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군자의 삶이란 평이하게 살면서 천명을 기다린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군자의 삶이란 평이하게 살면서 천명을 기다린다
  • 송우영
  • 승인 2022.05.28 08:57
  • 호수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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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공부를 준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공자를 비껴가기는 어렵다. 공자 이후의 후학들은 공자는 왜 인류에 공부를 주었을까라는 공자가 남겨준 명제를 놓고 그야말로 백가쟁명으로 이유들을 밝혀놓은 기록들이 적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인류의 명저 단 한권을 들라면 아마도 논어가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논어는 문체가 어려운 문장도 아니고 쉽다면 그런대로 쉬운 글로 되어있다. 논어論語에서 논이라는 글자는 두 글자가 합해서 하나의 뜻을 갖는데 논을 둘로 나눠본다면 말씀언에 생각할륜으로 여기서 말씀언은 우시언언于時言言으로 풀어쓰면 <경우>에 따라서 물을 것은 묻고라는 의미이며, 생각할륜은 청나라 때 학자 약응若膺 단옥재段玉裁자신의 책 전15권 상하로 구성된 설문해자說文解字 단옥재段玉裁 에서 기록하길 륜을 일러 이치다.<륜하왈侖下曰 리야理也>라고 했다. 또 청문자학자 서호徐灝는 그의 저서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은 륜의 고금자古今字로 륜은 리야理也라며 단옥재段玉裁 와 궤를 같이 한다.

그래서 논어論語에서 논이란 때에 따라 했던 말들을 논해서 엮어놓았다는 말이다. 논어論語에서 어또한 두 개의 글자가 합해진 것인데 학문적 접근이 아닌 장삼이사의 높이로 보면 말씀언+나오=말씀어로 시경詩經 대아大雅 공류公劉에 따르면 우시어어于時語語라하여 물음에 대해 대답할 것을 대답하다라는 말이다. 나라 공영달孔穎達이 소를 지어 완성했다는 모시정의毛詩正義에 따르면 직언왈언直言曰言 논란왈어論難曰語라 했다. 풀어쓰면 곧바로 물은 것을 언이라 하고 논해서 이리저리 맞춰 대답한 것 을 어라 한다. 주례周禮 대사악大司樂의 주에 따르면 묻는 말을 언이라 말하고<발단왈언發端曰言> 물음에 답하는 말을 어라 한다.<답술왈어答述曰語> 예기禮記 잡기雜記편에서는 자기가 묻는 말을 언이라 하고<언언기사言言己辭> 물음에 대답해주는 것을 어라 한다.<위인설爲人說위어爲語>라 한다.

주자집주朱子集註에 따르면 남의 말에 답하는 것을 어라하고<답술왈어答述曰語> 스스로 묻는 것을 언이라 한다.<자언왈언自言曰言> 그러므로 논어論語라는 책은 제자들의 물음에 대한 스승 공자의 답변서쯤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논어를 처음 엮은이는 누굴까 라는 궁금증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는 후대 학자들의 많은 이설과 주장과 학설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를 차제하고 우선은 논어책 자체로만 놓고 볼 때 이렇게 엮은이는 아마도 순전히 논어 기록상으로만본다면 공자의 공문십철사과제자 자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논어 양화편 17-19문장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가 있다.

노년에 이른 어느날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련다.<자욕무언子欲無言> 그러자 깜짝 놀란 서열 세 번째 제자 자공이 묻는다.<자공子貢 > 선생님께서 아무말씀 없으시면<자여불언子如不言> 소자는 무엇을 적으란 말입니까.<소자하술언小子何述焉> 논어는 모두 499문장인데 선생님인 공자의 말을 제자들이 그때그때마다 기록했다는 구절이 두 번나온다. 한번은 논어 위령공衛靈公15-5문장의 전손사顓孫師 자장子張이 공자의 말씀을 기록해서 들고 날때마다 외우고 다녔다는 기록이 그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공子貢이 말한 위의 문장이다.

그렇다면 자공은 논어를 언제 논어라는 책으로 정리를 했던 것일까.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 47에 따르면 공자는 죽어 노나라 성곽 북쪽 사수가에 묻힌다.<공자장노성북사상孔子葬魯城北泗上> 제자들은 다 삼년복을 입었다.<제자개복삼년弟子皆服三年>

삼년심상을 마치고<삼년심산필三年心喪畢> 제자들은 서로 떠나갔으나<상결이거相訣而去> 오직 자공만이 무덤가에 려막을 짓고는<유자공려어총상唯子貢廬於冢上> 육년을 지킨 다음에 떠나가니라<범유년연후거凡六年然後去>기록한다. 자공이 스승 공자의 무덤에 6년 시묘 살면서 논어를 정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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