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짝짝이 양말
■ 모시장터 / 짝짝이 양말
  • 신웅순 칼럼위원
  • 승인 2022.04.22 08:32
  • 호수 10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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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웅순 칼럼위원
신웅순 칼럼위원

요새 내가 빨래를 개고 있다. 집안일을 못해준 탓이다. 아내한테 미안하기도 해 빨래는 내가 개겠다고 약속했다. 개고 보니 아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양말을 신고 다니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런 옷도 있었나 낯설어 물어보면 옛날 옷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내에게 무관심한 사람도 있는가 싶어 함께 살아준 것만도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잃어버린 양말 두 짝이 내가 버린 방 한 구석에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려져 있었다.

짝 잃은 양말 두 짝은 어디로 갔을까.”

짝 양말은 언제나 내 양말이었지 아내의 양말은 없다. 이런 일들은 오래 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어떤 것은 못 찾아 버리기도 했고 어떤 것은 찾아 사용하기도 했다. 양말을 뒤집어 놓은 채 여기저기 벗어놓은 나의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아내가 찾아 세탁기에 넣어도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은 찾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 때문에 짝짝이 양말이 여러 번 생겨났을 것이다.

짝 양말을 어떻게 처분하지?”

며칠 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빨래를 개지 않았다면 이런 궁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버리거나 무심코 어디다 훌쩍 벗어 던졌을 것이다.

마침 짝짝이 양말이 두 쪽이라 그냥 한 켤레로 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요새 코로나로 특별한 외출도 없는데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누가 보기라도 할까.

아니, 그것도 패션이면 패션이지, .”

TV에서 오른쪽과 왼쪽이 서로 다른 무늬의 옷을 입은 연예인들을 본다. 눈 씻고 보아도 짝짝이 옷이다. 그것도 보니 멋진 패션이다.

왜 우리는 짝짝이를 신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까. 이제 그런 생각을 버렸다. 짝짝이 양말에 대한 명상은 더 이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되는대로 신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짝 잃은 사람, 짝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서러울까. 울컥 그런 생각이 든다. 짝 잃은 것도 슬픈데 사람한테서 또 버림받는다고 생각하니 이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짝짝이 양말과 무엇이 다르랴.

짝짝이를 신으면 어떠랴. 그도 아름다운 패션이리라. 한 번 피식 웃고 말일을, 연예인들은 일부러 짝짝이 무늬 옷을 입는데 우리라고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냥꾼도 짝 잃은 기러기한테는 총을 쏘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처지로 짝 잃은 것도 서러운데 어디 미물이라 해도 연민이야 없을 손가.

사람들은 나름대로 다 쓸모가 있다. 다리 한쪽이 없는 사람은 팔 하나 없는 사람과 살면 되고 억센 사람은 부드러운 사람과 살면 된다. 맞춰가며 사는 것이 세상살이가 아닌가. 색깔과 무늬가, 크기가 다르다 해서 용도까지 달라지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획 내쳐버리는 것, 그것은 사람으로서는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아내는 짝 양말을 버린다고 한다. 물론 남편을 위해서이다. 부부도 다 마음의 짝이 맞아 사는 것은 아니다. 성격이 맞지 않는다 해서 이혼하고 산다면 그 세상살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르신들은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어머니는 등잔불 밑에서 언제나 구멍 난 양말을 기우셨다. 우리는 그 양말을 별 불편 없이 신고 다녔다. 그 옛날 겨울에 양말도 없이 맨발로 다닌 애들도 많았으니 구멍 난 양말이라도 감지덕지해야할 게 아닌가.

짝짝이 양말을 바라보며 어머니도 생각나고 잃어버린 사람도 생각나고 같이 살고 있는 아내도 생각난다. 어쩌면 우리들은 다 짝 잃은 기러기일지도 모른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지만 어디 겉과 속이 짝이 맞아 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짝 양말을 바라보며 효와 사랑과 정을 생각케 한 오늘이다. 우리는 한 세상을 짝과 묶여서 살기도 하고 짝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성정 때문에 그래도 세상은 살맛이 나지 않는가.

(석야 신웅순의 서재, 여여재, 202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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