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어새 'M03' 관찰기
■ 저어새 'M03' 관찰기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2.01.05 08:48
  • 호수 10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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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저어새 M03’

월동지에서 되돌아와 해남 현산천에서 머물다

사람이 쏜 총탄에 결국 주검으로 발견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저어새는 먹이가 풍부한 서천갯벌에서 자주 발견되는 새이다. 최근 노루섬은 이들의 번식지로 확인되었다. 이들은 겨울이면 제주도 남쪽으로 내려가 월동을 한다. 지난 여름 서천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저어새 1마리(M03)가 중국 장수성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사실이 위치추적장치로 확인되었다. 전남 해남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주용기 시민기자가 두 차례에 걸쳐 해남군 현산천에 머물고 있던 저어새 M03을 확인했다. 그러나 결국 사람이 쏜 총탄에 의해 죽었다. 주용기 시민기자의 저어새 M03’ 관찰 기록을 싣는다.<편집자>

지난 1218, 오전 9시에 저어새 M03’가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해남으로 출발했다. 오후 3시께, 해남군 현산면 읍호교에 도착해 현산천 상류쪽을 바라보니 부리를 좌우로 젖는 새가 보였다. 이렇게 빨리 저어새 찾다니 반가운 마음으로 망원경으로 확인해 보니 노랑부리저어새였다. 저어새 위치수신 기록이 오후 1시경 자료이니 2시간 안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 것이다.

▲전남 해남군 현산천
▲전남 해남군 현산천

차량을 돌려 현산천 제방을 따라 하류 방향으로 이동을 했다. 하류쪽에 위치한 현산교를 건너가려는데 저어새류 5마리가 날다가 갈대밭 안으로 내려앉았다. 갈대군락에 가려 무슨 새인지 아무리 확인을 하려 해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하류쪽 내려다 보니 방조제가 길게 가로 놓였고 안쪽에는 오리류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방조제가 막히지 않았다면 이곳 넓은 들판 전체가 갯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방문했던 읍호교 위까지 바닷물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판단됐다.

해남으로 되돌아온 저어새 ‘M03’

건너편 제방을 이동을 했더니 작은 갯골에 쇠백로 4마리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저어새를 볼 수 없었다. 저어새는 보이지 않지만 어떻게 하랴! 잘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넓게 펼져진 갯벌과 구름낀 하늘, 바닷가에 쌓인 하얀 눈.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런데 제방과 바닷가에는 쓰레기와 망가진 어구가 버려져 있고, 사용하는 어구들도 방치되어 있었다. 이곳 갯벌도 온전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다시 다른 마을 포구로 이동했더니 바다 수면에 어구들이 잔뜩 펼쳐져 있다. 해양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그리고 주민 생활 및 생존권 보호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 고민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햇빛이 어구들 사이로 들어난 바다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벌써 오후 5시다. 곧 해가 질 태니 마지막으로 저어새를 찾아보기 위해 처음 방문했던 읍호교로 이동을 했다. 오후 520분쯤 도착해 확인해 보니, 잠을 자고 있는 새가 보였다. 얼굴은 깃털에 가려 보이지를 않고, 등에는 검은색 물체가 보였다. ‘저어새 M03’이라고 판단되어 제방으로 차량을 이동해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다시 확인해보니 저어새 M03’가 오른쪽 다리 상단에 글씨 ‘M03’가 새겨진 빨강색 링과 왼쪽 다리 상단에 흰색 줄이 그러진 빨강색 링과 녹색 링을 각각 부착하고서 열심히 먹이인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었다. 건강한 듯 보였다. 그리고 노랑부리저어새 3마리도 함께 열심히 먹이활동 중이었다.

▲현산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저어새 M03
▲현산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저어새 M03

잠시 후 527분에 노랑부리저어새 5마리가, 그리고 533분에 노랑부리저어새 4마리가 하류에서 날아오더니 합류해서 먹이활동을 시작했다. 다리 공사장 바로 아래 좁은 물 웅덩이 같은 수로에서 저어새 1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 12마리가 열심히 부리를 저으면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어새 M03’와 노랑부리저어새 무리가 이곳에서 무사히 겨울철을 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방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그곳을 벗어났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둥둥 뜨기 시작했다.

해상풍력단지로 사라진 월동지

저어새 M03’은 이기섭 박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월동지를 찾아 지난 116일 오전 시흥 옥귀도(황새바위)를 출발해 서천, 영광을 거쳐 황해(서해)를 지나 중국 장쑤성 해안 50km까지 접근했으나 그곳 바다 위에서 5시간이나 배회를 하다가 다시 이동경로를 180도 바꾸어 신안군 하태도로 이동해 버렸다. 이유는 중국 장수성에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 있기 때문에 이라고 판단한다.

▲저어새 M03 회귀 경로
▲저어새 M03 회귀 경로

하태도에서 꼼짝 않고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후 9일에 해남군 송지면 군곡리의 현산천 하구로 날아왔고, 결국 22시간 동안 바다 위를 날다가 중국 남동부 지역으로 이동을 포기한 것이다. 해남을 벗어나지 않고, 그동안 현산천 하구와 현산천 상류를 오고 가면서 먹이활동을 한 것으로 위성 추적 기록이 나와 있는 새이다.

한편 1224일 오후 344, 다시 6일 만에 같은 장소를 찾아갔다. 읍호교 위의 현산천에는 노랑부리저어새 6마리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고, 읍호교 아래쪽 현산천에는 저어새 M03가 노랑부리저어새 1마리와 함께 사이좋게 머무르고 있었다. 저어새 M03에게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비교적 건강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깃털 상태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총탄에 맞은 저어새

▲총탄에 죽은 저어새 M03
▲총탄에 죽은 저어새 M03(사진제공/박진선)

1231, 이기섭 박사님로부터 해남에 머물고 있던 저어새 M03’가 죽어서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사체 사진을 확인하게 되었다. 누군가 쏜 총탄으로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타깝고 화가 치미는 소식이다. ‘저어새 M03’은 필자가 지난 1218일과 1224일 직접 해남군 현산천에서 건강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남에 계시는 박진선 님이 1225일에 현장에서 확인을 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저어새 M03’의 주검을 보고서 첨부해드리는 글로서 슬픈 마음을 정리해보았다.

새해 첫날부터 슬프고 화가 나는 소식을 이렇게 전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공유해드리게 되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 전북대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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