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길산천~판교천 수로 건설’과 서천 연안 생태계
■ 특집 / ‘길산천~판교천 수로 건설’과 서천 연안 생태계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08.12 07:25
  • 호수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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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흐름 차단으로 인한 토사 퇴적이 어장 황폐화 근본 원인

김 양식 등에 도움 예상…하굿둑 개방시 중복투자·혈세 낭비

 

 

▲‘길산천~판교천 수로 건설’ 구상안
▲‘길산천~판교천 수로 건설’ 구상안

서천군수협 조합장를 역임하면서 서천연안생태계파괴로 인한 어장 황폐화를 체감한 김기웅 군수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길산천~판교천 수로건설 추진을 제시했다. 길산천을 통해 금강호로 유입되는 담수를 새로 건설되는 수로를 통해 직접 장구만으로 유입시킴으로써 바다 생물의 먹이인 육지의 유기물을 서천 연안 해역에 공급해 어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역 사회에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서천 연안 어장 황폐화의 원인을 알아보고 길산천~판교천 수로건설 추진이 실효성이 있는 사업인지 알아본다.

옥이 구르는 듯한 해변이 진펄로

<서천군지>에 따르면 마서면 남전리 백사마을 고려말 목은 이색 선생이 이곳에 백사정이란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곳이라 한다. 지명 그대로 흰 모래사장이 펼쳐진 곳이었다. 이곳을 옥이 구르는 듯한 물결소리가 나는 곳이라 해서 쇄팽이라 불렀다 한다.

마을 주민들은 예로부터 바다에 나가 조개를 줍고 어살을 매어 고기를 잡아 생활했다. 논이 없는 마을이어서 주민들은 바다에 의지했으며 배가 20여척 닿는 제법 큰 포구였다. 꽃게와 대하를 많이 잡았고 배타고 나가면 농어, 도미, 민어, 장대 등을 잡았다. 갯벌에서는 바지락, 가무락조개, 동죽, 맛살, 고막 등을 채취했다.

▲서천 연안의 토사퇴적. 2022년 3월 8일 종천방조제 앞 갯벌
▲서천 연안의 토사퇴적. 2022년 3월 8일 종천방조제 앞 갯벌

그러나 지금은 진펄이 쌓여 백사장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인근 솔리천 하구는 쌓이는 토사로 갯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만조 때에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1924년도 일제가 막은 장뚝을 위협하고 있다.

송석리는 2001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서천에서 가장 먼저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됐다. 특히 갈목백사장은 모래찜질과 각종 조개 채취로 소문이 났다. 마을 앞에 있는 아목섬은 썰물 때면 걸어들어갈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갯벌체험마을로 소문이 나면서 어패류 채취 관광객이 하루 1000, 주말 휴일에는 30004000명 정도 몰렸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죽뻘이 허리께까지 차 섬에 걸어들어갈 수 없다. 마을 주민들은 한결같이 2006년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뻘이 급격히 차올랐다고 말하고 있다.

진펄로 바뀌는 서천 연안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은 대부분의 큰 강을 서해로 흐르게 하고 있으며 강물이 육지에서 날라다 부리는 토사는 갯벌을 발달시켰다. 또한 강물에 포함된 유기물은 바다 생물의 먹이가 되어 풍요로운 어장을 형성케 했다. 또한 내륙 깊숙이 올라간 조류는 썰물 때 급히 빠져 나오며 토사를 먼 바다까지 날라다 부려 강 하구는 평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금강 하구에 인공구조물들이 들어서며 조류의 흐름이 막혀 토사가 쌓이기 시작해 환경 파괴는 부메랑이 되어 주민들의 가슴에 꽂히고 있다.

금강하구를 바라보는 유부도는 백합, 동죽, 바지락 등의 서식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그러나 토사가 쌓이며 모래 함유량이 70% 정도인 모래펄갯벌이 진펄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어패류가 살기 어려운 조건으로 변해 가고 있다.

쌓인 진펄로 경운기가 다니지 못해 유부도에서 백합잡이는 2009년도 이후 한 때 사라졌으나 그후 서천군에서 경운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조성한 이후 다시 백합잡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 개체수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금강하구의 개조

일제가 장항과 군산을 수탈의 교두보로 삼으면서 금강하구의 자연 생태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 하구 양쪽에 제방을 쌓아 벼농사를 짓게 하고 이를 수탈해갔다.

