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개인 구원에 이르는 길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개인 구원에 이르는 길
  • 송우영
  • 승인 2022.08.19 02:01
  • 호수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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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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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거 장재1020-1077는 말한다. 성인 마음은 천박한 공부로 구하기 어렵나니<성심난용천공구聖心難用淺功求> 성인의 공부라는 것은 모름지기 예의의 법을 오롯이 닦음이다<성학수전예법수聖學須專禮法脩>

여기서 횡거 장재 선생께서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은 성인의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성인의 공부는 오로지 예의로 닦아야 함을 말한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천금의 말이 아닐 수 없다.

횡거 장재는 처음부터 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는 별이 되기 위해 어린 시절을 공부로 애쓴 것도 아니다. 그냥 되는대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호랑이 씹어 물어 갈 소린지 아닌지 따지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몸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천둥 벌거숭이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가 하늘의 별 같은 존재가 되는 데에는 누군가의 애씀이 있어서다. 그저 어려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늘푸른 청춘의 날들을 무위도식하며 남들 사는 것처럼 그렇게 살던 1040년 어느 날이었다. 귀가 순해질 나이가 지나 섬서경략안무부사陝西經略安撫副使로 파견 된 범중엄范仲淹989-1052을 만난 것이다. 당시 장재는 19세 전 후의 떠벌이였다.

범중엄은 저런 녀석은 그대로 뒀다간 평생을 뭣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입만 살아서 위로는 황제와 조정을 능멸할 것이고 그로 인해 사지가 찢겨 죽을 팔자구나라고 판단한 뒤 그에게 책 한 권을 건네준다. 공자의 손자가 썼다 전하는 중용 책이 그것이다. 장재는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마침내 문리를 터득하여 공자 증자 자사 맹자 계보의 도통을 잇는 불세출의 인물이 된다.

그가 중용 책을 읽으며 문리가 난 곳은 훗날 사자성어의 반열에 오른다. 염락관민濂洛關閩이 그것이다. 주돈이周敦頤 선생은 염계濂溪에서 강학하셨고, 이정二程 선생이라 불리는 정명도程明道와 정이천程伊川은 낙양洛陽에서 강학하셨고, 횡거橫渠 장재張載 선생은 관중關中에서 강학하셨고, 주자朱子선생께서는 민중閩中에서 강학을 하셨다. 이분들이 거처하던 지역 이름을 따서 염락관민濂洛關閩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긴 것이다.

횡거 장재 선생은 북송오현과 송조육현에 모두 해당되는 그야말로 공부의 끝을 달리신 분이다. 북송오현北宋五賢으로는 주염계周濂溪장횡거張橫渠정이천程伊川정명도程明道소강절邵康節 선생 제위이며 송조육현宋朝六賢으로는 도국공道國公 주돈이周敦頤1017-1073신안백新安伯 소옹邵雍강절康節1011-1077미국공郿國公 횡거橫渠 장재張載1020-1077예국공豫國公 정호鄭顥 명도明道1032-1085락국공洛國公 정이程頤 이천伊川1033-1107휘국공徽國公 회암晦庵 주희朱熹1130-1200 선생 제위이다.

일찍이 횡거 장재 선생께서는 사승師承<스승의 계보를 잇는>이나 집지執贄<제자가 되기 위해 스승께 올리는 제자의 도리>의 예를 올린 적 없는 오로지 책만을 놓고 공부하여 일가를 이룬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이렇게 공부한 이가 조선시대에도 있었으니 율곡 이이가 그분이시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과거시험을 장장 아홉번이나 합격하신 분이시다. 이를 세상에서는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한다.

횡거장재선생은 어려서는 놀았다. 19세 무렵부터 공부라는 것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율곡이이는 어려서부터 오로지 공부만을 위해 하루를 보낸 인물이시다. 그의 모친 사임당 신씨 부인은 4세 때부터 글공부를 했다 전하는 인물로 전언에 따르면 외할아버지 이려而厲 이사온李思溫에게서 시를 전수받았으며 그것을 아들 율곡이이에게 풀어낸 것이다.

결국 횡거 장재이나 율곡이이이나 저들은 한결같이 공부만으로 그 명성이 진명사해한 것이다. 횡거장재는 자신이 쓴 근사록습유近思錄拾遺에서 이렇게 말한다.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세우며<위천지립심爲天地立心>, 생민을 위하여 도를 세우며<위생민립도爲生民立道> 지나간 성인을 위하여 끊어진 학문을 잇나니<위거성계절학爲去聖繼絶學>, 만세를 위하여 태평한 세상을 여노라.<위만세개태평爲萬世開太平> 이 말을 한마디로 압축해서 한다면 공부는 개인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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