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좀 더 돌아가겠다는 48.6%의 힘
■ 모시장터 / 좀 더 돌아가겠다는 48.6%의 힘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2.03.11 19:25
  • 호수 10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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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승부도 치열했다. 득표율의 차이는 단 1%도 안 된다. 총 유권자 44백만여 명 가운데 77.1%가 참가한 치열한 선거전에서 당선자는 48.6%를 얻었고 차점자는 47.8%를 얻었다. 득표차이는 266,880표로 단 0.8% 차이다. 승자도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을 테고 낙선자의 아쉬움도 클 것이다. 무효표로 버려지는 표가 30만 표가 넘는다. 너무나 아쉬운 간발의 차이지만, 이로 인해 나라가 혼란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당선자도, 낙선자도 스스로를 경계하고 지지자들을 다독여서 더 이상 균열과 대립이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이번 선거는 사실 중요한 기회였다.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세계는 새로운 지도력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강대국들이 코로나 2년을 지나면서 그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혜성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세계 4, 5강의 대열에 이르렀고,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30년 전 동서냉전의 구도가 깨진 이후 세계의 질서는 다변화되었으며, 이런 속에서 몇몇 열강국은 쇠퇴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강국들이 대신할 것으로 세계는 전망하였다. 아시아 4, 글로벌 몇 대 신흥국이런 전망에서 한국은 빠진 적이 없다. 그리고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주의와 문화문명을 발전시킨 국가가 되었다. 세계적인 IT혁명이나 중동전쟁이나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중요한 국제적 이슈에서 한국은 이제 한 번도 제외된 적이 없다. 소위 일류국가’ ‘국제사회의 중심국가대열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 것을 예상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준비를 갖춘 대한민국의 역할이 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때마침 이루어진 대선에 세계 유수의 언론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인 것도, 과연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민국이 제대로 응답할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과거질서, 권위주의적이고 대결적이고 냉전적이고 개발지상주의나 소아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보편적 평화주의적, 생태주의적인 비전으로 이에 응답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답은 좀 달랐다. “지금은 너무 이르니 나중에 해볼게요라고 반응한 것이다.

일찍이 일류국가의 국민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는 세계를 리드한다는 역할이 너무 생소하고 두렵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남의 원조나 받으며 오로지 노동기계로 살던 시절이 어쩌면 훨씬 쉬운 일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무사안일에 길들여져 있다면, 굳이 영광된 통일조국같은 것을 지향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1-2위를 나눈 두 후보의 선거공약과 정책들을 볼 때, 대한민국의 절반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했는지는 조금 분명해진다. 안타깝지만, 부지런한 개혁보다는 적당히 지금을 즐기는 게으름을 선택한 것이다. 책임감을 갖고 정의와 공의를 세우는 국가보다는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묻고 넘어가는, 가진 자의 누릴 권리 아래서 가난한 사람의 고통은 당연히 감수할 것으로 받아들이는, 퇴행을 선택한 것이다.

풍요는 누리되 책임은 갖지 않는 어중간한 중간국가. 어쩌면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대체 그런 파라다이스가 어디 있단 말인가. 댓가가 따르지 않는 무사안일은 어디에도 없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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