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충남도는 더 이상 갯벌을 매립하지 마라
정부와 충남도는 더 이상 갯벌을 매립하지 마라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1.07.21 11:07
  • 호수 10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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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선언’에 완전 배치

 

 

▲갯벌 매립 위치
▲갯벌 매립 위치

지난 715, 하늘이 맑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충청남도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앞 갯벌을 찾았다. 간조시간이 되어 이곳 학성리 갯벌이 넓게 펼쳐졌다. 갯벌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물 가장자리와 수로에서 노랑부리백로(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 8마리가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도로 바로옆 갯벌에는 흰발농게(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 해양수산부 지정보호대상 해양생물종) 150여 마리가 갯벌표면에 나와서 집게 발가락을 이용해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었다. 이들 생물들의 생존의 터전인 갯벌이 매립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외딴 지역이라서 그런지 마을 안길은 조용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마을회관은 걸어 잠겨있어 무더위 쉼터로도 이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갯벌이 매립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마을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마을 입구에는 준설토 매립에 어민 생존권을 보상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었다. 마을 주민과 직접 만나기 어려워 나중에 전화를 드려 갯벌매립 사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드렸더니 다음과 같이 답해주었다.

- 갯벌매립에 대해 주민들이 얼마나 반대를 하고 있습니까?
= 주민들이 갯벌매립을 반대해도 정부가 하는 사업이라 어떻게 할 수가 있어야죠.

- 갯벌매립을 하면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주민들에게 혜택은 없고 피해만 있죠.

- 갯벌에서 무엇을 잡고 계십니까?
=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해요. 바지락 같은 조개를 잡아요. 한정어업으로 바지락 양식장이 있기도 해요.

- 그럼 갯벌 주변 바다에서 어떤 어업을 합니까?

= 한정어업으로 해삼양식을 했고, 대화, ()고기, 주꾸미 이런 거 잡고 그래요.

- 갯벌매립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 그전 (사업과) 같지가 않고,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그래요. 7월안에 주민공청회를 한다고 하데요.

- 주민들이 갯벌매립 반대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 정부가 하는 거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래요. 반대 여론이 확산됐어도, 정부가 하는 거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이같이 주민들은 갯벌매립에 대해 반대 입장에 있으나, 정부와 충청남도, 보령시가 원래 계획대로 매립사업을 강행할 의지가 강해 주민들이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보령화력발전소
▲보령화력발전소

이곳에 계획된 사업은 보령항준설토투기장 건설사업으로서 충청남도가 202012월부터 202312월까지 36개월간 학성리 갯벌 419000을 매립해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15년에 충청남도와 보령시가 보령신항 다기능 복합개발 타당성분석 및 기본구상 연구용역을 통해 단계별 사업추진 계획을 수립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를 근거로 3차 전국무역항 기본계획에 수정고시를 할 때 이 사업이 반영되었고, 2017년 실시설계용역을 시작해 20188월 용역을 마쳤다. 기획재정부가 2019년에 사업타당성 재조사 사업으로 선정된 이 사업은 2020년에 타당성 재조사를 최종 통과했다.

공사 착공이 잠깐 늦어져 지난 5월에 착공하게 된 이 사업은 보령항로를 이용하는 대형선박 안전을 위해 보령항로를 준설하고, 이 준설토로 갯벌을 매립해 향후 보령신항만 항만시설용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보령시는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이 사업의 착공을 환영하고 있다.

결국 이는 충청남도가 갯벌매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며, 그동안 역간척을 주장해 온 충청남도의 정책과 전혀 맞지않는 일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지난해 10월 예산군에 위치한 스플라스 리솜에서 ‘2020 연안·하구 생태복원 국제 컨퍼런스를 열면서 서남해안 연안·하구 생태복원에 대한 지역 연대를 제안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양 도지사는 서남해안을 따라 발생하는 간척사업의 부작용 해소와 지역 가치 재창출을 위해 역간척 사업을 정부의 그린 뉴딜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갯벌매립 사업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를 아연질색하게 하고 있다. 너무나도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퇴적토를 준설해 보령항로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오천항 위에 위치한 보령방조제 내외로 해수유통을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본다. 그렇게 하면 항로에 퇴적되는 퇴적량이 줄어들 것이다. 한편 이 보령방조제는 1991년에 시작해 200012월에 완공됐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 시작 시기와 같은 1991년에 공사가 시작됐다. 농지조성과 수자원 개발이 목적이었지만 지금도 황량한 벌판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그리고 주꾸미, 낙지, 바지락, 백합이 사라지고, 수많은 바다 고기들의 산란장이 사라졌다. 그 결과 갯벌과 인근 바다에 의지해 살던 사람들은 보상금 몇 푼만 받고 마을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전남지역에서 방조제 안쪽 옹암포까지 젓갈배가 드나들던 뱃길도 막혀버렸다. 이 방조제 내측에 위치한 빙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4년 전인가 충청남도 도지사였던 안희정 씨가 당시에 해수유통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지금은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갯벌매립 반대 현수막
▲갯벌매립 반대 현수막

따라서 지금이라도 양승조 도지사는 항로에 토사가 퇴적되지 않도록 보령방조제를 가로지르는 해수유통을 다시금 추진해 줄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갯벌도 매립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한편 보령항을 통해 하역하는 물동량의 주된 품목은 석탄인데, 이는 보령석탄화력발전소를 위한 사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지난 2019년 보령항의 총 물동량은 21245000톤으로서, 이 가운데 석탄이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13856000톤이었다. 나머지는 석유가 7338000톤으로 전체의 34.5%에 달했다.

정부의 제4(2021~2030)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보령항의 경우 물동량이 25203000톤으로 2019년에 비해 18%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 가운데 석탄은 201913856000톤에서 15715000톤으로 1859000톤이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이는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화력발전소를 계속 가능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판단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선언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계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보령항의 석탄과 석유의 물동량 증가는 2018102일 아시아에서 최초로 탈석탄 동맹에 가입한 충청남도의 정책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학성리 갯벌 노랑부리백로. 멸종위기1급 보호종
▲학성리 갯벌 노랑부리백로. 멸종위기1급 보호종

2018102일 충청남도 주관으로 롯데부여리조트에서 ‘2018 탈석탄 친환경에너지 전환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승조 도지사는 탈석탄동맹 가입 선언을 통해 "충남은 대한민국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30기가 위치해 있으며, 2015년 기준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13%를 배출하고 있다"면서 "충남은 대한민국 대기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고 지적했다. 또한 "충남도는 시대와 주민의 요구에 따라 201712'에너지 전환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선포했다"면서 "2050년까지 석탄 발전량 제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7%로 확대하고 2026년까지 도내 발전소 14기를 친환경발전소로 전환할 것"이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양승조 도지사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과 상반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갯벌과 바다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저감시켜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이같은 기능이 원활히 작용하려면 갯벌과 바다생태계가 잘 보전되어야 한다. 그런데 갯벌을 매립해 없애버리고 바다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이산화탄소 저감 기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충청남도는 지금이라도 학성리갯벌 매립계획을 철회하고, 보령방조제 해수유통과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오는 726, 유네스코 세계위원회에서는 문화재청이 등재신청한 한국의 갯벌 5(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순천갯벌, 보성갯벌)을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국제적인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더 많은 갯벌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세계유산에 추가로 등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갯벌을 매립하겠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제발 더 이상 갯벌을 매립하지 마라.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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