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깨달아 나갈 때 희열을 느낍니다"
"하나하나 깨달아 나갈 때 희열을 느낍니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4.22 01:35
  • 호수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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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공부하지 못합니다"
서천서당 훈장 우농 송우영 선생
▲우농 송우영
▲우농 송우영

화창한 봄날을 맞아 문산리 금복리 온갖 꽃들과 새로 돋아난 나뭇잎으로 산색이 현란하다금복리 한 골짜기에 있는 서천서당의 한학자 우농(愚農) 송우영 선생을 찾았다.

그의 서실 한 벽면을 차지한 <이조실록>이 눈에 확 들어왔다.

북한 여강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한 건데 300권 전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먼저 번역돼 나온 후에 남한에서 이를 참고해 <조선왕조 실록>을 번역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쉽게 검색해서 볼 수 있습니다다만 학생들 가르칠 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일부분을 읽게 한다는 것이다.

서천서당에서 공부한 이창민과 그의 동생 이창희의 소식을 물었다.

눌초(이창민의 아호)는 작년에 한국고전번역원에 입학시험에 합격해서 현재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3년 과정을 마치면 승정원일기 번역팀에서 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생 계초는 음악을 공부하고 있고 내년에 미국 유학을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한학을 공부했는데 음악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선비는 모름지기 육예(六藝)를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세우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지켜가는 데에 악이 필요합니다

육예란 -----(禮樂射御書數)’를 말한다. 요즘에야 신분이나 직업에 귀천이 없으니까 선비란 말은 교양인이란 말로 바꿔도 될 것이다.

공자 맹자의 고대유학과 구분하여 성리학을 중세 유학이라고도 하는데 그 핵심 철학은 이기이원론이다. 이를 완성한 사람은 남송의 주희였다. 당시 주희가 살던 시대는 참으로 암울했던 시기였다. 요나라와 형제의 연을 맺고 해마다 명주 20만필과 은 10만냥을 바쳐야 했던 송이 요나라를 물리치고자 금나라를 끌어들여 요를 멸망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금에게 중원을 내주고 장강 이남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태어난 것이 이기이원론이다. 즉 금나라가 송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은 열등하고 사악한 기가 순수하고 올바른 이를 억압하고 있는 상태로 본 것이며 이가 기를 극복하고 현실로 나타날 때 세상은 바로잡힌다는 것이다.

성리학을 처음 받아들였던 고려말에 정몽주나 길재도 부패한 권문세족을 기로 보고 자신들 신흥사대부들을 이로 보았다. 이황과 조식도 이러한 관점에서 당시의 어지러운 조선 사회를 바라보았다. 훈구파를 기로 보고 사림파를 이로 본 것이다. ‘동방주자라고도 불리는 이황, 그리고 조식의 이러한 이기이원론은 당시 사림세력뿐만 아니라 훗날 붕당정치로 갈려졌을 때에도 동인, 남인들의 사상적 구심점이 되었다.

우농 선생은 노론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의 계보를 잇는 정통 주자학을 따른다고 자신의 학문적 입장을 밝혔다그는 우암 송시열의 학통은 제자 몽오 김종수를 통해 정조 임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송자대전>을 출간했습니다

송자대전은 송시열이 남긴 글은 담은 215102, 목판본으로 정조 11(1787)에 간행됐다.
이 책의 특징은 현존하는 문집 중에 ()’가 붙은 것으로는 유일하다는 점이다. 문집 자체가 <주자대전의 편차 방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지만, 정조 대에 이르러 송시열은 주희와 더불어 나란히 현자(賢子)로 일컬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미수 허목은 도인으로, 연암 박지원은 고정관념을 깬 방외지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많은 책을 공부하는 데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하나하나 깨달아 나갈 때 희열을 느낍니다. 재미가 없으면 공부하지 못합니다

세상 일을 해나갈 때 재미가 없으면 능률도 오르지 않고 끝까지 완수해내기가 어렵다. 공부하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서천서당에서 공부하면 한학 공부를 계속하는지, 다른 진로를 가기도 하는지 물어보았다.

한학에서 배운 인격과 소양을 바탕으로 미래를 모색합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의 조언도 받고 일부라도 직접 경험해서 자신의 적성에 가장 맞는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게 합니다

그는 우리 고전을 공부하는 데 너무 소홀한 오늘의 제도권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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