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집안 청소와 어른 공경 후 글공부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집안 청소와 어른 공경 후 글공부를 한다
  • 송우영
  • 승인 2022.06.16 13:27
  • 호수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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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비조 공자는 논어 개권벽두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배우고 그것을 늘 익히니 기쁘지 않으랴<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

여기서 학이시습學而時習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는 한번쯤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학이시습學而時習까지 읽으면 공부하면이 될 것이고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까지 읽는다면 공부해 나간다면으로 새김이 될 수 있다. ‘는 그것이나 저것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로 볼수 있는 동시에 공부의 연속성을 나타내는 진행형으로 새김을 하기도 한다.
인류에 공부를 가져다준 인물이 공자요, 그 공부가 기쁘다고 말한 이 또한 공자다. 오로지 공부 하나만으로 인생의 바닥에서 그야말로 제후의 반열인 소왕素王의 자리에까지 이른 입지전적의 인물이 공자다. 여기서 소왕素王이라 함은 실제로 왕이 된 적은 없으나 제후와 백성들이 왕이라 불러주는 이른바 무관의 제왕이라는 명예직이다.

70세가 지나가는 봄날 어느 쯤에 이른 공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열다섯 살에 공부에 뜻을 두었나니<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그렇다면 15세 이전에는 공부를 안했단 말인가. 경전 어디에도 공자께서 15세 이전에 공부했다는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어려서 틈틈이 제사지내는 법을 익혔다는 기록은 있을 뿐이다. 그것도 공부가 아닌 놀았다라는 표현이 고작이다. 이로 미루어 짐작컨대 공자는 15세 이전에는 공부를 안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공자의 15세 이전의 삶은 어떠했을까. 논어집주서설에 따르면 공자는 어려서 놀 때 항상 제사 용기들을 펼쳐놓고 예를 올리며 놀았다. <공자위아희희孔子爲兒嬉戲 상진조두常陳俎豆 설예용設禮容>는 대목을 미루어보아 현대인이 생각하는 그런 공부보다는 주로 제사 예를 행하는 놀이를 했음을 알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공자는 스스로 어린 시절을 암시하는 글을 논어 학이편 1-6문장에서 밝힌 바 있다.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제자된 자는<제자弟子> 집안에 들어와서는 효하고<입즉효入則孝> 집 밖에 나가서는 공손해야 하며<출즉제出則弟> 그리고 삼가 미덥게 하며<근이신謹而信>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이들과 친해야 하며<범애중이친인汎愛衆而親仁> 이러한 것들을 실행하고도 힘이 남는다면<행유여력行有餘力> 곧 글을 배울지니라. <즉이학문則以學文>”

여기서 제자弟子라 함은 나이 어린 자녀를 말한다.<줄포임동석 저 사서집주언해 논어 35쪽 난하주> 고래로 공부의 나이는 8세가 시작이다. 흔히들 소학小學이라 하여 8세가 되면 소학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는데 문자의 깨우침에 앞서 소학小學책 소학서제小學書題편에 따르면 쇄소응대진퇴지절灑掃應對進退之節이라 하여 집안 청소인 물 뿌리고 마당 쓸고 이것을 몸에 익히고 나면 어른의 말씀에 응하고 대답하는 법을 익히며 이것을 몸에 익히고 나면 어떤 사안에 대하여 나아감과 물러남을 체득하도록 한다. 이것이 몸에 습이 되면 이후에는 비로소 글자 공부를 통하여 수신제가치국지문修身齊家治國之文을 육화시킨다. 이렇게 공부하는 바를 일러<개소지위皆所之謂>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근본<평천하지본平天下之本>이라 한다.

이것을 남송 때 대유大儒 문정공文定公 호안국胡安國의 조카였다가 그의 양자가 된 치당致堂 호인胡寅(1098-1156)은 인성습학仁性習學라 했다. 어진 성품을 습관화시키는 공부라는 말이다. 요즘말로 한다면 인성공부쯤으로 이해되는 말이기도 하다.

치당致堂 호인胡寅은 자신의 역사평론서 독사관견讀史管見에서 유명한 말을 했는데 진인사이대천명盡人事而待天命이 그것이다. 어려서부터 청소를 통하여 몸을 수고롭게 하며 집 안팎을 출입하며 효도와 공손을 이웃과 어른에게 행하고 15세에 이르러는 글자공부를 통하여 문리를 깨우치고 이렇게 몸 공부, 마음 공부, 문자 공부를 다했다면 그 다음에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하면 된다는 말이다.

송조오현宋朝五賢중의 한 분인 정자程子 이천伊川 선생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어린아이는 집안청소며 부모효도며 이웃 공경이며 이를 먼저 익히고 그 다음에 글을 배워하나니 이를 먼저하지 않고 글을 먼저 배우면 바른 공부의 순서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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