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한류 문명국’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소명
■ 모시장터 / ‘한류 문명국’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소명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2.06.14 15:19
  • 호수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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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 자그마치 6천여 종의 언어가 보고되어 있다. 영어 독일어 중국어 힌디어 러시아어 중동어 스페인어 등등 사용자가 많은 언어들뿐 아니라 대양의 섬이나 고산지대 같이 고립된 지역의 소수 종족들끼리 사용하는 언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언어들 중 고유한 표기법(문자)를 가진 언어는 많지 않다. 언어의 종류는 6천여 종이라고 하지만, 고유한 문자 체계는 50여종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언어 고유의 문자 체계를 가진 언어는 문화적 자생력을 갖춘 언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어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언어마다 그 언어로 표현되는 어휘의 수는 크게 다르다. 단 몇 천 개 정도의 어휘만을 가지고 있는 단순한 언어가 있는가하면 수만 개 이상의 어휘를 갖춘 언어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휘를 가진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 대개 언어세력권이 넓은 서양의 언어들 중 하나를 떠올릴 것이다.

4~5년 전 학술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의 어휘 수는 17만개나 된다. 영어권의 가장 잘 알려진 문호 셰익스피어가 작품에 사용한 영어 단어는 3만개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는 오랫동안 가장 풍부한 어휘를 사용한 작가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는 벌써 400년 전의 사람이다. 지금의 작가라면 그보다 최소한 몇 배는 더 많은 어휘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영어 어휘 17만개는 대단한 숫자다. 대여섯 명의 셰익스피어가 있어야 그 어휘들을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뒤를 러시아어(15) 스페인어(93) 중국어(86)가 잇고 있다.

대단한 숫자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보다 더 많은 어휘를 가진 언어들이 있다. 이태리어는 영어보다 10만개나 더 많은 26만개의 어휘를 자랑한다. 역시 예술의 나라답게 표현력이 풍부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보다 더 많은 어휘를 가진 언어도 있을까. 일본어가 50만 어휘다. 일본이 이렇게나 정교하고 섬세한 나라였나 싶겠지만, 정작 입이 떡 벌어지는 언어는 따로 있다. 바로 한국어다. 자그마치 110만 개가 넘는 어휘를 보유하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신뢰할만한 학술 보고서의 결론이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보다 대략 6.5배는 더 정교하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생각도 더 많고 말도 더 많을 것이다. 서양의 소크라테스 플라톤이니 중국의 공자 맹자니 하는 이름을 찾으면서 우리가 밖에서 배워오는 것이 더 많은 줄 알았는데, 우리 언어가 이렇게나 부유한 언어였다니, 언어가 생각(철학)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 한국인들은 보통 민족이 아니다.

이제야 우리 한국이 문화적으로 우수한 민족이라는 말이 조금 현실로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어휘가 이렇게나 많아진 원인과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요즘 와서 한류문명(K-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전혀 우연한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언가가 있는데, 그것을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활용하지 못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왜 그러지 못했을까. 개개인이 너무들 똑똑해서 서로 공격하는 데 기운을 다 써버리고 말았던 것일까. 우리 언어가 너무 완벽한 나머지 그 언어에 갇혀 세계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던 것일까. 이렇게나 많은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세대간 계층간 소통은 단절되어 가고 있다. 이 현상은 또 무엇 때문일까. 21세기 들어 세계의 유수한 석학들이 대한민국과 한류 문화를 주목하고 있다. 21세기 인류문명의 위기를 구할 가능성이 있는 유력한 종족의 하나로 한국인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식민시대의 미몽, 후진국이며 약소국 콤플렉스로부터 한국인들은 이제 깨어나야 한다. 그러한 저력이 있고, 그러한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이 지금 한국인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다.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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