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백성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공부의 자세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백성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공부의 자세
  • 송우영
  • 승인 2022.05.19 08:33
  • 호수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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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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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자신의 책 공손추 장구상3-8 문장에서 말한다. 백성이 생겨난 이래<자생민이래自生民以來> 공자보다 위대한 이는 없다.<미유성어공자야未有盛於孔子也> 공자<기원전551-479>사후 107년에 태어난 맹자<기원전372-289>는 공자의 손자 자사의 문인에게서 공자. 증자. 자사로 이어지는 공자의 학맥을 잇는 공자 그 다음 성인을 뜻하는 아성亞聖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맹씨보孟氏譜에 따르면 그런 맹자를 이렇게 말한다. 맹자는 나면서 총명했으며<맹자생유숙질孟子生有淑質>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숙상기부夙喪其父> 어려서는 인자한 어머니로부터<유피자모幼被慈母> 그 유명한 삼천교육을 받았다.<삼천지교三遷之敎>

맹자의 아버지는 격이며<자부격의子父激矣> 맹자의 어머니는 장씨부인이다.<자모장야子母仉也> 단 하루도 전쟁이 끊이지 않던 그런 시대임에도 남편을 잃은 맹자 모친은 오로지 공부 하나만으로 아들을 불세출의 인물로 길러낸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모친임에 분명하다.

그의 공부법이라는 게 알지 않음이 없을 것처럼 그렇게 공부하라<부지여무기연학不知如無其然學>이다. 쉽게 말해서 모르는 게 없을 만큼 공부하라는 말이다.

어느날인가 자로가 자고를 계씨 집안의 수도首都인 비땅의 재상으로 임명한 적이 있었다.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공부가 부족한 자를 재상으로 삼다니 자로가 남의 집 자식을 망치는구나.<적부인지자賊夫人之子>”하고 불편해하시니 자로는 대꾸하여 말하기를<자로왈子路曰> “백성들도 알아서 제 할 일 다하고 있고<유민인언有民人焉> 사직도 흔들림없이 제 몫을 다하고 있는데<유사직언有社稷焉> 이쯤되면 아무나 정치를 해도 되는거지요. 꼭 공부를 한 후에 정치를 배워야만이 고을을 다스리는겁니까?<하필독서연후위학何必讀書然後爲學>”

그러자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이렇기 때문에 나는 공부는 안하면서 말만 잘하는 자들을 꺼리는 것이다.<시고오부녕자是故惡夫佞者>”<논어선진편11-24>

자고子羔는 본명이 고시高柴로 자로보다 21세 연하이며 공자의 제자이지만 워낙 둔한 탓에 공자의 가르침을 알아듣지를 못했다. 이에 공자는 자고를 자로에게 맡겨 특별히 나머지 공부를 시켜서 글을 깨우치게 한 인물이다. 논어선진편 11-17문장에는 자고는 멍청하다<시야우柴也愚>”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정도의 인물을 한 도시의 수장으로 삼았으니 스승 공자의 꾸짖음이 매서울밖에. 그러고 나서 하신 말씀이 논어 위정편2-17의 문장이다. “자로야, 내가 너에게 안다는 게 뭔지를 알려주마.<유회여지지호由誨女知之乎>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거<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이것이 아는 것이다.<시지야是知也>” 자로의 생각은 이랬으리라. 고을 하나 다스리는 데 무슨 그런 깊은 학문을 요하는 공부가 필요하겠냐. 그냥 책임자로서의 행정명령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겠냐. 아마도 이 정도였으리라.

사서로 불리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책에는 공부를 두 개의 요체로 구분해서 말한다. 공부로 벼슬을 할 것이냐. 공부로 치국을 할 것이냐. 이점을 강제한다. 벼슬 할 공부라면 학이學而으로 시작해야하는 것이고 치국을 할 공부라면 수기修己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학이學而는 공자孔子의 말이며<학이공자지언의學而孔子之言矣> 수기修己는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의 말이다.<수기증자언야修己曾子之言也> 여기서 나온 말이 천자문 39문장의 학우등사學優登仕와 대학 8조목의 요강인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학우등사의 출전은 논어論語자장子張19-13문장이다.

자하는 말한다.<자하왈子夏曰> 배워서 실력이 우수하면 벼슬할 수가 있다.<학이우즉사學而優則仕> 벼슬을 하든 치국을 하든 중요한 것은 백성을 위함이라는 거다. 일찍이 맹자는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한 네 가지 구분을 밝힌 바 있다. 맹자 공손추 장구 3-6문장에 기록하길 사람에게는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인개유불인인지심人皆有不忍人之心> 측은이 여김과 불쌍히 여김과 사양함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의 마음이 그것이다. 곧 백성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학이學而와 수기修己공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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