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시대’에 가장 큰 불행은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시대’에 가장 큰 불행은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 송우영
  • 승인 2022.01.06 09:07
  • 호수 10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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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을 좋아하는가공자가 자로를 처름 만났을 때 한 말이다.

자로는 답하길 저는 긴칼을 좋아합니다공자는 말한다. “공부를 좋아해야지 그런거 좋아해서 어찌 경지까지 이른단 말인가그러자 자로는 발끈하여 말한다. “요즘이 어느시댄데 공부가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학이익재야學豈益哉也>”

이 말은 공자가어孔子家語 자로초견子路初見편에 기록된 내용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나 지금의 시대나 변하지 않은 것 중 하나를 꼽는다면 아마도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논어 옹야편6-25에 이런 문장이 있다.

공자는 말한다. 군자는 주나라 문을 두루두루 배우고<군자박학어문君子博學於文> 예로써 중심을 잡는다면 <약지이례約之以禮> 가히 어긋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역가이불반의부亦可以弗畔矣夫>

공부시대에 가장 큰 불행은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공부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꾸준히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며 공부를 멀리함은 불행의 근본이다.”

삼국지 후반부의 명장 등애鄧艾의 명언이다. 등애는 어려서부터 고된 농사일로 하루가 짧고 피곤했음에도 공부를 무진장 많이 해서 사마의司馬懿의 눈에 띄어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이며 유비가 세운 촉한을 무너뜨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등애의 공부법은 간단했다. 눈뜨면 일했고 쉴 때면 공부했다 한다. 이말은 그의 후손 등씨 문중의 셋째딸 등용鄧榕이 했던 말인데 그는 아버지께 들었다 전한다. 그의 아버지는 중국 건국의 어머니라 칭송받는 등소평鄧小平이다.

조선시대에 선비들 사이에서는 두 개의 숙제와 같은 명제가 있다. 책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것을 다 읽는 것은 어려우며,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책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남자는 자신의 키높이 정도의 책을 쓰고 죽어야 한다.

청나라 초기의 학자 고염무는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무작정 써야 한다가 그의 공부 준칙이다. 그는 10대 때 자치통감을 필사한 적이 있다는데 자치통감은 11세기 중국 북송대의 정치가 사마광이 쓴 편년체 역사서로 1065년부터 1084년까지 장장 20여년간의 각고 끝에 완성한 책이다. 자치통감 분량을 말한다면 권수로는 294권이요 글자수로는 300만 자를 훨씬 육박하는 방대한 거질의 통사다. 이를 토씨하나 안빼고 다 필사하여 별본의 자신만의 필사본을 만들어 스스로 쓰고 또 쓰기를 반복했다 하니 실로 듣는 후학으로 하여금 오금이 박히는 소리임에 분명했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데는<국가흥망國家興亡>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나니<인인유책人人有責> 책임을 면하는 길은 오직 공부다<면책유학免責唯學>’라는 공부에 대한 거침없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한다.

그에게 있어서 공부는 존재이유 였으리라. 일찍이 공자는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5-27문장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의역하면 이렇다. “공자는 말한다. 어느 마을이든 나보다 잘난 사람은 많다. 그러나 나만큼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자왈子曰 십실지읍十室之邑 필유충신여구자언必有忠信如丘者焉 불여구지호학야不如丘之好學也>

이것은 공부에 관한한 공자의 절대 양보할수없는 하늘을 찌르는 자긍심이다. 이 말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공자는 자신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는 사람이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 안돼라는 공부에 관한 호승심이 있었던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공부를 이토록 목숨걸고 할 사람이 몇이나될까.

공자 이후로 인류는 공자를 기준으로 삼고 공부를 하는데 공자보다 많이 하던가 공자보다 덜하던가이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의 경우는 공자를 기준으로 세우고 공자 닮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던 인물이다. 그의12자경문 첫줄은 이렇게 기록한다. “모름지기 성인을 준칙으로 삼는다여기서 성인은 춘추를 쓴 공자를 말한다. 결국 율곡 이이께서는 성인聖人까지는 못됐지만 시호諡號가 문성공文成公으로 성인의 반열에 오른 문을 이루는 성위成位까지 자신을 끌어올린 대단한 인물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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