1974년에 군산 외항 건설이 시작됐으며 1988년에는 바다를 매립해 비응도까지 뻗어나가는 군산국가산업단지 매립공사가 착공됐다. 1990 금강하굿둑 완공됐으며 1991년 바다와 강은 완전히 남남이 됐다. 1996년 북측도류제 7.1km가 완공된 이래 북방파제, 새만금방조제, 2008년에 완공된 남방파제에 이르기까지 금강 하구는 만신창이가 됐다.

▲금강하구 인공구조물과 조류 흐름. 밀물 때 북상하는 조류가 인공구조물에 막혀 서천 연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금강하구 인공구조물과 조류 흐름. 밀물 때 북상하는 조류가 인공구조물에 막혀 서천 연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금강하구 개조
- 1974 군산 외항 건설 착공
- 1983 금강하굿둑 착공
- 1988 군산국가산업단지 착공
- 1990 금강하굿둑 완공. 북측도류제 639m.
- 1992 군산외항 호안공사 완공. 북측도류제(2087m)
- 1993 군장국가산업단지 조성 매립공사 착공
- 1994 금강하굿둑 수문 폐쇄. 북측도류제(3798m). 남측도류제(530m), 군산국가산업단지 완공
- 1996 북측도류제 완공(7100m). 남측 도류제(1700m). 서측 호안(2248m)
- 1998 남측도류제(2,912m). 서측호안(2248m). 새만금4호방조제(1900m)
- 2000 북방파제 3km 완공. 새만금4호방조제(2840m)
- 2002 군장산업단지 군산측 매립 완공
- 2003 새만금4호방조제 완공
- 2006 새만금방조제 33km 완공
- 2008 남방파제 850m 완공

내만형 갯벌로 바뀐 서천 연안

2021년 서천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각종 인공구조물로 인해 조류의 흐름이 차단돼 서천 연안은 내만형으로 바뀌어 서천 연안 전역에 토사가 쌓이며 진펄로 바뀌고 있으며, 어족자원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어 자연유산 등재의 의미는 퇴색해가고 있다. 장항의 어민들은 특히 남방파제가 완공되며 밀물 때 서천 연안으로 유입되는 조류가 급격히 차단됐다고 말하고 있다.
서천 연안의 토사퇴적은 산란장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서해어장 전체의 황폐화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온갖 어패류로 풍요로웠던 갯벌이 죽어가며 대부분 맨손어업이었던 마을 주민들의 소득원도 사라졌다.

길산천-판교천 연결, 근본적 해결책인가

서천 연안의 어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이번 김기웅 군수의 길산천~판교천 연결발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군수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1750년 조선조 영조 연간에 발행된 해동지도를 보면 길산천 하구와 판교천 하구는 바다로 연결돼 있으며 오늘의 마서면과 장항읍은 섬이었다.

▲해동지도의 길산천과 판교천
▲해동지도의 길산천과 판교천

김기웅 군수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화양면 망월리부터 종천면 장구리 배수갑문까지 이어지는 수로를 통해 서천 앞바다에 지속적으로 더 많은 민물을 공급하여 연안생태계를 회복해 나가는 것이 수로 건설의 골자라고 말했다. 수량이 많지 않지만 홍수 때에 갯벌로 유입되는 강물이 생태계를 살리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군수는 현재 상태에서 금강하굿둑을 연다 해도 썰물 때 빠져 나가는 금강물이 조류의 흐름 때문에 동개야 수로로 가지 않고 도류제를 따라 대부분 고군산군도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길산천 물의 장구만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길산천~판교천 수로 건설 사업은 김양식과 일부 어패류 서식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서천 연안의 어장 황폐화는 조류 흐름의 단절로 인한 토사퇴적이 원인이다. 따라서 길산천이 판교천과 연결된다고 진펄이 쌓여가고 있는 서천 연안 환경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판교천 하구 역시 배수갑문으로 닫혀 있어 조류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 못해 장구만의 토사 퇴적도 여전할 것이다.

판교천 배수갑문을 열어 판교천 하구를 기수역으로 복원하겠다는 사업이 추진되어 공사가 끝났지만 인근 농지의 염해 피해를 우려 배수갑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무작정 금강하굿둑 해수유통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이 사업에 군은 3000억원(공사비 2100억원 이상, 보상비 9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금강하굿둑이 개방 될 경우 혈세 낭비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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