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에어컨 틀고 기후위기 걱정
■ 모시장터 / 에어컨 틀고 기후위기 걱정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22.09.08 10:50
  • 호수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온보다 높은 날씨가 이어지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유럽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섰다고 언론이 연일 보도했다한여름도 선선하던 영국에 40도 폭염이 엄습하자 에어컨 모르던 영국인들은 당황했다고 한다도로 아스팔트와 활주로까지 부풀었고 철도 선로까지 뒤틀렸다는데가을로 접어드는 요즘일상을 회복했을까?

 땅이 단단히 얼어붙은 시베리아와 위도가 같아도 멕시코만 난류 덕에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영국은 여름이라도 20도를 넘지 않았는데이번 더위는 예외일까지구촌에 빈발하는 징후로 보면안심하기 어렵다영구동토까지 녹이는 폭염은 시베리아의 여름을 30도 넘나들게 한다가장 뜨거운 기온이 최근 10년에 집중된다그 의미는 무엇일까?

 유엔기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사람이 원인의 100%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모를 리 없어도 확신이 필요했나 본데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기상이변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다시급한 대책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데시민들은 당장 견디기 어렵다고급 자동차에 에어컨 없던 독일이 바뀌었듯영국도 에어컨 설치가 상식이 되리라.

 2003년 여름프랑스를 비롯해 남부 유럽을 덮친 열파는 5만에서 7만 명을 희생시켰다지독한 가뭄 속의 폭염은 42도였고 가난한 계층이 주로 사망했다쉼터에 물과 에어컨을 준비한 요즘은 전 같지 않다지만수은주 높이를 갱신하는 폭염은 대책을 무색하게 만든다. 45도 폭염이 덮친 스페인에서 500여 명, 47도를 넘어선 포르투갈에서 600여 명이 사망했고 비극은 이어진다고 언론은 전했다. 49도를 돌파한 인도는 에어컨 보급률이 낮을 텐데얼마나 희생되었을까우리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다.

 에어컨이 혼수품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에 속수무책인 계층이 있다고 언론이 새삼 주목했다독거노인이 모이는 쪽방촌이 그렇다는데후미진 곳은 언론의 관심사가 아니다쪽방촌에서 고물 선풍기로 버티는 노인에게 “부족하나마” 에어컨을 하사하는 ‘시장님의 영상 이벤트는 눈물겨웠는데거기까지다에어컨 앞에서 폭염을 잠시 모면할 따름인데실외기가 토하는 열기는 쪽방촌 골목을 더욱 데운다늘어나는 에어컨은 전력 소비를 폭발시킨다화석연료가 전기 생산을 떠맡는 만큼폭염과 기상이변은 쪽방촌을 넘어 지구촌의 일상이 될 것이다.

 다행인가우리나라는 체온 넘는 폭염에서 자유롭다아직 그렇다일부 지역이 아슬아슬했어도 유럽과 남아시아 같은 폭염은 오지 않았다그렇다고 견딜만한 건 아니었다몸이 느끼는 더위는 점점 버거워진다앞으로 어떨까

올여름 혼자일 때에어컨을 고집스레 켜지 않았다대신 축 늘어져 아무 일도 안 했는데원고 마감이 재깍재깍 다가오므로 자신할 수 없었다에어컨은 대단한 유혹이 아닌가손님 오면 스위치를 냉큼 누를 태세였는데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위험 징후는 폭염과 산불에서 그치지 않는다가뭄과 홍수가 예년과 달리 빈발하지만우리는 해수면 상승을 직시해야 한다.

 대비 상황에 따라 희생자를 불평등하게 낳는 폭염과 달리해수면 상승은 공평하다해안에 마천루를 세운 국가든갯벌을 메워 초고층빌딩을 세운 국가든피해 범위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한데 북반구든 남반구든위도 높은 지역의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한다고 전문가는 분석한다중국과 일본그리고 우리나라의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마다 막대한 열기를 바다에 버려서 그런가동북아시아의 해수면 상승은 유난히 빠르다고 덧붙인다.

 그린란드 빙하가 맹렬하게 녹는다한반도 11배이자 평균 1.5km 두께인 그린란드 빙하는 관측 이래 최고의 더위에 걸맞게 하루 60억 톤 이상의 물을 토해냈다최대 저수용량이 29억 톤인 소양강 댐 수량의 두 배를 하루 만에 쏟아내니 주민은 장화 없이 버틸 수 없었다한반도의 60배가 넘는 남극 빙하의 상황도 비슷하다빙하 위의 연구기지야 안전하지만가장자리에 터 잡은 펭귄은 빙하가 뜯겨나가자 새끼를 잃었고굶주린다빙하가 물러난 자리에 남은 질철질척한 진흙은 펭귄 유전자에 없는 재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