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차례상 표준안’ 발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차례상 표준안’ 발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09.08 09:00
  • 호수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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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부담, 남녀·세대갈등 해소 출발점 희망"
▲‘차례 간소화’ 방안대로 차린 9가지 음식의 차례상
▲‘차례 간소화’ 방안대로 차린 9가지 음식의 차례상

추석 명절을 앞두고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이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놓았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이날 성균관이 제시한 간소화 방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족하다는 것과 전을 부치느라 더는 고생하지 말라는 것이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회견문에서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가정의례와 관련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바랐다.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大禮必簡)고 한다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추석 음식 준비를 하며 노력과 시간을 쏟았던 전() 부치기를 더는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기름진 음식에 대한 기록은 사계 김장생의 '사계전서' 41권 의례문해에 나온다.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다고 성균관 측은 소개했다.

그간 차례상을 바르게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으로,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다.

이 밖에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紙榜) 외에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되며, 차례와 성묘의 선후(先後)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성균관 측은 이번 표준안을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성균관 측이 지난 7283120세 이상 일반 국민 1천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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