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이야기/(20) 아카시꽃
■ 꽃 이야기/(20) 아카시꽃
  • 문영 작가
  • 승인 2022.05.13 10:26
  • 호수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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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향기에도 움직이지 않는 목석같은 남자
▲아카시꽃
▲아카시꽃

아카시나무는 새마을 사업을 할 때 마을 뒷산의 구릉지에 많이 심었던 나무입니다. 산림녹화가 시급한 때에 속성수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아카시꽃은 5월 초에 달콤한 향기를 가진 꽃을 피웁니다. 어릴 때는 꽃을 따먹고, 잎은 가위바위보를 하며 하나씩 떼어내는 놀이를 했지요.

지금은 수익성이 없다며 많이 베어냈지만 양봉업자들에게는 효자 나무이지요. 꽃말은 우정, 고상함, 깨끗한 마음, 숨겨진 사랑, 정신적 사랑 등아주 많네요.

 

아카시나무 전설

아름다운 것 하나 빼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시를 좋아하였고, 어떤 시인의 시에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시를 읽으며 그 시를 쓴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여인은 그 시인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시인은 여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답니다.

시인은 여인의 아름다운 미모보다 시를 더 숭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인의 애타는 마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답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인은 마녀를 찾아가서, 사랑에 빠지는 향수를 달라고 했지요. 마녀는 여인의 아름다움과 바꾸자고 하였습니다. 여인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쳐다보지도 않는 시인에게는 자신의 미모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움과 마법의 향수를 바꾸어버렸습니다.

여인이 향수를 몸에 뿌리고 시인에게 다가갔으나 시인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분명 마법의 향수였는데도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시인은 후각을 잃은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아름다운 향기를 맡을 수 없으니, 마법의 향수인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어요.

여인은 사랑을 얻지 못하고, 아름다움도 잃고 병들어 죽고 말았습니다. 그 연인의 한이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아카시꽃으로 피어났답니다.

내 생각엔 아름다움에도, 달콤한 향기에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여인의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그 남자의 시는 아마 메마른 삭정이 같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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