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옛사람의 공부하는 즐거움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옛사람의 공부하는 즐거움
  • 송우영
  • 승인 2022.03.11 19:23
  • 호수 10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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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사람의 공부하는 즐거움

 

공자는 말한다.<子曰> “군자는 도를 생각할 뿐<군자모도君子謀道> 끼니를 고민하지 않나니,<불모식不謀食> 농사를 지어도<경야耕也> 굶주릴 수 있으니,<뇌재기중의餒在其中矣> 공부하라.<학야學也> 공부하면 돈은 저절로 붙나니.<녹재기중의祿在其中矣> 그러므로 군자는 도를 걱정할 뿐 가난은 근심하지 않는다.<군자우도불우빈君子憂道不憂貧>”

논어위령공15-31장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와 백성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군자는 치국을 넘어 평천하를 꿈꾸기 때문에 도를 생각하지만 백성은 나와 가족과 일가친족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기에 밥을 우선으로 두기도 한다. 한번은 유방이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의 공격에 견디다 못해 동쪽 성고成皐의 땅을 포기하려 했다. 이런 소식을 듣게 된 농부 역이기酈食其는 펄펄 뛰면서 유방을 만나러 갔다.

천신만고 끝에 유방을 만나 항의하듯 따진다. “동쪽 성고의 땅은 식량 창고인 오창敖倉에 가까워 그 땅을 내어주면 백성들은 필시 밥을 굶게 될 것이고 밥을 하늘로 삼고 살아가는 저 백성들이 없다면 당신은 절대로 왕이 될 수도 없을 것이요라며 뒷말이 유방의 오금을 저리게 한다. “하늘을 하늘로 여길 줄 아는 자만이 왕업을 이룰 수 있는 법이라오 하늘을 하늘로 여기지 못하는 자는 결코 왕업을 이룰 수 없소이다. 왕이 되려는 자는 백성을 하늘로 생각해야 하고<왕자이민인위천王者以民人爲天> 백성들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사실을<이민인이식위천而民人以食爲天> 잊지 마시오<불망야不忘也>”한서漢書 역이기전酈食其傳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시대에 제나라 환공을 도와 제환공을 첫 춘추오패로 만들었던 명재상 관중도 자신의 통치철학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백성은 곡식창고에 곡식이 가득차야 예와 절제를 알며,<창름실이지예절倉凜實而知禮節> 백성은 옷과 음식이 넉넉해야 무엇이 나쁜 짓이며 무엇이 좋은 짓인 줄을 안다.<의식족이지영욕衣食足而知榮辱>”

세종실록에도 민유방본民惟邦本 식위민천食爲民天이라는 군주 세종의 어록이 기록되어 있다. 풀어쓰면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천하를 꿈꾸는 자는 백성으로 근본을 삼아야 하며 거기에 첫 번째 조건은 백성들에게 밥 걱정하지 않게 해주는 일이다.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관중이 죽고 대략 270여년 후 사람 맹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재물이 어느 정도 늘 변함없이 있어야만이<유항산有恒産> 사람의 마음이 넉넉함을 유지할 수 있는거다<유항심有恒心>”

옛 사람들은 재물의 많음을 추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저들이 추구하는 바는 오로지 공부다. 경원보씨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慶源輔氏曰> “공부하는 것을 즐기기를<기지이포嗜之而飽> 배불러 밥을 물림<>같이 하라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호랑이 담배 물던 시대나 어울릴법한 뭔 케케묵은 소리냐 하겠지만 옛 사람들의 공부는 그러했다. 공부하지 않음을 부끄러움으로 여겼고 공부 게을리함을 스스로에게 수치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다가 너무 가난하여 죽을 지경에 이르면 그제서야 간신히 미관말직의 벼슬을 얻게 되는 것이다. 높은 벼슬이 아닌 하필이면 미관말직이란 말인가. 옛 사람들이 공부를 하다가 벼슬하는 것은 단지 호구를 면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벼슬이 높으면 벼슬하느라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이를 맹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孟子曰> “벼슬하는 것이 가난 때문은 아니지만<사비위빈야仕非爲貧也> 간혹 가난 때문에 하기도 한다.<이유시호위빈而有時乎爲貧>”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하는가. 주자는 말한다.<朱子曰> “공부하는 자는<학자學者> 모름지기 착실히 순서에 따라 읽고 쓰되<수저실순서독서須著實循序讀書> 하루<일일一日>에 한두 대목을 보되<지간일이가只看一二叚> 읽어도 깨닫지 못하면<장거독이미효將去讀而未曉> 생각하고,<즉사則思> 생각해도 깨닫지 못하면<사이미효思而未曉> 반복해서 읽고<즉독반복則讀反覆> 완미 하기를 오래 하면<완미구지玩味久之> 반드시 저절로 터득하게 될 것이다<필자득의必自有得矣>”

사람은 누구를 무론하고 똑같은 시간속이라는 하루를 산다. 여기서 공부하고 안하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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