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부끄러움과 부러움 사이
■ 모시장터/부끄러움과 부러움 사이
  • 칼럼위원 김윤수
  • 승인 2021.05.27 16:53
  • 호수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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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고용원에서 조사한 지방소멸지수를 봤을 때 서천군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고, 서천군 13개 읍면 중에서 인구 수가 가장 적은 시초면의 경우 소멸고위험군으로 전국 1383개 읍면동 중 상위 5위에 올라와 있었다.

인구의 증가가 없는 한 30년 이후엔 시초면이 사라진다고 한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 등이 원인이라 서천군은 다양한 청년 지원정책과 인구증가와 관련된 정책 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소멸고위험군인 시초면에 살고 있다. 우리 동네엔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서 사셨던 집들이 오랫동안 빈집으로 남아 있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도 고향을 찾지 않고 빈집이 방치되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폐가로 변하고 있다.
얼마 전에 시초면에 살고 싶어 하던 청년이 있었다. 살 집을 주선해주려고 빈집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빈집의 소유권자는 빗장을 열어주지 않았다. 청년은 예술가이자 목수라 빈집을 빌려주기만 하면 보기 좋게 집을 잘 고쳐서 살 수 있었다. 아쉽지만 그 청년은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읍내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가. 시초면은 전형적인 농촌으로 동네 사방이 넓은 논으로 펼쳐져 있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니고 있다. 전국적으로 논이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 농업인이 이곳에 와서 살게 된다면 여러모로 더할 수 없이 좋은 일이 될 터인데 말이다. 

인구 증가의 해법은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부러워하는 곳, 정주민들이 살아서 행복한 곳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주민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찾고 싶은 마을이 될 것 같다. 편안하고 행복한 주거환경에서 있는 그대로의 농촌생활을 유지한 채 도시민들이 쉴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거나 마을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같은 문화 활동과 다양한 마을기업 운영이 주민 소득과 맞물리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주민들도 오래되고 불편한 집을 고쳐 더욱 편안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소액 대출이라도 마련해주면 좋겠다. 

시골이라는 핑계로 지저분하고 불편한 생활환경을 참고 살아야 할까. 누구나 아름답고 안락한 환경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2021년 3월 17일자 <뉴스서천>의 머릿기사 중 ‘삶이 편안한 화양면 조성에 150억원 투입’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뉴스다.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개조사업과 서천군저발전지역의 자체균형발전사업, 소규모 마을사업 등이 포함된 열악한 정주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생활거점 육성사업에 관한 내용이었다. 서천의 ‘저발전’ 지역들이 골고루 이런 사업의 대상지가 되길 바란다. 

시초면의 어느 마을에도 하수구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를 모아 정화하는 시설을 갖춘 곳은 없다. 아마 ‘저발전’ 지역으로 분류되는 서천군의 마을들은 거의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하수구는 바로 농사짓는 논으로 흘러들고, 주민들은 그다지 불편한 기색이 없다. 아마 오랫동안 ‘시골’은 그런 투자까지 할 곳이 못 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거나, 어쩌면 더 이상 그런 걱정을 하거나 서로 나눌 주민들이 충분히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부끄러움과 부러움은 한 끝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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