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오거서五車書’라는데
■ 송우영의 고전산책 /‘오거서五車書’라는데
  • 송우영
  • 승인 2022.04.22 08:29
  • 호수 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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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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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이란<종자從者> 약한 것을 합하여 강한 것을 치는 것이고<합중약이공일강야合衆弱以攻一强也> 연횡이란<이횡자而衡者> 강한 것을 섬기어 약한 것을 치는 것이다.<사일강이공중약야事一强以攻衆弱也> 한비자韓非子 오두편五蠹篇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수도首都가 서주西周 호경鎬京에서 동주東周 낙읍洛邑로 옮긴 기원전 770년부터 진나라 시황제始皇帝 영정嬴政의 통일 기원전 222년까지를 이른다. 이 시기는 말하는 사람은 죄가 없나니<언자무죄言者無罪> 다만 듣는 사람이 경계하여 들으면 족하다<문자족계聞者足戒>는 사변辭辨 천국의 시대로 글줄이나 읽었다는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였다.

이중에서 빼어난 인물들을 꼽는다면 하늘의 별처럼 무수하겠지만 그중에 압권은 종횡가縱衡家를 비껴가지는 못하리라. 종횡縱衡은 세로로 묶는 합종合縱과 가로로 잇는 연횡連衡에서 뒷글자를 따서 종횡縱衡이라 한다. 여기서 종횡縱衡할 때 횡은 횡이어야하는데 형을 쓰고 횡?으로 읽는 것은 한비자가 자신의 책에 그렇게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행을 읽는 것과 같은이치로 계대를 나눌 때는 행으로 쓰고 항으로 읽는다. 국가대 국가를 묶고 잇고 할 때는 군대사열 의미로서의 횡이아닌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의 저울대형으로 쓰고 횡으로 새김하는 이치이다.

많은 종횡가縱衡家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종횡가縱衡家를 들라면 아버지로부터 눈물이 쑥빠지도록 야단맞아가면서 공부했다는 공손강公孫康의 둘째 아들 공손연公孫淵이 있을 것이고, 전국시대의 유세가游說家로 장의張儀와 동문수학했으며 단 한번도 장의에게 뒤진 적이 없었다. 전하는 초나라 하읍夏邑 태생의 진진陳軫이 있을 것이고.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으로 인생의 바닥에서 오줌받이 모욕을 견뎌내 진나라로 도망하여 진나라 소왕昭王에게 나라가 부국강병이 되는 방법을 말하고 그 말이 받아들여 1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라 하는 진나라 재상의 지위에 오르고 응후應侯의 봉작封爵까지 받아 고종명한 범수范睢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종횡가縱衡家로서 단연 압권은 1918년 광동서국廣東書局에서 발행한 소진장의전蘇秦張儀傳에 따르면 귀곡자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소진蘇奏과 장의張儀가 제일이다.

귀곡자의 가르침은 별 다른 게 없다. 지독심량旨讀心量이라 했다. 직역하면 글 읽는 맛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림이다인데 풀어쓰면 그냥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을 만큼의 책을 읽어라쯤 되는 말이다.

도대체 책을 몇 권을 읽어야 사람을 읽을 수 있는가. 옛사람은 독서의 기본량을 일러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 했다. 이 말은 성당시대盛唐時代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시 백학사의 초가집을 지나며 짓다<제백학사모옥題柏學士茅屋에서 그 출전을 찾는다.

그대 젊은 나이에 만여 권의 책을 읽었구나<년소금개만권여年少今開萬卷餘>

남아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 책을 읽어야 하나니<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여기서 그대 젊은 날이라 하여 년소年少를 썼는데 이 글자를 풀어쓴다면 대략 15-17세 전후를 말한다. 그 정도 나이에 읽은 분량이 만 여권의 책이라면 그 시대의 청춘들이 얼마나 공부에 매진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거서五車書라는 말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말이다. 공부하는 자녀를 둔 집안이라면 뉘 집을 무론하고 오거서五車書분량의 책을 읽는 것이 청춘의 꿈인 시대였던 것이다. 요즘 청춘들에게서야 그깟 책?’ 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에는 책을 읽는 자가 천하를 거머쥘 수 있었기에 책 한권에 목숨을 걸기도 했다.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불詩佛로 칭하는 왕유王維희증장오제인삼수戱贈張五弟湮三首기이其二에서 장제오거서張弟五車書 독서잉은거讀書仍隱居라 했다. 내 아우 장은 책을 많이 가졌거늘 책을 읽고자 하여 세상 피해 살았다네. 라고 읊었다. 장자莊子 천하天下편에도 기록하기를 혜시다방惠施多方 기서오거其書五車라 했다. 풀어쓰면 이렇다. 혜시는 공부가 깊고 넓었는데 그가 읽은 책이 다섯 수레 분량이었다. 후한 때 경학가 정현鄭玄, 자녀가 책을 읽으면 부모는 굶어도 허기를 모른다.<제서망기弟書忘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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