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인생이 무너짐에는 배움이 모자람이 그 두 번째라는데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인생이 무너짐에는 배움이 모자람이 그 두 번째라는데
  • 송우영
  • 승인 2022.05.05 09:21
  • 호수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우영
송우영

고죽국孤竹國 군주에게는 백이렇게 네 명의 아들이 있는데 군주인 아버지는 죽음에 이르러 셋째인 숙제叔齊에게 군주의 위를 물려주겠다고 유언하고 죽는다. 셋째인 숙제叔齊는 천하 인간사에는 장유의 질서가 있다며 백이伯夷를 제쳐두고 동생이 그 자리를 차지함이 마땅치 않다 여겨 형인 큰아들에게 군주의 위를 밀쳐두고는 달아나버린다.

이에 큰아들 백이伯夷아버지께서 셋째에게 군주의 위를 물려주었거늘 어찌 자식된 도리로서 아버지의 유언을 어긴다면 후대 사람들이 제 아비의 유언도 지키지 못한 무도한 자식이라 하지 않으랴라며 그도 군주의 위를 버려둔 채 달아난다.

그러던 어느날 서백西伯 희창姬昌이 어질다는 소문에 찾아갔으나 이미 죽어 장례마저 치른 후였다. 마침 그의 아들 무왕武王이 부친의 상중임에도 아버지 문왕<서백西伯 희창姬昌>의 위패를 앞세우고는 천하의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폭군 주왕紂王을 멸하기 위해 말을 타고 출전하려던 참이었다. 이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신하<武王>가 그 임금<紂王>을 치는 것이 옳지 않다며 말고삐를 붙잡고 막아선다. 무왕武王은 그들이 현자인지라 차마 어쩌지는 못하고 말고삐 잡은 손을 떼어만 놓고는 그대로 말을 달려 폭군 주왕紂王을 멸하여 마침내 하나라 은나라 시대를 거쳐 주나라 시대를 연다.

이로 인해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신하가 왕을 쳐서 세운 무도한 나라 더 이상 주나라의 곡식을 먹을 수 없다며 수양산으로 들어가 굶어죽는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죽은 다음에 왕이 내려주는 시호諡號이며 백이伯夷의 이름은 묵윤墨允이고 자는 공신公信이며, 숙제叔齊의 이름은 묵지墨智이며 자는 공달公達이다.

그렇다면 폭군 걸왕桀王과 주왕紂王이 멸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맹자 이루장구상孟子離婁章句上7-9문장에 따르면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걸주지실천하야桀紂之失天下也> 백성을 잃어서요<실기민야失其民也> 백성을 잃었다는 것은<실기민자失其民者> 백성의 마음을 잃어서다.<실기심야失其心也> 맹자孟子 양혜왕장구하梁惠王章句下 2-8문장의 기록은 이렇다.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제선왕문왈齊宣王問曰> 탕이 걸왕을 쫒아내고<탕방걸湯放桀> 무왕이 주왕을 벌했다는데<무왕벌주武王伐紂> 그게 사실 입니까? <유저有諸> 그러자 맹자가 대답한다.<맹자대왈孟子對曰> 전하는 기록에는 있지요.<어전유지於傳有之> 제선왕이 묻는다.<>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신시기군臣弑其君> 옳습니까?<가호可乎> 맹자가 답한다.<> 인을 해치는 자를<적인자賊仁者> 적이라 하고,<위지적謂之賊> 의를 해치는 자를<적의자賊義者> 잔이라 하고,<위지잔謂之殘> 잔적한 사람을<잔적지인殘賊之人> 필부라 하지요.<위지일부謂之一夫> 필부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문주일부주의聞誅一夫紂矣>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미문시군야未聞弑君也>”

그렇다면 주왕은 어찌하여 백성의 마음을 잃은 것일까. 전국 시대 초나라 사람 시교尸佼가 찬한 책 시자尸子는 이렇게 기록한다. “주기노지언이용고식지어紂棄老之言而用姑息之語

풀어쓰면 폭군 주왕은 노인의 말을 버리고 부녀자와 어린아이 말만 들어 썼다쯤으로 이해되는 말이다. 여기서 노지언老之言이란 말은 말 그대로 늙은이의 말이다. 곧 나이든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말이다. 또 고식姑息은 크게 두 개의 해석을 갖는데 부녀자와 어린아이라는 해석과 명사로서는 당장 탈이 없고 편안함으로 연암의 둘째 아들 박종채의 과정록過庭錄에 따르면 하던 대로 따라하고 편안함만 취하며<인순고식因循姑息> 구차하게 놀고 임시변통으로 때운다.<구차미봉苟且彌縫> 천하의 온갖 일이<천하만사天下萬事> 끝내는 이로 인해 타락하고 무너진다.<종차타괴從此墮壞>

북송학자 육전陸佃은 말한다. 배움이 사람을 넓히나니<학능홍인學能弘人> 군자의 삶이란 공부하며 살면서 때를 기다린다.<군자거이이사시君子居學以俟時> 인생이 무너지는 것은 어른의 말을 듣지 않음이요,<거괴불효노居壞不效老> 배움이 모자람이 그 다음이다.<궁리기아모窮理其亞耗>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