雍之行也> 이처럼 진식의 아버지는 아들을 공자의 제자 염옹중궁으로 준칙을 삼고 그와 같이 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아들이 성인식에 이르러 아들의 스승으로 하여금 아들의 자를 중궁으로 짓게 했으며 또한 아들을 중궁처럼 공부를 시켰던 것이다. 그러한 아버지의 애씀으로 인해 진식은 중궁처럼 학식과 덕행이 뛰어난 인물이 됐고 또 그의 두 아들 원방과 계방 또한 훌륭한 아들이 되었으며, 그의 손자 장문과 효선이 자신의 아버지가 더 훌륭하다며 말씨름을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난형난제라는 할아버지의 답변이 천고에 백록을 울리는 고사가 나온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집안이 또 있을까. 잊지말아야 할 것은 자녀를 낳아 양육함에있어 부모 된 자는 먼저 자녀에 대한 뜻을 세우되 성현으로 그 기준을 삼아야 할 것이며, 또 그 기준에 부끄럽지 않게 공부를 하도록 해야한다. 그 이후는 하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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