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배움은 물음에서 시작되고, 분별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배움은 물음에서 시작되고, 분별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 송우영
  • 승인 2021.07.21 11:42
  • 호수 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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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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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나라 영공이<위영공衛靈公> 공자께 군대 진법에 대해 물으니<문진어공자問陳於孔子> 공자는 답한다.<공자대왈孔子對曰>

예절에 관한 것은<조두지사俎豆之事> 조금 공부했습니다만<즉상문지의則嘗聞之矣>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군려지사軍旅之事> 배운 적이 없습니다.<미지학야未之學也>”

그리고는 다음날<명일明日> 위나라를 떠난다.<수행遂行> 이 말에 대해 우암 송시열은 문도들에게 강학하면서 이렇게 풀이한 적이 있다.

사즉부답문즉답師則不答問則答 사무왕교지의야師無往敎之義也.(스승은 답을 가르쳐 주는 자가 아니다. 다만 묻는 말에 답은 줄 수 있다.)

스승은 찾아가서 가르치지는 않는다. 다만 뜻을 풀어는 줄 수 있다.” 공자는 군대 병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이미 공자는 젊은 날 노자에게 방문예訪問禮를 마친 터라 병법에 관한 한 탁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의 목숨을 상하게 하는 전쟁에 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낀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귀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 대신 공자는 인류에게 모두가 상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곧 공부의 길이다. “작은 일을 참을 수 없다면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소불인즉란대모小不忍則亂大謀>”고 했다. 여기서 작은 일은 수신의 일이요 큰일은 치국의 일이다.

중용23장 치곡장에서 말한다. “날마다 작은 일을 성실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큰일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수신과 치국은 공부로 몸과 마음을 키워 치국으로 공부를 풀어낸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공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배우는 것이라고 공자는 논어 계씨편에서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공부가 부족하면 어찌되는가. 이를 소인이라 한다. 공자께서 진나라에 왔을 때 식량이 다 떨어져<재진절량在陳絶糧> 따르는 사람 중에 병이 들어<종자병從者病>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막능흥莫能興> 자로가 화가 나서 스승 공자께 따지듯 묻는다.<자로온현왈子路慍見曰> “군자도 곤궁에 처할 때가 있습니까?<군자역유궁호君子亦有窮乎>” 공자는 답한다.<자왈子曰> “군자는 곤궁에 처해도 변함 없으나<군자고궁君子固窮> 소인은 곤궁에 처하면 못하는 짓이 없게 되지.<소인궁사람의小人窮斯濫矣>

여기서 소인이라고 지칭된 인물은 곧 제자 자로를 말함이다. 공부가 부족하니 매사에 화를 내고 덤비는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자로는 공부를 통해 화를 누르는 법을 깨닫게 됐다고 학림옥로를 쓴 나대경이 밝힌 바 있다. 그에게 있어서 공부가 좋은 것이 되었다는 말이다.

공부가 좋은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부를 하면 더이상 의식주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은 공자가 논어 위령공편 31문장에서 밝힌 말이다. 농부가 곡식을 심으면 먹을 것이 그 안에 있는 것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면 녹봉은 자연히 따르게 되어있다. 공부에 진전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지 가난함을 근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자왈子曰 군자君子 모도謀道 불모식不謀食 경야耕也 뇌재기중의 餒在其中矣 학야學也 녹재기중의祿在其中矣 군자君子 우도憂道 불우빈不憂貧>

공자는 평생 공부를 생활신조로 실천해온 인물로 후대에 배우되 싫증 내지 않는 만고의 사표가 되었다. 그래서 북송 때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이씨산방장서기李氏山房藏書記에서 말하길 천하의 성인 공자도 배움의 시작은 책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꼭 책을 읽어라라고 했다. 예기禮記중용편中庸篇에서 말한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면 앎에 가까워진다<호학근호지好學近乎知>”

1679년 거제도 유배 중인 우암에게 손자 봉곡鳳谷 송주석宋疇錫이 논어 옹야편 한 대목을 물으러 온 적이 있다. 봉곡鳳谷의 나이28세 때 일이다.

너는 어려서부터 공부했으니 가히 지식인이라 할 만하다. 지식인이 고전공부를 두루 배우고 익혀 몸에 습관이 되게 하고 공부와 습관을 예로써 요약한다면 하루 삶에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학문사변지후행學問思辨之後行이라 했다.

배움은 물음에서 시작되고<시학문始學問> 분별은 생각에서 비롯되니<수사변須思辨> 그런 것을 몸으로 익혀서<소궁습所躬習> 그 후에 행동으로 실천하라<연후행然後行>”는 횡거진橫渠鎭 출신 횡거선생橫渠先生 자후子厚 장재張載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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