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하나 잡을라고 헌 건디 딴 사람만 억울허게 다 죽었어”
“인민군 하나 잡을라고 헌 건디 딴 사람만 억울허게 다 죽었어”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9.17 07:26
  • 호수 10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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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장터 미군기 폭격 복대리 김중근 어르신 증언

쌕쌕이 두 대가 나타나 하나가 내려오더니
사람들이 오모래기 모여있는 신작로에 올려쏴버렸어

하늘 빙 돌던 놈이 내려와서 또 한번 쏘더라고.

▲판교면 복대리 김중근 어르신
▲판교면 복대리 김중근 어르신

12일 판교면 복대리 유투골에 사는 김중근(1935년생) 어르신을 만나 195091011시에 벌어진 판교장터 미군기 폭격 상황을 들었다. 그는 열 다섯에 겪은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 그런데 70년이 지난 일을 왜 이제사 알라고 해요?

- 다 잊기 전에 기록을 남겨 후세에 전해주어야지요. 그래야 이런 일이 다시는 안일어나지요.
= 그려,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되지. 그때 이북에서 밀고 내려왔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못하게 했어. 판교 장날인디 치안대 사람들이 장을 못하게 헝게 판교 다리 있는 디, 그 전에도 거기가 장터였는디, 거그서도 못허게 헝게 그 위로 올라왔지. 그때는 치안대 사람들이 완장차고 총 없응게 엽총 짊어지고 댕김서 막었어. 그래서 이 앞으로 올라왔는디 그때가 감이 불긋불긋해서 우려서 팔고 헐 때여. 그러니까 지금보다는 좀 더 있어야 헐 거여. 그때는 배고픙게 잘 사먹었어. 신작로 가에다 죽 늘어놓고 팔고 그랬어. 나도 그날 장에 갔다가 올라왔는디 10시경에 인민군이 부여에서 내려왔어. 혼자. 봉게 인민군이 세발오도바이여. 빨갛게 띠 두르고 권총을 찼더라고. 그때는 권총도 시지부지헌 놈은 차도 못했어. 아마 연대장이나 되는 것 같았어. 높은 사람인가벼. 근디 그 사람이 도로로 주욱 내려가더라고. 우리가 볼 때는 서천이나 어디서 모여가지고 회담이나 뭣을 했나벼. 내려갔는디 그때 호주기라고 있어.

- 쌕쌕이라 그랬죠?
= . 쌕쌕이, 대가리 삐쪽헌 거. 어쩌다 봉게 쌕쌕이 두 대가 하나는 위에서 빙 돌고 하나가 내려오더니 소전(우시장)에는 사람들이 흐트러 있응게 안쏘고 신작로에는 사람들이 오모래기 모여 있거든. 긍게 신작로에서 올려쏴버렸어. 한 대가 쏘고 올라강게 또 한 대 하늘 빙 돌던 놈이 내려와서 또 한번 쏘더라고.

- 여기 도로에도 쏘았나요?
= 아니, 여기 길 나가서 그 밑으로... 그 호주기 두 대가 빙 돌더니 서쪽으로 가대. 그렁게 신작로에서 밀어서 올려 쐈응게 탄알 두 개 맞은 사람도 있었을 거여. 그렇잖여? 밑에서 올려 쐈응게. 그래서 인자 가봤지. 가봤더니 신작로에서 감 팔다 꼬부리고 죽은 사람, 별 사람 다있어. 그 신작로 가에서만 죽었슈. 안에는 소전이 있었는디 사람들이 흐트러져 있응게 거기는 안쏘았어. 그렁게 신작로 가에 사람이 오무래오무래 있응게 거기다 쏘고 간 거여. 그것들이 뭣을 봤는지 베락같이 봤더라고. 그래서 인자 끝났니라 했더니 인민군 그것이 혼자, 그때 우리는 인민군 보도 못했시유. 그 사람들(치안대)만 봤지 인민군이 어디 있었간이. 지방에서 손들고 나와서 앞장선 그 사람들이 지랄헌거지.

- 치안대인가요?
= 응 치안대. 인민군은 총들고 싸워야지 이런 데 있간이. 치안대 그것들이 판쳤어. 그렁게 세 시쯤 인민군 오도바이는 올라갔는디. 여기 와서 또 쏘더라고. 베락같이 와서.

- 그때도 두 대가 왔었어요?
= 응 두 대가 왔어. 사람은 없었시유 그때는. 사람은 없는디 그것(인민군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베락같이 왔어, 뭘로 봤는지. 그때도 두 번 쏘더라고. 기본이 두 번인가벼. 하나는 위에서 돌고 하나가 쏘고 올라가면 그 하나가 내려와서 쏘고 그러더라고.

- 그때도 사람 죽었나요?
= 그때는 사람 없었어요. 사람 죽고 혔는디 거그에 사람이 있겄어요? 그렁게 인민군 그놈을 잡을라고 쏜 거여. 잽히나 그게. 인민군 그놈 하나 잡을라고 헌 건디 딴 사람만 억울허게 다 죽었어. 그때 40명 죽었다고 혔는디 부상자까지 100여명 됐을 거여. 부상자도 많이 있었슈.

- 그날 장터에 계셨었나요?

= 9시쯤 갔다가 집에 들어왔지요. 집에 들왔는디 저기에 쏭게 보이지.

- 이 집에 사셨나요?
= 응 여기.

- 지금이나 도로는 변함이 없었지요?
= 그렇지. 치안대들이 사람 모이는 것을 못허게 혔어. 그런디 장에 허연허게, 그때만 혀도 사람 얼마나 많었슈.

비포장도로였지만 차가 없으니 먼지가 나지 않았고 신작로 양쪽에 사람들이 늘어서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곳에 전투기에서 기관총으로 사격을 가한 것이다.

▲판교장터 폭격에 사용되었던 F51 무스탕 전투기
▲판교장터 폭격에 사용되었던 F51 무스탕 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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