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본래 성현의 글은 어려운 게 아니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본래 성현의 글은 어려운 게 아니다
  • 송우영
  • 승인 2022.04.29 06:05
  • 호수 10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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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송우영

공자께서는 생전에 두 번에 걸쳐 책에 대한 수찬蒐纂을 하시는데 그의 나이 43세 때인 노나라 정공원년임진定公元年壬辰년에 시경, 서경, 예경, 악경<소실되어 전하지 않음>을 엮은 것이 첫 번이요,<성백효 역 논어집주. 서설16쪽 전통문화연구회> 그의 나이 70에 이르러 춘추를 지을 때가 그 두 번째이다.

공자께서 춘추를 지을 때 어떠한 심정으로 지었는가에 대한 천착기舛錯記<어그러진 세태를 바로잡음>를 공자보다 대략 180여년 후학 맹자는 맹자孟子 등문공장구하縢文公章句下6-9문장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세상이 쇠퇴하고 도는 미미하여<세쇠도미世衰道微> 나쁜 말들과 사나운 행동들이 생겨나니<사설포행유작邪說暴行有作> 신하가 그 군주를 시해하고<신시기군자유지臣弑其君者有之>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인다.<자시기부자유지子弑其父者有之> 이에 공자는 이를 두려워하여<공자구孔子懼> 춘추를 지으니<작춘추作春秋> 춘추는<춘추春秋> 천자의 일이라<천자지사야,<天子之事也> 이런 까닭에 공자는 말한다.<시고공자왈是故孔子曰> 나를 알아줄 그것은 오직 춘추요<지아자기유춘추호知我者其惟春秋乎> 나를 죄줄 그것은 오직 춘추다.”

<죄아자기유춘추호罪我者其惟春秋乎> 이처럼 공자는 춘추 책을 상재하고는 자신이 쓴 춘추 책에 대하여 하늘을 찌르는 자부심을 가졌던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공자를 알아주는 것은 정작 춘추가 아니라 논어라는 사실이다. 논어論語라는 책은 송나라 제현들의 말을 빌어 정리해본다면 말 그대로 말해서 엮었다는 말이라 하는데 논어라는 제목의 글자에서 두 번째글인 는 말씀어+두 개의 낱자가 합해서 된 로 언은 제자들이 공자에게 물었다는 말이요 나오는 제자들이 물은 말에 대한 스승인 나는대답했다는 말에 의미로 어를 쓴 것이다고 교학과정에서 설명하기도 했다 전한다.

주자는 논어계씨편 16-11문장 집주에서 논어의 어는 대개 옛말이라고<어개고어야語蓋古語也. 논어집주대전 77쪽 김동인 지정민옮김 이인서원출판> 기록한다. 그렇다면 어에 대한 논은 누가 했는가. 여기에 대한 후학의 학설은 하늘의 별처럼이나 많다. 다만 논어에 근거를 해본다면 논어 양화陽貨17-19 문장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련다.<자욕무언子欲無言> 자공이 묻는다.<자공왈子貢曰> 선생님께서 말씀을 안하시면<자여불언子如不言> 저는 무엇을 적습니까.<즉소자하술언則小子何述焉> 쉽게 말해서 공자께서 말씀하실 때 제자인 자공은 모두 적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공은 왜 스승 공자의 말씀을 모두 기록했을까. 이는 후대에 전하기 위하여 기록했던 것이다. 논어에는 제자들이 스승 공자의 말씀을 기록한 장면이 단 두 번에 걸쳐 나오는데 그중 하나는 윗줄에 기록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논어 위령공 衛靈公15-5문장에 전손사顓孫師 자장子張의 기록이 그것이다. 전손사 자장이 스승 공자께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는데 이 물음에 대해 공자께서 말씀하시니 제자 자장은 그 말씀을 자신이 입고 있던 옷과 띠에 적어서 잊지 않았다고 기록한다. 여기에 사용된 글자의 원문은 자장서제신子張書諸紳인데 풀어쓰면 자장은 큰 띠에 썼다는 말이다.

스승 공자의 말씀을 자공은 기록할 때 소자하술언小子何述焉이라면서 기록한다는 말에 대해 이라는 글자를 사용했고 자장은 스승 공자의 말씀을 띠에 기록한다. 할 때 이 아닌 자장서제신子張書諸紳를 섰다. 여기서 술과 서는 조금 구분해줄 필요는 있다. 공자께서는 글을 쓰심에 논어술이述而7-1문장에서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 하셨다. 은 측성 입성入聲으로 질운質韻이며 작은 측성 입성入聲으로 약운藥韻이니 운목이 꽤 높다. 반면에 서는 평성平聲 어운魚韻으로 운목이 낮다. 곧 공부를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전하거나 배워서 써먹고자할 때는 운목이 높다<> 이런 공부는 부담을 갖고 공부해야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반면에 나를 닦는 수신이나 성품 공부에서는 닦을 수나 글서로 쓰는데 부담 없이 공부한다는 의미로 운목이 평성으로 낮다. 그래서 성현의 말씀을 경이라 하고 이를 공부하는 것을 서라 하는데 경서經書란 경은 평성平聲 청운靑韻이고 서는 평성平聲 어운魚韻으로 운목이 낮으니 이는 곧 성현의 글이란 것은 누구나 공부해도 되는 알아듣기 쉽게 쓴 글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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