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의 낱말 여행(6) / 눈가짐
■ 박일환의 낱말 여행(6) / 눈가짐
  • 박일환 시인
  • 승인 2022.07.07 01:41
  • 호수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에 태도가 나타난다
박일환 시인
박일환 시인

코로나 시대가 길게 이어지면서 사람들 얼굴 표정을 제대로 보기 어려워졌다. 대신 마스크 위로 빼꼼 내민 눈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많아졌다. 그래서 얻게 된 소득이라면 아름답고 예쁜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사실 눈동자만큼 사람을 빨아들이는 신체 기관도 드물지 싶다. 하지만 남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것도 실례라서 오랫동안 상대와 눈을 맞추고 있기는 쉽지 않다. 물론 사랑하는 사이에서야 그런 시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좋겠지만.

세상을 살면서 바르게 가져야 할 것들이 있다. 남들 보기에 언짢거나 흐트러진 모습보다는 가지런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 몸가짐과 함께 마음가짐도 잘 챙길 필요가 있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자연히 몸이 흐트러지게 되고 행동도 그에 따라 엇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자리를 살펴 가며 모난 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라는 말은 많이 쓰지만 국어사전에 눈가짐이라는 말이 올라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말이라 낯설게 여길 이도 많을 법하다. 눈가짐을 국어사전에서는 눈으로 나타내는 태도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눈으로 어떤 태도를 나타내야 바른 눈가짐이 되는 걸까? 옛날 신문을 보니 1991131일 자 <매일경제>에 신입사원들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태도 몇 가지를 소개한 기사가 나온다. 거기서 마음가짐과 옷차림, 머리 모양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눈가짐을 강조하는 대목도 나온다.

눈가짐도 중요하다. 옆으로 흘낏거리거나 눈을 치뜨거나 눈의 흰자위가 나오는 눈매는 좋지 못하다.’

순종의 자세를 강조하는 느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눈가짐을 갖추어서 나쁠 건 없다. 눈가짐이라는 말이 어디서 왔을까를 따져 들어가다 보니 율곡 이이가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쓴 책인 격몽요결(擊蒙要訣)로 연결이 된다. 거기서 이이는 제대로 된 사람 노릇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아홉 가지의 몸가짐을 구용(九容)으로 정리해서 설명한다. 간단히 열거하면 이렇다. 걸음걸이를 무겁게 하고(足容重, 족용중), 손가짐을 공손히 하고(手容恭, 수용공), 눈가짐을 단정히 하고(目容端, 목용단), 입은 가만히 닫고(口容止, 구용지), 말소리는 조용히 하고(聲容靜, 성용정), 머리는 곧게 세우고(頭容直, 두용직), 숨은 고르게 쉬고(氣容肅, 기용숙), 설 때는 의젓하게 하고(立容德, 입용덕), 얼굴은 씩씩한 빛이 돌게 해야(色容莊, 색용장) 한다. 여기 나오는 목용단(目容端)이 바로 눈가짐을 바로 하라는 가르침이다.

흔히 눈은 정기가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눈빛이 살아 있다는 표현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흐리멍덩한 눈은 상대에게 믿음을 주기 어렵고, 매서운 눈초리는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 또렷한 기운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거느린 눈빛을 갖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데 아뿔싸! 국어사전에 눈욕(-)’이라는 낱말이 있고, ‘눈짓으로 하는 욕이라는 풀이가 달린 걸 보았다. 그렇다면 일단 눈욕을 안 하고 남으로부터 눈욕을 받지 않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할 일이다. 그런데 눈욕은 어떻게 하는 거지? 째려보거나 노려보는 것? 몰라도 되고 배울 필요도 없는 게 있다면 눈욕 같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