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하며 죽음을 맞이한 공자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하며 죽음을 맞이한 공자
  • 송우영 /
  • 승인 2022.01.12 21:34
  • 호수 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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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 자로는 공자를 업신여기며 공자를 때리려고까지 했다.<능포공자陵暴孔子> 그러나 공자가 항상 예로서 대하며 조금씩 바른 길로 이끄니<공자설례초유자로孔子設禮稍誘子路> 얼마 후엔 자로가 선비의 옷을 입고 제자가 되기 위한 집지의 예를 하고는<자로후유복위지子路後儒服委質> 문인을 통해 공자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인문인청위제자因門人請爲弟子> 사마천 사기열전史記列傳 67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의 기록이다.

왕숙은 공자가어 자로초견편에서 자로와 공자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록한다.<공자가어孔子家語자로초견子路初見19> 알기쉽게 연의를 하면 이렇다.

자로가 공자를 처음 만나니 공자는 이렇게 묻는다. “그대는 뭘좋아하는가?<여하호락汝何好樂>” 여기에 대한 자로의 답변은<대왈對曰> “저는 긴 칼을 좋아합니다.<호장검好長劍>”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군자君子는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군자불가불학君子不可不學>” 이 말에 대한 자로의 답변은 꽤나 거칠다. “요즘같은 세상에 공부가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학기익야재學豈益也哉> 이에 대한 보충 설명격으로 훗날 공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람이 공부하지 않으면 장장 여섯 개씩이나 되는 치명적 폐단이 있다. 첫째 인을 좋아하면서 공부하지 않으면<호인불호학好仁不好學> 그 폐단은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이며<기폐야우其蔽也愚>, 둘째 지를 좋아하면서 공부하지 않으면<호지불호학好知不好學> 그 폐단은 방탕한 사람이 될 것이며<기폐야탕其蔽也蕩>, 셋째 믿음을 좋아하면서 공부하지 않으면<호신불호학好信不好學> 그 폐단은 남을 해치는 사람이 될 것이며<기폐야적其蔽也賊>, 넷째 곧음을 좋아하면서 공부하지 않으면<호직불호학好直不好學> 그 폐단은 남을 비방하는 사람이 될 것이며<기폐야교其蔽也絞>, 다섯째 용맹을 좋아하면서 공부하지 않으면<호용불호학好勇不好學> 그 폐단은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될 것이며<기폐야란其蔽也亂>, 여섯째 강직을 좋아하면서 공부하지 않으면<호강불호학好剛不好學> 그 폐단은 경솔한 사람이 될 것이다.<기폐야광其蔽也狂>”논어論語양화陽貨17-8문장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공부해야한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다. 공부하지 않고는 그 무엇도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또한 공자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량하기 그지없는 자로를 기어이 공부를 시켜서 공문10철의 반열까지 끌어올려놓았고 또한 그 공부를 밑천으로 일개 저자거리에서 불량배로 죽어가도 시원찮을 인물을 전무후무한 위대한 정치인으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했던 것이다. 이것을 오계론五計論을 쓴 송나라 학자 주신중朱新中은 공자의 자로를 향한 절차탁마라했다. 절차탁마는 천자문에 절마잠규切磨箴規로 보이는데 자르고 갈며 일깨워주어 바른말로 잡아준다는 의미이다.

절마切磨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줄임말로 논어에도 나오는데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말한 데에서 알려진 말로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빈이무첨貧而無諂> 부해도 교만하지 않으면<부이무교富而無驕> 어떻습니까?”라고 하니 공자는 답하길 그 정도라면 괜찮다.<가야可也>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미약빈이락未若貧而樂>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부이호례자야富而好禮者也>” 그러자 자공이 시경에서 말하는 자르듯 갈듯<여절여차如切如磋> 쪼듯 갈듯이 라고 하였는데<여탁여마如琢如磨> 이것을 말하는 겁니까?<기사지위여其斯之謂與>” 하니 공자가 아주 기뻐하면서 이렇게 답한다. “비로소 너하고 더불어 시를 말할만 하구나.<시가여언시이의始可與言詩已矣> 지나간 것을 알려주면 다음에 이어질 말을 아는구나.<고저왕이지래자告諸往而知來者>” 라고 했다.

자공이 말한 절차탁마의 출전은 시경詩經 기오편淇奧篇에 있는 시구詩句로 여절여차如切如磋 여탁여마如琢如磨에서 나온 말이다. 잠규箴規는 공자의 공부 습관을 후학 정자程子가 사물잠四物箴으로 정리整理하여 천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경구다. 공자의 위대한 점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공부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공자는 기원전484년되는 해인 68세에 철환주유를 마치고 노나라에 돌아와 73세에 서수획린西狩獲麟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장장 5년의 세월을 오로지 공부만으로 시경 서경 춘추경의 원형을 만든 기념비적 인물이다. 공자의 이러한 죽음은 한 인간이 어떻게 노년을 맞이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전형이기도 하다, 공부로 시작해서 잠깐 벼슬에 방황하다가 다시 공부로 마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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