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코로나19 이후의 플라스틱 줄이기
■ 모시장터 / 코로나19 이후의 플라스틱 줄이기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21.06.18 06:14
  • 호수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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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예약을했다.인터넷으로 예약하려 하니 어떤 프로그램이 없어 더 진행할 수 없다는 문자가 뜨며 거듭 거부해 관련 콜센터로 예약을 시도했다. 몇 차례 전화로 어렵게 연결되었는데, 친절한 상담원은 어르신을 연발했다. 조금 어색했지만, 60세 넘은 이가 이번 예약의 대상이니 그렇게 응대해야 옳겠지.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문자가 왔다. 67일 오전 10, 접종 장소인 동네 병원은 잘 만든 플라스틱 주사기 하나를 폐기할 게 분명하다.

몇 차례 주변까지 다가왔어도 운이 좋았는지, 검사받을 일이 없었다. 가늘고 긴 플라스틱을 콧속 깊게 찌르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았는데, 아플 것 같았다. 그 플라스틱을 꺼낸 의료인은 시약이 담긴 플라스틱 시험관에 넣고 냅다 흔들었다. 버렸겠지. 이후 과정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발생할 텐데, 운 좋은 60대는 두 차례 백신으로 끝낼지 모른다. 플라스틱 낭비를 최소화한 셈인데, 백신 접종 없이 감염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보인 행태야 얄밉지만, 식구와 이웃에게 낭패를 안길 수 없다. 집단면역은 나보다 이웃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순조롭다면 추석 전후 집단면역이 달성될 거라 방역당국이 기대하던데,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는 줄어들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 코로나19 핑계로 얼마나 많은 택배를 불러댔던가. 음식 배달에 망설임이 없었다. 적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남겼다. 출퇴근과 등하교가 정상을 회복하더라도 편의와 타성에 젖어 택배를 부르지 않으면 좋겠다. 아침에 서둘러 집을 나서려면 음식이나 식재료의 새벽 배송이 제격이라지만, 넘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각한다면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가족과 아침 한 끼를 위해 시장이나 마트에서 농산물을 사면 버리는 양이 많다고 주부는 하소연한다. 소포장 반찬을 필요한 만큼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마찬가지라는데, 새벽 배송 이외의 대안은 무엇일까? 푸드트럭은 어떨까? 아파트단지나 동네 단위로 주민 의견을 물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 종류와 양을 파악하고 출근과 등교 전에 아침을 해결한다면 음식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크게 줄어들 게 틀림없다. 성공사례를 만들면 아파트단지와 동네를 넘어 지자체로 이어질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도시의 사례가 있다. 집 나서는 시민과 학생이 집 근처의 이동식당이나 직장 근처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오랜 경험은 음식 낭비를 줄일 텐데, 우리나라는 익숙하지 않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실험해보자. 가족이 먹을 음식이므로 안전해야 한다. 가까운 농촌의 믿을만한 유기농산물을 필요한 만큼 준비한다면 낭비는 물론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그뿐인가? 농약 없이 땀 흘리며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으로 내놓는 농부에게 큰 힘이 된다.

성공사례에 힘없어 참여하는 시민이 늘어난다면 지자체는 아파트단지와 동네마다 관련 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 아침에 마을식당이 되는 시설을 저녁 이후에 공동부엌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음식과 플라스틱, 그리고 종이의 낭비를 줄이는 만큼 화석연료 소비가 줄어든다. 지구온난화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얼굴을 기억하는 이웃이 늘어나면서 도시의 아파트단지는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공동부엌은 아이들의 공부와 놀이공간이 되고 어른들의 회의와 의기투합의 공간으로 활발해질 수 있다,

이번 우리와 세계의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가 물러간다면 다행인데, 독감처럼 눌러앉는다면 백신은 필요할 때마다 통과의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기상이변을 자초한 화석연료 낭비, 그리고 분별없는 개발은 코로나19만 부르고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학자들은 코로나19보다 치명적일 감염병의 창궐을 염려한다. 화석연료 낭비와 탐욕을 줄이기 위해 공유경제로 가자고 환경 전문가는 제안한다. 생존을 위한 대안 찾기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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