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 산책 / 하진의 손자 황보숭의 증손자
■ 송우영의 고전 산책 / 하진의 손자 황보숭의 증손자
  • 송우영
  • 승인 2021.11.11 10:22
  • 호수 10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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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1인자를 꿈꿨던 두 인물 

어려서는 감문청학敢問請學이라 하여 어른께 감히 묻기를 청하여야 하며 노년에 이르러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 하여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감문청학敢問請學과 불치하문不恥下問을 합자하여 공부의 시작이 되는 학문이 비롯된다.

소설 삼국지의 초입부분이야기다. 후한 영제靈帝 때 장양張讓 조충趙忠 하운夏惲 곽승郭勝 필람畢嵐 단규段珪 손장孫璋 율숭栗嵩 장공張恭 고망高望 한성韓惺 송전宋典 12명의 환관들이 절대권력을 쥐고 잇었다. 소설 삼국지는 이들의 행위를 십상시의 난이라 기록한다.

이런 환관정치의 혼란기가 계속되자 나라 안은 누런 건을 둘러쓴 황건黃巾의 농민봉기가 10여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일고 있었다. 그들의 지도자로는 대현량사大賢良師라 불리는 천공장군天公將軍 장각張角이다.

조정은 대장군大將軍 하진何進을 필두로 황보숭皇甫嵩을 좌장군左將軍으로 삼아 토벌을 명한다. 당시 중원 서북지역에서는 아직 발톱을 드러내지 않은 서북명타라 불리는 서북맹장 전장군前將軍 동탁董卓이 서북 반란 황건적을 방어하고 있는 중이었다. 좌장군 황보숭은 황건적을 물리친 공이 있음에도 전격 경질되어 관직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단초는 너무 방만한 십상시로 통하는 12명의 환관들의 권력과 재산을 몰수 축소 해야 한다는 그의 강직한 성품 때문이었다. 소설 삼국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경질된 그는 두문분출하면서 종학宗學에 힘쓴다. 물론 훗날 역적 동탁이 죽은 후 태위太尉까지 승진했다가 병으로 죽는다.

여기서 눈여겨볼 인물이 둘씩이나 된다. 대장군大將軍 하진何進과 좌장군左將軍 황보숭皇甫嵩이 그다. 하진은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15세 부터 돼지잡는 업으로 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번 인물이다. 그 돈으로 환관 십상시들에게 감당할 없는 뇌물을 써서 그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황보숭은 공부한 사람이다. 오로지 공부만으로 그 지위까지 오른 인물이다.

문제는 이사람들 후손에서 역사에 걸출한 인물 둘이 나왔다는 것이다. 제 이름 두 자도 제대로 못쓰는 천하의 글바보 대장군 하진이 손자만큼은 대단한 인물로 키워낸 것이다. 대장군 하진의 손자 하안<친부 하함 모친 윤씨부인(하함 사후 조조에게 재혼함)>, 계부 조조 딸 금향공주는 그의 처>이 그다. 그리고 황보숭의 증손자 황보밀 또한 그다.

하안何晏은 논어에 주가 아닌 주를 단 인물이다. 논어를 읽고자 한다면 하안을 비껴갈 순 없으리라. 훗날 사마의司馬懿에 의해 살해되지만 그가 빼어난 점은 역사에 왕필王弼을 발탁해 세상 사람들이 왕필이 어떤 인물인가를 알게 한 점이다. 왕필은 16세에 주역과 도덕경에 주를 단 인물로 역사에 왕필의 주라는 한문주경사에 한획을 긋고 간 인물로<정암 박윤선 박사> 24세에 요절한 천재이다.

황보밀皇甫謐은 위나라와 진나라 사이의 의사이자 문학가로 후한의 태위 황보숭의 증손이자 파릉령灞陵令 황보숙헌皇甫叔獻의 손자이며 효렴 황보숙후皇甫叔侯의 아들이다.

하안이나 황보밀이나 공부라면 그야말로 1인자를 꿈꾸며 공부한 인물들이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성인 공자孔子였다. 공자보다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이해불가의 경쟁심으로 똘똘 뭉친 자들이며 그들의 생존이유다. 하안은 자기 스스로 자기에게 내기를 한다. 오늘은 몇시간 공부했다, 내일은 몇시간 공부 더한다. 그 다음날은 또 더한다. 이런 식으로 공부내기를 하다보니 어떤날은 아침부터 다음날 아침 다음 시간까지 공부를 했다 한다.

특이한 점은 황보밀은 낮에는 팔팔 놀고 밤만 됐다 하면 죽기살기로 공부한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황보밀은 허구헌날 술먹고 놀기만 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가 왜 그렇게 기행에 가까운 행동을 어려서부터 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공부는 지독하게 많이 했다는 점이다.

순자는 말한다.<순자왈荀子曰> “반걸음을 쌓지 않으면<부적규보不積蹞步> 천리에 이르지 못할 것이며<무이지천리無以至千里>, 작은 물이 모이지 않으면<부적소류不積小流> 강하江河를 이룩하지 못한다.<무이성강하無以成江河>” 순자집해권학편에 나오는 말이다.

도연명陶淵明성년盛年부중래不重來 일일一日난재신難再晨 급시及時당면려當勉勵 세월歲月부대인不待人이라 자신의 시구에서 밝힌 바 있다. 풀어쓰면 이렇다. 젊은 시절은 두 번 거듭 오지 아니하고 하루에 새벽도 두 번 있기 어렵나니 젊어서는 마땅히 공부에 힘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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