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논어를 읽어내는 글맛이란
■ 송우영의 고전산책/논어를 읽어내는 글맛이란
  • 송우영
  • 승인 2021.09.30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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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삼천 제자 중에서 가장 아둔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증자가 압권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공자 이후 역사는 그 누구도 이를 달지 않는다.

그가 공자 문하에 들어간 나이가 16세다. 훗날 주자의 벗 여조겸은 이 때를 방년이라 말하며 아들된 자는 이 나이에 스승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至於芳從學> 요즘은 소녀 16세를 방년이라하지만 당시에는 남자가 등과하거나 스승을 찾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이해되었다.

그러므로 조선시대에 있어서 16세는 인생의 첫 출발과도 같은 나이다. 스승을 찾아가든가 진사초시로 입과를 하든가이다.

16세에 공부를 했음에도 스승 공자께서 논어 선진先進편에서 사과십철四科十哲을 발표하는데 증자는 끼지도 못한다. 그 이유를 논어 선진편 11-17문장은 증자의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 세글자로 명토박는다. “삼야參也 풀어쓰면 <증자>은 노둔<아둔>했다이다.

증자에 대한 스승의 평가는 가혹했다.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증자는 두 번씩이나 스승의 문하에서 쫒겨나는 비운을 겪기도 한다. 그런 이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했으면 만고는 못되지만 천고의 스승이라는 맹자의 사조가 될 수 있었으며 공자 계보의 도통을 잇는 성인의 반열인 종성宗聖이 될수 있더란 말인가.

공자는 유학파였다. 공자는 일생에 걸쳐 철환주유를 두 번을 하는데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가 첫 번째 외유로 이때는 천하를 다니면 공부한 시기이다. 그리고 54세부터 68세까지는 천하를 경영하기 위한 도학자적 철환주유다. 그러나 증자는 자신은 국내파 1호라며 외국가서 공부하지 않은 것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여기고 살았던 인물이다.

논어에서 증자의 증자왈曾子曰이라고 기록된 부분을 눈여겨본 후학이라면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을 것이다. 사용된 문구가 상당히 고급적이고 순일純一함이 스승을 감히 뛰어넘는다 말할 수 있겠다. 증자의 위대한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승 공자의 가르침을 후대에 전할 때에 제나라 어법이나 송나라 어법 여타의 문법?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오롯이 스승 공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노나라의 어법으로 가르치고 전수했다는 점이다.

청말 학자 곽말약에 따르면 훗날 맹자는 맹모삼천지교를 끝낸 나이 16세 즈음에 이르러 공자의 고향 곡부로 유학가자 공자의 제자 증자가 그를 가르쳤다. 그 가르침을 이은 공자의 손자 자 사자의 문인에게서 공자孔子를 공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증자는 유학의 13경전 중 대학 효경을 썼으며 논어 일부가 그의 글로 공자 > 증자 >자사 > 맹자로 잇는 도통계보道通系譜宗師인 셈이다. 논어 학이편 1-4문장에서 나는 하루 세 번 자신을 돌아본다 라고 말하면서 세 번째 자신을 돌아본다는 경구에서 사용된 문구가 전불습호傳不習乎. 풀어쓰면 전해받은<> 것을 공부하지<> 않았는가<不乎>’ 쯤 되는 말인데 다산 정약용은 논어 고금주에서 이 부분을 풀기를 전은 전해받다는 말도 있지만 배우다도 되고 배운 것을 또 전수하다, 곧 가르치다도 된다. 그러므로 전불습호傳不習乎란 내가 배운 것을 나도 완벽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남에게 가르친 것은 아닌가? 라며 증자는 자신을 반성했다고 풀었다.

증자의 이 반성문은 대단히 중요한 실마리를 주고 있다. 이란 글귀는 사람인변 에 오롯할전이다. 오롯하다는 것의 사전적의미은 여타의 그 무엇이 섞이지 않은 상태로 순수함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논어를 읽고 해석함에 있어서 현재 8090대에 이르신 분 중에는 일본어 문법이 논어 해석에 묻어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이고 현재 6070대 이르신 분 중에는 영어문법이 논어 해석에 드리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분들은 어떠한가. 요즘 젊은 분들은 국어 문법이 논어에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논어나 여타의 전적들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시대의 생각과 그시대의 생활방식 그리고 그 시대의 언어구조로 읽어야한다는게 생명, 곧 글맛이다. 이렇게 공부했을 때 만이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가 곧 불역열호不亦說乎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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