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거짓말과 가짜뉴스 속에서 진실을 지키다
■ 모시장터 / 거짓말과 가짜뉴스 속에서 진실을 지키다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1.10.15 07:18
  • 호수 10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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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다.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인류의 문명발전을 위하여 기여한 사람들을 뽑아 상을 준다. 19세기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산(노벨재단)을 기금으로 시작해 1901년부터 수상자를 발표해왔고, 올해는 121년째다. 1, 2차 세계대전 등의 시기를 빼고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시상식을 이어왔기 때문에, 그 해의 노벨상은 그 시기 인류문명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척도로 삼기에 충분하다. 과학기술이, 의학이, 시대정신이 흘러오면서 추구한 것들의 궤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노벨상의 시상 영역은 6개 부문이다.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그 위에 1969년부터 경제학상이 추가되었다.

올해의 노벨상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평화상이다.

평화상은 지구촌에 전쟁이 한창일 때는 전쟁종식을 위해 노력했거나 난민구호에 힘쓴 개인 또는 기구들이 수상하였고, 인종갈등이 중요 이슈로 떠오른 해에는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수상자가 되었다. 빈부격차가 주요 문제로 인식되던 때에는 슈바이처나 테레사 수녀와 같이 빈민구제에 힘쓴 인물이 수상하였고, 독재국가에서 민주화투쟁이 불길이 뜨거울 때는 그 투사들에게 상이 돌아갔다.

올해 평화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상자들이 거짓과 싸우는 언론인이라는 점에서다. 두 사람의 언론인이 상을 받게 되었는데, 한 사람은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설립자), 또 한 사람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노바야 가제타신문 편집장)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레사와 무라토프는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용기 있는 싸움을 벌였다그들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점점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고 있는 세상에서 이런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언급했다.

두 언론인은 각기 자신들의 나라에서 메이저 언론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마리아 레사의 경우 미국CNN의 마닐라지사장을 지낸 적이 있지만 지금은 독립적 소수매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무라토프 역시 작은 독립언론의 창립자이자 편집장이다. 독재적인 정권에 맞서 목숨을 내걸고 진실을 추적해 보도하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언론인이 받은 일도 드물지만, 독립언론에게 노벨평화상이 돌아간 것은 노벨상 120년 역사에 처음이다. 올해 노벨평화상이 언론인을 주목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

무엇보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가운데 진실을 수호하는 언론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우리는 소식들을 듣는다. 신문 방송 유튜브 카톡이니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이 소식을 퍼부어댄다. 그 가운데는 말 그대로 새소식도 있지만 케케묵은 옛 소식이거나 거짓 뉴스, 허위과장의 헛소리들이 태반이다. 정치적 거짓말, 돈벌이에 대한 사기성 소식들도 무수히 섞여 있다. 그 가운데서 의미 있고 진실한 소식을 걸러내고 평론하는 참 언론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믿을 만한 소식을 걸러내는 언론자유 단체로 국경 없는 기자회’ ‘언론인 보호위원회’ ‘국제 팩크체킹 네트워크등도 수상후보로 거론되었다 한다.

이 상은 역설적으로, 전 세계가 거짓 뉴스의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진실을 전하는 매체, 거짓을 말하지 않는 개개인의 윤리적 각성이 중요한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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