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두레패 강선순 옹이 말하는 들풍장굿
■ 마지막 두레패 강선순 옹이 말하는 들풍장굿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5.20 06:42
  • 호수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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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풍장은 김 맬 때 신명나게 일하라고 치는 가락이여”
김 매면서 들풍장 재현해 보는 게 마지막 소원

두레패가 논에서 일할 때 치는 풍물이 들풍장이다. 서천의 들풍장은 예로부터 그 현란한 가락으로 이름이 높았다. 화양면 대등리에서 태어나 18세부터 두레패의 일원으로 서천군 각지를 돌며 들풍장을 쳤던 강선순씨(92)를 지난 12일에 만나 들풍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와초리에서 태어나셨나?
= 태어나기는 화양면 등출리, 지금  대등리이다.

- 와초리를 중심으로 들풍장이 성행했다는데.
= 나는 팔려 다녔다. 등출리에서 살긴 살았는데 어려서부터 가락을 잘 친다 해서 팔려다녔다. 사람이 빠질 때 일당을 주고서 데려간다. 그냥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면 하루 일당을 받고 이틀하면 이틀 일당을 받았다. 와초, 화촌 월산 그런 데로 주로 다녔고 종천면으로도 갔다. 들풍장이란 거 누구나 다 치는 게 아니다. 잘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제대로 치는 데가 있고, 자기네끼리 어설프게 소화하기도 하는데 나는 어려서부터 두드리는 데 소질이 있어서 집안 어른들 형님뻘, 삼촌뻘 되는 사람들이 가르쳤다. 새보러 갈 때도 논에 나가면 양철통 하나 가지고 간다. 가락에 맞춰서 두드리고 헝게 늘더라고...

- 사람이 빠질 때 초대받아 다니신 때 연세가 어떻게 되셨나?
= 열여덟, 열아홉 때부터였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초근목피허고 가난하게 살았는데 학교도 못가고 넘의 새나 봐주고 새 봐주면 옷 한 벌씩 얻어 입고 그랬다. 그러다 두레패에서 진서라는 거를 했다. 진서를 못하면 반품 밖에 못받는다. 그때부터 왼품을 받고 장구를 쳤다.

- 진서라는 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인가?
= 그렇다. 인정을 해주고 그때부터 왼품을 받게 된다. 안그러면 반품밖에 못받고, 그러고 칠석날 두레를 먹는데 한 일주일 동안 동네 부자 집에서 잔치를 한다. 거기에도 참여한다.

- 모내기 할 때에 하는가?
= 아니다. 모가 자랄 때 뿌리에 공기를 순환시키느라 호미로 김을 맨다. 세 벌을 매는데 두 벌까지는 호미로 매고 세 번째는 뿌리가 다칭게 호미로 안하고 손으로 풀만 뽑는다. 이것을 만물이라고 한다. 이것이 끝나면 그동안 욕봤다고 동네 잔치를 하는데 풍물을 치고 집집마다 걸립도 한다.

- 모 심을 때는 어떻게 하나?
= 모 심을 때는 모빵구라고, 풍물을 안치고, 왜냐하면 사람 하나라도 일을 해야 헝게... 그것만 치고 있으면 일은 누가 하겠나. 그래서 장구 하나만 가지고 앞에서 신명나게 일 하라고 모빵구를 친다. 칠석 무렵에 두레를 먹는데 두레 먹기 전에는 공동 작업을 한다. 공동작업이 끝나면 일꾼들은 해방이 되고 나머지는 각자 개인이 자기 논 관리를 한다. 옛날에는 풀약도 없고... 풀 안매면 못먹는다. 그래서 혼자 호락질(혼자 김매는 일)하면 힘등게 두레에서 공동작업으로 한다.

- 그러니까 공동작업으로 김맬 때 치는 굿이 들풍장인가?
= 그렇지. 들풍장이어야지 다른 가락이면 맞지를 않는다. 호미질 헐 때 가락을 치면 신명이 난다. 호미질 할 때 손 동작하고 가락하고 딱 맞는다. 박자에 맞춰 호미질을 허고 풀을 뽑으면 딱 맞어나간다.

- 들풍장이란 모심을 때 치는 굿이 아니고 김 맬 때 치는 굿이란 것을 이제 알았다.

= 모르는 사람들은 모 심을 때 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 심을 때는 한 사람이라도 일을 해야 한다. 서울 들풍물이라는 거 허는 거 봉게 그거 다 엉터리다. 다 꽹과리 북, , 북 들고 나서면 일은 누가 하나. 사리에 맞지 않는다. 왜 모심을 때 풍물을 치나.

들풍장굿이 참 묘한 것이다. 장구를 치면 십리 밖에서도 들린다. 충청도 산에 올라가면 전라도에서 치는 소리가 들린다. 쇠 소리는 멀리 못나간다. 보리방아 찧듯이 쿵 하는 소리가 10리 밖에서도 들린다. 호미질에 맞춰 드문드문 치는 장구 소리가 멀리서도 들리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소리에 맞춰 일을 하면서도 신명이 났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보리방아를 찧을 때 하고 내려찧고 도굿대를 옆으로 젖히면서 들어 올려 다시 하고 찧는데 들풍장 장구는 여기에서 착안을 했다.

- 들풍장은 어느 악기로 하나?
= 장구, 꽹가리, , 징 네 명이면 된다. 상쇠가 있어야 하는데 쇠를 이러이렇게 쳐야 한다고 가락을 알려주면 그대로 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들풍장 가락을 모르는 사람은 나를 싫어한다. 내가 있으면 이렇게 하라고 지시를 하니까 나를 빼돌리고 들풍장이라고 군에서 녹음까지 혔다.

홍원항 풍어제에 한 10년 다녔다. 그때 다른 사람 가락에 내가 맞춰주고, 내가 잘하는 것만 할 수 있나. 그래서 쉬는 틈에 들풍장 가락이 이렇다 하면서 조금씩 가르쳐 주고 그래서 그 사람들 내가 들풍장 한다는 것을 안다.

- 2019년 김병일 감독의 영화 래퍼 등에 소리꾼이 서천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여기에 강 선생님이 구동희 학생과 출연해 들풍장굿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 넷이 가꾸지가 맞아야 하는데... 그때 전 여사를 끌어들여 쇠를 치고 전 여사가 징을 끌어들여서 간신히 들풍장굿을 했다. 너무 감격스러워 김 감독 하고 눈물을 흘렸다.

- 지금도 모여 연습을 하는가?
= 동희랑 전 여사랑 하는디 군산서 오는 그 징잽이는 몇 번 나오다 말았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데 이 가락을 잘 전해주고 싶은데 문화재도 아니고 하니까 누가 와서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서천군에서는 행사 때 들풍장굿이라며 공연이 되고 있다. 강선순씨에 따르면 삼채, 칠채, 웃다리 등이 뒤섞인 가락을 들풍장이라고 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구동희 학생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가르쳐 보았지만 제대로 하는 것은 동희 하나여. 쇠도 잘 따라하다가 엉뚱한 데로 가고, 그런데 동희는 하나에서 열까지 일러준 그대로 허드라고.

그는 올해 92세이지만 아직도 근력이 좋아 장구를 치는데 힘이 있다. 그는 실제 논에 들어가서 호미로 김을 매면서 들풍장을 재현해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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