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의 말을 예수에게서 답을 찾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의 말을 예수에게서 답을 찾다
  • 송우영
  • 승인 2021.08.19 08:01
  • 호수 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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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흔히 선문답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밑도 끝도 없는 말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논어에는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강호의 제현들이 그때마다 적절히 주석을 달아 다소나마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개운치 않은 부분이 많다. 이유는 논어가 주는 함의가 기독교 성경과 많은 부분 궤를 공유해서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주유 열국 중 위나라 위령공과 시국대담을 마치고 나오니 막강한 권력가 대부 왕손가王孫賈가 부엌신. 방구석신. 둘 중 어느 신, 즉 어느 쪽에 줄을 대야 권력을 길게 유지하느냐라는 식의 물음에 공자의 답변은 전혀 뜻밖의 허를 찌른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획죄어천 무소도야無所禱也.논어팔일편3-13>” 라고 말한다.

공자는 일찍이 논어 술이편7-20문장에서 불어不語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말 그대로 괴.... 에 관한 일은 말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 자신이 말하지 않겠다고 호언 한 네 글자 중 네 번째 글자인 에 관한 영역을 말 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용서받을 길이 없다.’ 천금을 주고도 얻지 못할 이 한마디가 공자의 모든 생각을 덮는다. 대학 맹자 논어 중용 사서를 눈 씻고 봐도 이 문장에 관한 일언반구의 대꾸가 없다. 끊임없이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주장했던 공자의 손자 자사도 중용을 지으면서 영성은 말했지만 하늘에 짓는 죄에 관해서는 말이 없다. 맹자가 한 마디쯤 할 법도 한데 맹자조차도 백성에게 못되게 구는 왕은 목을 베라라는 극단적인 말을 할망정 이 부분에서는 침묵이다.

공자 사후 500년쯤 지나서 유대의 청년이 로마의 사형수로 십자가에 못 박힌 채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며 절규를 토했다. 피 말라 죽어갔던 예수가 생전에 했던 말에서 그 답을 찾는다. “너희 죄가 주홍같이 붉을지라도 회개하라. 그러면 양털같이 희게 용서받으리라.”

세상에 어떤 인간이 인간을 용서할 만큼 무흠자가 있으랴. 동춘당 송준길이 계문溪門<사계 김장생 문하>에 있을 때 우암에게 했다는 말, “사람이 사람을 용서할 사람이있을까.” 사람을 용서한다는 거 그거는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형수로 죽어갔던 그 예수의 이야기를 기록해놓은 부분을 일러 사복음서라한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 이라는 네 명의 문도가 자신이 보고 느낀 부분을 그대로 기록해 놓았다고 전해지는 책이다.

문제는 예수가 어디에 가서 공부했다라는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공부한 기록은 없는데 예수가 말한 것들은 구구절절히 옳아다 공부한 기록은 없는데예수가 말한 것들은 구구절절히 옳아.’ 그 사이의 간극에는 곡절이라는 사연이 있다. 그럼에도 예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거기에 꼭 맞는 말만을 해내고 있다.

하루는 공자가 마당을 달려지나가는 아들을 불러 세우고는 얘야 시를 읽었는가라고 묻는다. 그러자 아들이 아버지의 느닷없지만 뜬금없는 물음에 잠시 뜸을 들이는 듯하더니 이내 답하길, “아직 못 읽었습니다.” 아버지 공자가 말하길, “얘야 시를 읽거라. 시를 못 읽으면 남 앞에서 말할 수가 없다.<공자상독립孔子嘗獨立 리추이과정鯉趨而過庭 왈학시호曰學詩乎 대왈미야對曰未也 불학시不學詩 무이언無以言 리퇴이학시鯉退而學詩 논어계씨편16-12>

공자는 5세부터는 허드렛일을 해도 반드시 그날 공부는 하고 잠을 잤다고 한다. 42세 때는 시를 다 외워 시경을 편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 앞에서 말할 때는 늘 눌변訥辯으로 신독하고 삼가했던 것이다. 왜냐 혹시라도 실수할까봐서? 오죽하면 신약성서 최고 지식인 사도바울조차도 내가 말에는 졸하나 지식에는 그렇지 아니하나니<고린도후서11:6> 라며 말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런데 예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거기에 맞는 말을 했다. 공자는 이런 사람을 일러 논어 계씨편에서 생이지지生而知之라고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아는 자라는 말이다. 그러자 제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선생님도 생이지지이시겠군여. 공자는 깜짝놀라며 왈, 나는 한 단계 아래. 배워서 아는 학이지지學而知之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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