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맹자로 들어가서 서경으로 나오는 공부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맹자로 들어가서 서경으로 나오는 공부
  • 송우영
  • 승인 2021.07.14 11:55
  • 호수 10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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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술이7-17문장에 자소아언子所雅言 시서집례詩書執禮 개아언야皆雅言也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두 개의 판본으로 읽히는데, “공자께서<> 평소에<> 하시던<> 말씀은<> 시경<> 서경<> 그리고 예를 지키는 것인데<執禮> 이것이 평소에<> 하시던<> 말씀<>이다라는 해석과 공자께서<> 평소에<> 시경<> 서경<>을 읽으실 때<雅言>와 예를 행하심에<執禮> 기휘하지 않으시고 원래대로<> 읽으셨다<>”라는 해석이다.

여기서 아언雅言은 평소 하는 말로 맨날 그게 그 소리야쯤 되는 말인데 논란이 되는 이유는 앞에 아언雅言과 뒤에 아언雅言은 동자이의同字異義 문장인 연고다. 에 기록하길 는 상야常也요 집은 수야守也. 는 일상생활이요 집은 지킴이니 시경詩經으로 마음을 다스리고<詩以理情性> 서경書經으로 정사를 논하고<書以道政事> 예기禮記로 절문을 삼가하니<禮以謹節文> 모두 일상생활의 실제에 절실한<皆切於日用之實> 것들이기에<> 항상 말씀하셨다.<常言之> 곧 공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세 가지 책만큼은 꼭 읽어라쯤이다.

시경詩經은 마음을 다스리는 글로 논어에서 시경詩經를 읽으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어진다<思無邪>”라고 가르친다. 서경書經은 옛사람 훨씬 이전 사람들의 살아온 백성들의 개인사?를 에둘러 기록한 글이다. 그래서 서경을 읽으면 내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중종 때 우참찬을 지낸 박호朴壕라는 이가 서경書經을 출처지제出處之制로 삼았다 전해지는 문제의 인물이다. 유학에서 공부의 정점을 찍을 때 맹자를 통해 문리를 내고 시경으로 검증을 받아 서경으로 꽃을 피운다. 곧 유학儒學은 맹자로 들어가서 서경으로 나온다는 말이다. 그만큼 서경은 공부하기가 난해하고 깊다. 그런 공부를 박호라는 이가 해낸 것이다.

박호는 외조부가 성삼문이요 자신의 모친이 그의 딸인 관계로 출사자체가 불가는 아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의 졸기에 보면 남다른 재능과 지혜는 없으나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그는 빼어나게 똑똑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었으리라로 짐작된다. 그런 그가 초시, 진사시, 대과를 거쳐 우참찬이라는 벼슬까지 오른 데에는 치열한 공부로 스스로를 검증해 낸 것이다.

우참찬右參贊은 조선시대 의정부에 소속된 정2품 정헌대부 또는 자헌대부로 좌참찬左參贊과 함께 이공貳公으로 불리며 영의정 · 좌의정 · 우의정 등 3정승을 보좌하고 국정에 참여하는 막중한 지위다.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으면 공부의 나라 조선에서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고 그런 지위에까지 오를 수 있었더란 말인가. 2006년에 작고하신 한시, 학의 공히 1인자라 불리는 권우 홍찬유 선생께서 생전에 서경을 강의하시면서 삼경의 꽃은 서경이라 밝힌 바 있다. 몽오夢梧 김종수金鍾秀서경을 읽지 않고 오늘을 살았다 말하지 말라<書經不讀今日過不言>”고 정조임금을 모신 경연장에서 밝힌 바 있다.

서경書經은 은나라와 주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역대 위정자가 백성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대우했는가에 대한 대민경사록對民敬事錄이다. 서경을 읽어서 백성의 눈높이에서 백성을 보는 안목을 길낸 연후에야 <예기>를 읽어 몸을 단속하는 것이다. 예기禮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도덕 표현이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가치체계이며 사람만이 갖는 최상의 고도화된 문화생활이다.

시경, 서경, 예기로 문도를 이끈 이가 정암 조광조다. 소학과 예기를 좌우서로 가르치고 연후에 맹자와 서경을 가르치는데 그중 빼어난 인물이 조광조의 문도 호남3걸로 최산두崔山斗·유성춘柳成春·윤구尹衢. 중종 때 성리대전性理大全 강론 1인자라 하는 초계草溪 최산두는 불치하문不恥下問<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다>으로 조선 성리대전 강론 1인자가 됐고 28세에 죽은 나옹懶翁 유성춘은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의 형으로 지름길로 다니지않는 담대멸명을 따라 그처럼 공부한 인물이고, 귤정橘亭 윤구는 민이호학敏而好學<공부할 때는 남보다 더 빨리 찾아가 배우다>자로 하루라도 남보다 공부를 덜 할까봐 늘 전전긍긍했다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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