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겉보다는 속이 똑똑해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겉보다는 속이 똑똑해야 한다
  • 송우영
  • 승인 2021.06.24 10:27
  • 호수 10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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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국지에서 어려서 공부를 많이 한 인물을 꼽으라면 조조가 그 첫 번째 압권이다. 말 그대로 눈만 뜨면 공부를 했다. 걸어도 공부, 멈춰도 공부, 밥을 먹어도 공부...

하루는 할아버지 조등曹騰이 묻는다. 너는 어찌하여 공부를 쉴 틈도 안주고 하느냐<이하불유위학爾何不裕爲學> 하니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불연모불망不然貌不忘>” 라고 답했다 하는데 풀어쓰면 외모가 그렇지 아니하여 잊혀지지않기 위해서입니다.” 더 쉽게 말해서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공부라도 잘해야 할 거 아닙니까쯤 되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서 상당히 뼈아픈 얘기다. 이게 조조가 7세 때 했다는 말이라하니 그당시에 7세 아동이 할법한 말인지는 독자의 의견에 맡긴다.

어쨌거나 위씨춘추魏氏春秋의 기록에 따르면 조조曹操의 체격은 왜소했으며<자모단소姿貌短小> 스스로도 자신의 외모를 초라하게 느꼈으며<각아형예覺我形穢> 재기가 뛰어났다<이신명영발而神明英發>고 밝히고 있는 걸 봐서 조조의 외모가 빼어난 것이 아님은 분명할터. 어쩌면 자신의 잘나지 못한 외모 덕에 조조는 죽기살기로 공부했는지도 모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재주없는 사람이 신분상승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공부가 답이다. 물론 다른 재주가 있다면 그 길을 가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공부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각설하고 조조에게는 단점이 두 가지가 있다. 환관의 자식이라는 지워지지 않는 출신 성분과 그의 자유롭게 생긴 외모다. 곧 못생긴 얼굴과 드러내기 쉽지않은 가문이라는 거다. 당시에는 가문과 특히 외모를 심각하게 따지는 세상이었다. 생김새가 한 사람의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참으로 고약하고 그악스럽기 짝이 없는 그런 시대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남자는 인물 여자는 절개라는 남모여절男貌女節의 이언俚言이 나왔다.

삼국지 헌제 때 명문가 원소袁紹는 스스로 권좌에 올라 태자를 선택할 때 얼굴이 잘생긴 아들을 우선으로 한다. 물론 예법에는 적장자嫡長子가 우선이나 원소는 막내아들 원상袁尙이 용모가 준수하다는<모미貌美> 이유를 들어 태자로 선택한다. 오나라 손책도 외모가 빼어난 인물인데 전쟁으로 인한 싸움 중에 얼굴에 상처가 났다. 손책은 크게 낙심하며 외치기를 남아로 태어나 얼굴에 상처가났으니 어찌 건공입업建功立業<공을 세워 국가를 세우는 일>을 이룰수 있으랴. 그러고는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도저히 인정할수 없어 화를 못 누르고 피를 토하며 죽는다. 얼굴에 상처좀 났기로소니 그게 죽을일인가 하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삼국지 손책전 배송지裴松之의 주오력吳曆에 나오는 기록이다.

진수陳壽 삼국지三國志에 따르면 원소袁紹는 풍채와 용모가 위용이 있다.<유자모위용有姿貌威容> 제갈량諸葛亮은 키가 여덟 자이며 용모가 심히 훌륭했다.<신장팔척身長八尺 용모심위容貌甚偉> 유표劉表는 키가 여덟 자가 넘으며 풍채와 용모가 심히 뛰어났다.<장팔척여長八尺餘 자모심위姿貌甚偉> 손권孫權은 용모가 기이하고 뛰어났으며<형모기위形貌奇偉> 골상과 체구가 남과 다르며<골체불항骨體不恒> 크게 귀해질 징조가 있다.<유대귀지표有大貴之表> 주유周瑜는 키가 장대하고 풍채와 외모가 뛰어났다.<장장유자모長壯有姿貌> 유비劉備는 신장이 일곱자 오촌이고<신장칠척오촌身長七尺五寸> 손을 아래로 드리우면 무릎까지 닿으며<수수하슬垂手下膝> 고개를 돌리면 자신의 귀를 볼 수 있다.<고자견기이顧自見其耳> 관우關羽는 수염의 길이가 오척에 이르고<염장지오척髯長至五尺> 붉은 빛깔로 아름다웠으며<적색미염공赤色美髯公> 주역과 춘추에 밝고<소추현역昭秋顯易주역이 몸에 배었으며 춘추에 밝았다> 목소리가 고매하며 눈매가 수려한<성고아미聲高雅眉>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신과 같았다<생인여신生人如神. 위지魏志>

서주시대 사상가 사백史伯의 말 중에 외불문리지外不問裏知라는 말이 있다. 외모를 따지지말고 속이 똑똑해야한다는 말로 곧 삼득학三得學이다. 몸을 지키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욕수신득학欲守身得學> 가문을 일으키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욕기가득학欲起家得學> 천하를 소유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욕천하득학欲天下得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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